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국산 철강에 대한 관세장벽 7.5%→25%까지 올려
한국 대미 수출 물량은 쿼터 적용, 반사이익 누리기 어려워
중, 저가 공세 확대되면 국내 업계 타격…“반덤핑 제소 필요”
미국이 중국산 철강에 대한 관세장벽을 강화하면서 국내 철강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반사이익 대신 오히려 중국이 한국으로 밀어내기 수출을 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부터 중국산 저가 철강재 유입으로 직격탄을 맞은 철강사들은 대응책 마련을 모색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최근 중국산 철강에 대한 관세를 기존 7.5%에서 25%로 3배 넘게 높였다. 중국의 밀어내기식 수출을 막기 위해 특단의 조치에 나선 것이다.
이번 조치로 국내 철강업계가 반사이익을 누리기는 어려운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한국은 대미 철강 수출에서 쿼터(공급 물량 제한)를 적용받고 있어 연간 수출량이 263만톤으로 묶여 있다. 중국의 물량을 한국이 가져가기 힘들다는 것이다.
박광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출 쿼터가 확대되거나 사라지지 않는 이상 중국의 대미 수출량을 한국이 이어받기 쉽지 않다”면서 “저렴한 중국산 철강제품이 다른 시장으로 수출되는 것은 분명 글로벌 철강 산업에 악재”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대미 수출이 어려워진 중국이 한국으로 물량 밀어내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글로벌 철광석의 최대 소비처인 중국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엔데믹에도 투자와 소비심리가 회복되지 않아 제조업 부진과 건설경기 침체를 겪고 있다.
중국은 자국의 건설경기 침체로 소화되지 못한 철강재를 저렴한 가격에 한국으로 밀어내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산 철강재 수입량은 약 873만톤으로 전년 대비 29.2% 증가했다. 올해 4월까지 중국산 철강 수입량도 약 314만톤으로 1.5% 늘었다.
수입산 저가 공세가 장기적으로 이어질 경우, 결국 국내 철강산업의 경쟁력과 수익성은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실제 중국산 후판 가격은 톤당 70만원 후반 수준으로 한국산 철강재(90만원 후반~100만원대 초반)와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중국산 저가 공세로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17.3%, 83.3% 줄기도 했다.
이에 철강업계는 정부와 대응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철강기업 7곳과 한국철강협회가 참석하는 ‘철강 수출입 현안 점검회의’를 진행했다. 산업부는 간담회에서 철강업계 현장의 의견을 청취하고, 중국산 철강 공세에 맞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반덤핑 제소 등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칠레는 저가 공세로 무장한 중국산 철강으로 자국 철강업계가 조업 중단 등의 어려움에 처하자 중국산에 최대 33.5%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현대제철도 최근 반덤핑 제소를 위해 중국산 후판 수입에 대한 피해 조사에 들어간 상태다. 포스코 역시 중국산 후판에 대한 반덤핑 제소 필요성에 적극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반덤핑 제소는 하나의 가능한 수단으로, 일단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 중”이라며 “정부에서도 중장기적으로 국내 철강업계가 외국 철강사들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입장인 만큼 함께 구체화 방안을 마련해 실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주선 기자 / js753@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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