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조건부 승인으로 STX중공업 인수 작업 마무리
글로벌 선박 엔진 점유율 37%까지 확대…시너지 기대
한화그룹과 친환경 엔진 시장 놓고 경쟁 치열해질 듯
HD한국조선해양이 STX중공업 인수 작업을 완료했다. 조건부 승인이긴 하지만 글로벌 선박 엔진 점유율(대형 추진 엔진 기준)은 37%까지 확대됐다. 올해 초 HSD엔진(현 한화엔진)을 인수한 한화그룹과 친환경 선박 엔진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STX중공업은 오는 30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HD현대마린엔진’으로 사명을 변경하는 내용을 담은 정관 일부 변경 및 이사 선임 등의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사내이사로 STX중공업 인수를 총괄한 강영 사장, 여인표 상무를 선임하기 위한 안건도 올라와 있다. 기타 비상무이사 후보에는 최원준 파인트리파트너스 전무가 이름을 올렸다. HD현대 그룹은 별도 인사 절차를 통해 대표이사 임명을 확정할 계획이다.
앞서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7월 약 813억원을 투자해 STX중공업의 주식 35.05%를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같은 해 8월 공정위에 기업결합 심사를 요청했다.
공정위는 약 1년간 검토를 거쳐 전날 양사 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다만, 독과점 우려로 앞으로 3년간 한화엔진 등 경쟁사가 STX중공업의 부품 공급에 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조건을 내걸었다.
HD한국조선해양은 STX중공업 인수로 국내 시장에서는 70%, 글로벌 시장에서는 37%의 점유율을 확보하게 됐다. 회사는 대형(2행정)엔진 생산능력 확대, 주요 부품 국산화를 통한 부품 원가 경쟁력 향상, 해외 영업망 공유 등에서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HD현대그룹은 제3자로부터 수주하는 선박 엔진 제조 사업역량의 수요가 많은 상황”이라며 “현재 25% 미만에 불과한 선박 엔진 제조설비 가동률을 50%까지 높이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HD한국조선해양과 한화의 친환경 선박 엔진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23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을 인수하면서 조선업에 진출한 한화는 올해 초 HSD엔진(현 한화엔진)까지 품에 안으면서 자체 생산‧기술력으로 엔진 제작부터 선박 건조까지 ‘토탈 선박 건조 솔루션’을 확보한 상태다.
한화엔진은 한화오션을 포함한 국내외 유수의 조선소에 선박용 저속엔진을 납품 중이다. 2013년 세계 최초 선박용 이중연료 저속엔진 상용화에 성공했고, 같은 해 세계 최초 선박용 친환경 저온탈질설비(LP SCR)를 개발해 2014년 상용화에 성공했다. 저온탈질설비는 배기가스 내 질소산화물을 90% 이상 제거할 수 있는 친환경 장치다.
한화는 한화엔진의 풍부한 선박 엔진 제조 경험과 그룹 시너지를 바탕으로 암모니아 등을 사용하는 친환경 연료 엔진의 개발 및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한화엔진은 선박의 효율적인 운항과 친환경 연료 추진 시스템을 위한 스마트십 솔루션 개발에도 매진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선박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친환경 엔진 발주 역시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친환경 엔진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는 만큼 양사 모두 계열사 시너지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 친환경 엔진 수요에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주선 기자 / js753@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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