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사, 전기료 상승 등 부담 가중…가격 인상 주장
조선사, 최근 철광석 하락세에 맞춰 가격 인하 요구
올해 상반기 후판 가격을 둘러싼 국내 철강사와 조선사들의 협상이 장기화 수순을 밟고 있다. 철강사는 수익성 악화로 가격을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조선사는 후판 가격을 결정하는 철광석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만큼 가격 인하를 주장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주요 철강사들은 현재 조선사들과 상반기 후판 가격 협상을 벌이고 있다. 양측의 가격 협상은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한 번씩 진행된다.
후판은 선박에 쓰이는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을 말한다. 철강사의 핵심 수입원은 자동차 강판과 후판에서 나오지만, 조선사는 후판이 선박 건조 비용의 약 20%를 차지해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철강업계는 최근 인건비와 전기료 인상 등 원가 부담이 늘고 있어 철광석의 단기적인 시세와 무관하게 가격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산업용 전기료는 킬로와트시(kWh)당 31.7원 인상됐다. 전기료는 철강 제품 원가의 약 10%를 차지해 kWh당 1원만 오르더라도 연간 원가 부담이 100억원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사들은 지난해 후판 가격 인하로 수익성이 악화된 점도 이유로 들고 있다. 후판 가격은 2022년 상반기 톤당 120만원 선까지 상승했으나 지난해 하반기 90만원 중반대로 떨어진 상태다.
이에 포스코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2조830억원에 그치며 전년 대비 9.2% 줄었다. 같은 기간 현대제철도 7983억원으로 50%나 쪼그라들었다. 양사는 글로벌 업황 부진과 중국·일본의 저가 철강재 유입이 늘면서 올해 1분기에도 실적 개선이 어려울 전망이다.
반면, 조선사들은 후판 가격 인하를 주장하고 있다. 최근 철광석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데다 중국 등 수입산 철강재와 비교해 여전히 가격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연초 130달러대 중반이던 철광석 가격은 지난 19일 기준 108.25달러로 약 20% 이상 떨어졌다. 수입산 철강재의 경우, 국내보다 10% 이상 저렴하다.
업계에서는 철강사와 조선사의 입장차가 뚜렷해 합의점을 찾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양측은 지난해 하반기 협상 시에도 5월부터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다 연말에서야 결론을 내렸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양측의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매번 진행하는 협상에서 대립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합의점을 찾기 위해 협상을 진행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주선 기자 / js753@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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