현대차·기아 RV 가격, 1년 새 500만원·400만원 올랐다

지난해 국내 RV ASP 현대차 5166만원·기아 4800만원
제네시스·SUV·친환경차 등 고수익 차종 중심 판매 영향
고금리·경기 침체로 신차 수요 ‘뚝’…‘선택과 집중’ 예상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국내에서 판매하는 레저용차량(RV)의 1대당 가격이 불과 1년 만에 약 500만원, 400만원씩 올랐다. 고수익 차종으로 꼽히는 제네시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친환경차 중심의 판매 전략을 펼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4일 현대차·기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의 국내 RV 평균판매가격(ASP)은 2022년 4641만원에서 지난해 5166만원으로 525만원(11.3%) 상승했다. 같은 기간 기아의 국내 RV ASP는 4356만원에서 4800만원으로 444만원(10.2%) 올랐으며, 현대차보다는 상승 폭이 작았다.

현대차·기아가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서 판매하는 RV의 가격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현대차의 해외 RV ASP는 2022년 6279만원에서 지난해 6744만원으로 465만원(7.4%) 올랐다. 이 기간 기아의 해외 RV ASP는 2022년 5090만원에서 지난해 5779만원으로 무려 689만원(13.5%) 상승했다.

현대차·기아가 지난해 하반기 환율 효과를 톡톡히 누리지 못한 점을 고려하면 ASP 상승은 더욱 눈에 띈다. 지난해 4분기 원·달러 평균 환율은 1321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 하락했다. 현대차·기아는 내수 대비 수출 비중이 높아 달러가 원화보다 강세를 보이면 수익성이 개선되는 환차익 효과를 볼 수 있다.

현대차·기아의 ASP가 1년 새 빠르게 상승한 이유는 고수익 차종 중심의 판매 전략을 적극 추진했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도매 기준 글로벌 판매량 중 제네시스 판매 비중은 최근 2년 연속 5.3% 수준을 유지했고, SUV 판매 비중은 2022년 51.5%에서 지난해 53.9%로 2.4%포인트 상승했다.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의 글로벌 판매량도 2022년 50만7000대에서 지난해 69만5000대로 18만8000대(37.1%) 급증했다.

기아 또한 소매 기준 글로벌 친환경차 판매량이 크게 늘어났다. 실제 하이브리드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등 친환경차의 글로벌 판매량은 2022년 48만7000대에서 지난해 57만6000대로 8만9000대(18.3%) 증가했다. 이 중 하이브리드차가 30만6000대로 전체의 53%를 차지하며 판매 증가세를 이끌었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고수익 차량 중심의 판매로 인한 판매 가격 상승 등으로 지난해 수익 구조가 지속됐다”며 “고부가가치 차량에 대한 수요가 높은 미국, 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 SUV와 친환경차를 중심으로 판매 성장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2024 뉴욕 국제 오토쇼’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한 북미 전용 픽업트럭인 ‘2025 싼타크루즈’.<사진제공=현대자동차>

현대차·기아가 올해 초 공개한 연간 글로벌 판매 목표는 744만3000대다.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 730만2451대와 비교하면 1.9% 올려 잡은 수치다. 올해 1분기 누적 기준 현대차·기아의 글로벌 판매량은 176만3137대로, 목표 달성률은 23.7%를 기록했다.

다만 시장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차량용 반도체 등 부품난 해소에 따른 현대차·기아의 생산 정상화로 공급 물량이 증가했지만, 경기 침체와 고금리 장기화로 국내 소비자의 신차 구매 수요가 감소한 탓이다. 업계는 현대차·기아가 올해도 RV 중심의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요자 우위 시장이 형성되면서 가격 할인 등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졌다”며 “현재 강점을 보이고 있는 SUV를 포함한 RV 라인업을 강화해 수익성 방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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