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동안 49만주‧약 330억원 매입…지분율 5.88%까지 확대
HD현대마린솔루션 주가 하락 방어‧그룹 지배력 강화 포석
HD현대일렉트릭‧HD한국조선해양 등 성장세로 시총 6위 올라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최근 두 달 동안 300억원이 넘는 자사주를 사들이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계에서는 HD현대마린솔루션 상장에 따른 주가 하락을 방어하고,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정기선 부회장은 지난달 2일부터 이달 17일까지 약 30차례에 걸쳐 HD현대 지분 49만2746주를 매입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330억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정 부회장의 HD현대 지분율은 기존 5.26%에서 5.88%까지 상승했다.
정 부회장이 HD현대그룹 계열사 주식을 장내 매수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정 부회장은 지난 2018년 3월 KCC가 보유한 HD현대(당시 현대로보틱스) 지분 5.1%를 3540억원에 사들인 바 있다.
업계에선 정 부회장이 HD현대마린솔루션 상장에 따른 주가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책임 경영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8일 자회사인 HD현대마린솔루션이 상장하면서 지주사인 HD현대 주가가 하락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모회사와 자회사가 중복으로 상장하면서 모회사 주가에 하방 압력이 되는 지주사 디스카운트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에 정 부회장이 직접 장내 매수에 나서며 주가 부양 의지를 드러냈다는 해석이다.
실제 HD현대 주가는 정 부회장 매입을 계기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6만원대 초반까지 하락했던 HD현대 주가는 정 부회장의 연이은 매입 영향으로 7만원 수준까지 올랐다.
HD현대 측도 “정 부회장의 주식 매입은 주가 흐름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책임 경영의 뜻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지분율 확대를 통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3세 경영 체제에 돌입했으나, 보유한 HD현대 지분율은 5%에 그쳐 장기적으로 추가 지분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향후 증여 및 상속세 마련을 위해서 HD현대의 지분을 늘려 배당 수익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할 수도 있다. 고배당주에 속하는 HD현대는 지난해 분기 배당 정책을 통해 주당 3700원을 지급했다.
HD현대는 HD현대일렉트릭과 HD한국조선해양 등 자회사들의 성장세를 바탕으로 기업가치가 상승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시가총액은 지난해 말 대비 40% 넘게 늘면서 10대 그룹 중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기도 했다. 시총 기준 재계 순위는 3년 전 9위에서 6위로 올랐다.
자회사인 HD현대일렉트릭은 북미 시장 전력 변압기 매출액 강세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하반기 울산과 미국 알라바마 변압기 생산 공장 증설이 완료되면 내년부터 연간 매출이 22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의 경우, 국내 조선 3사 중 독보적인 수주 실적을 달성 중이다. 올해 총 110척(해양 1기 포함), 120억달러를 수주해 연간 목표(135억달러)의 88.9%를 잠정 달성했다. 신조선가가 상승하고 있어 올해부터 중장기적 실적개선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전력기기·조선 등 최근 업황이 호조인 계열사를 거느린 데다 공모주 호황기 수혜까지 누리고 있다”면서 “조선과 정유, HD현대일렉트릭 등 대부분 연결 자회사 실적 개선으로 HD현대의 올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8% 증가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주선 기자 / js753@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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