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성과금인데…결국 파업 절차 밟겠다는 현대차 노조

시간 입력 2024-06-14 17:45:00 시간 수정 2024-06-14 16:2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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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금 350%+1450만원 지급 등 사측 제시안 거부
“조합원 성과에 못 미쳐…정년 연장 관련 안도 없어”
24일 파업 찬반투표 실시 예정…실제 파업 여부 주목

현대차 노사 교섭대표들이 지난달 23일 현대차 울산공장 본관 동행룸에서 ‘2024년 임금협상 교섭 상견례’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제공=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가 결국 ‘파업 리스크’라는 암초에 직면했다. 올해 임금협상 과정에서 노조가 사측의 제시안을 거부하고 파업 수순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노조가 요구안 관철을 위해 강경 투쟁을 예고한 만큼 노사 간 갈등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지난 13일 울산공장에서 열린 임협 8차 교섭에서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먼저 현대차는 전날 노조에 기본급 10만1000원 인상과 함께 경영성과금 350%+1450만원, 글로벌 누적 판매 1억대 달성 기념 품질향상격려금 100%, 주식 20주를 지급하는 임협안을 제시했다. 기존 사회공헌기금 연 60억원과 별도로 올해 제시된 성과금 중 직원이 1만원을 출연하면 회사도 출연 금액과 같은 금액을 추가로 출연하는 ‘노사 공동 기금’ 조성도 제안했다.

현대차는 매월 급여에서 1000원 단위 이하의 금액을 기부하는 ‘급여 우수리’ 제도를 추진해 소외계층의 출산과 양육에 필요한 물품을 지원하는 방안도 교섭 테이블에 올렸다. 부품 협력사를 돕기 위한 그룹사 차원의 1000억원 규모 펀드 조성, 부품사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 목적의 연 50억원 출연, 미래 경쟁력 강화 교육 프로그램 제공 등 상생 방안 또한 전달했다.

현대차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점을 고려해도 올해 임협안을 통해 제시한 성과금은 역대급 수준이다. 현대차는 2022년 거둔 매출 142조5275억원, 영업이익 9조8198억원의 호실적을 감안해 지난해 임단협에서 경영성과금 300%+800만원을 지급했다. 현대차의 지난해 실적은 매출 162조6636억원, 영업이익 15조1269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4.4%, 54% 증가했다.

현대차 아산공장 그랜저·쏘나타·아이오닉6 생산라인.<사진제공=현대자동차>

하지만 노조는 사측이 내놓은 임협안을 거부하고 본격적인 파업 준비에 들어갔다. 노조의 요구안과 비교해 사측의 제시안이 조합원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노조 관계자는 “지난해 조합원들이 올린 성과에 미치지 않는 안을 회사가 제시했다”며 “정년 연장 등에 대해서도 회사가 별다른 안은 내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대차 노조는 상위 노조인 금속노조의 방침에 따라 기본급 15만90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과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연령별 국민연금 수급 시기와 연계한 정년 연장(최장 64세)을 비롯해 매주 금요일 4시간 근무제(주 4.5일제) 도입, 상여금 900% 인상 등의 내용을 별도 요구안에 담았다. 현대차 노사의 올해 임협을 둘러싼 핵심 키워드는 임금 인상, 성과급 지급, 정년 연장으로 요약된다.

노조는 전날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한 데 이어 오는 20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쟁의 발생을 결의한 뒤 24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다. 중노위가 노사의 입장 차이가 크다고 판단해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고, 조합원 투표에서 찬성표가 전체 조합원의 절반을 넘으면 합법적인 파업이 가능하다.

업계는 현대차 노조가 파업을 강행할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해 9월 2023년도 단체교섭을 파업 없이 합의해 2019년 이후 5년 연속 임단협 무분규 타결을 이뤄냈다. 1987년 노조 창립 이후 사상 첫 5회 연속 무분규 기록이다. 만약 노조가 올해 실제 파업에 나서면 6년 만에 무분규 타결 기록이 깨지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노사는 올해 임금 인상뿐만 아니라 성과급 지급과 정년 연장을 놓고도 치열한 공방을 펼치고 있다”며 “실속 없는 파업보다는 타협점을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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