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존재감·웅장한 외관 디자인 인상적
첨단 기술 입힌 실내…공간 활용성 ‘합격점’
안락한 승차감 등 강점…도심연비는 아쉬워
‘SUV의 제왕’.
캐딜락의 기함인 ‘에스컬레이드’에 붙은 별칭이다. 에스컬레이드는 1998년 1세대 모델 출시 이후 5세대까지 진화를 거듭하며 ‘풀사이즈 세그먼트 최강자’이자 ‘아메리칸 럭셔리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전 세계적인 SUV 선호 현상 속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압도적인 존재감을 무기로 사실상 대체 불가한 초대형 SUV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도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며 꾸준한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역시 캐딜락코리아 전체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명실상부 핵심 차종으로 부상했다. 신형 에스컬레이드가 국내에 출시된 지 4년 차에 접어든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에스컬레이드 고유의 매력과 가치에 더해 플래그십에 걸맞은 상품성을 갖춘 만큼 수입 SUV 시장에서 독보적 강자 지위를 이어갈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10일 신형 에스컬레이드를 타고 경기 용인에서 출발해 강원 홍천을 왕복하는 약 300km 구간을 달렸다. 시승 차량은 2024년형 에스컬레이드의 스포츠 플래티넘 트림이다. 또 다른 트림인 프리미엄 럭셔리 플래티넘 트림과 옵션은 같지만, 디자인 디테일이 다른 것이 특징이다.
첫인상은 웅장함 그 자체다. 신형 에스컬레이드는 전장 5380mm, 전폭 2060mm의 위압적인 차체를 갖췄다. 패밀리카의 대명사인 기아 카니발은 물론 MPV로 분류되는 현대차 스타리아보다도 길고 넓은 수준이다. 전고는 1945mm로, 체감상 높이는 2m를 훌쩍 넘어선다. 캐딜락 ‘에스칼라’ 콘셉트에서 영감을 받아 규모감을 인상적으로 표현했다고 하는데, 실제로 마주하니 스케일이 남달랐다.
외관 디자인도 큼직하고 시원시원하다. 전면은 높은 보닛과 거대한 스포츠 메쉬 글로스 블랙 그릴이 시선을 잡아끈다. 수직형 주간 주행등은 길고 얇게 처리돼 세련된 인상을 준다. 측면은 캐딜락 특유의 직선미 덕에 길이감이 더욱 돋보인다. 유광 블랙을 입힌 루프랙과 22인치 크기의 알로이 휠은 상당히 고급스럽다. 후면은 1m에 육박하는 테일램프와 깔끔한 듀얼 머플러가 안정감을 더한다.
실내는 ‘미국차’답지 않은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물씬 풍긴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38인치 LG 커브드 OLED 디스플레이다. 3개의 영역으로 나뉘어 있어 조작이 쉽고, 무엇보다 화질과 터치감이 뛰어나다. 장인의 수작업을 거친 최고급 가죽, 우드, 패브릭 소재의 정교한 마감과 스피커 그릴, 시트 컨트롤러에 사용된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는 앰비언트 라이트와 함께 감성적인 만족도를 높인다. 마사지 기능이 포함된 파워시트의 착좌감은 우수하며, 냉장과 냉동이 모두 가능한 콘솔 쿨러도 꽤 유용하다. AKG 스튜디오 레퍼런스 사운드 시스템을 기반으로 36개의 스피커가 뿜어내는 풍부한 음향은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실내 공간은 광활하다. 신형 에스컬레이드의 휠베이스는 3071mm로, 2열과 3열의 헤드룸과 레그룸이 매우 여유롭다. 1열 헤드레스트 뒤쪽에는 2개의 12.6인치 터치스크린이 있는데, 위아래로 각도 조절이 돼 편리하다. HDMI와 USB C타입 포트로 스마트폰과 연결이 가능하고, 터치로 화면을 제어하는 미러 캐스트 기능도 지원한다. 3열 레그룸은 886mm로, 거주성이 쾌적하다. 트렁크 용량은 기본 722L다. 3열을 접으면 2065L로, 2열과 3열을 모두 접으면 3427L까지 적재 공간이 늘어난다. 차박, 캠핑 등 아웃도어 활동에 부족함이 없다. 도어 개폐 시 자동으로 작동하는 전동식 사이드 스텝은 편리한 승하차를 돕는다.
신형 에스컬레이드에는 6.2L V8 가솔린 직분사 엔진과 10단 자동변속기, 그리고 사륜구동 시스템이 조합된다. 최고출력 426마력과 최대토크 63.6kg·m에 달하는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며, 드라이브 모드는 투어·스포츠·오프로드·트레일 등 4가지로 구성된다. 시동을 걸고 가속페달을 밟으면 묵직하고 부드럽게 치고 나가는 맛이 일품이다. 공차중량만 2.8톤에 달하는 육중한 차체를 시종일관 힘 있게 밀어내며, 급가속을 시도해도 변속 충격 없이 매끄럽게 속도를 끌어올린다. 특히 저속과 중속 구간에서의 매력적인 엔진음과 토크감은 운전의 즐거움을 배가시키는 요소다.
안락한 승차감과 민첩한 코너링도 발군이다. 비결은 각 휠의 구동력을 자동으로 제어하는 전자식 리미티드 슬립 디퍼런셜과 바디 롤·상하 진동을 현저히 억제하는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에 있다. 에어 라이드 어댑티브 서스펜션과 멀티링크 독립 리어 서스펜션도 안정적인 주행에 일조한다. 고속 구간에서 과속방지턱이나 요철을 만나도 지그시 누르고 넘어가며, 급코너링 시 쏠림 현상 또한 거의 없다. 제동력은 준수한 편에 속한다. 정숙성은 외부 소음이 신경 쓰이지 않을 정도로 훌륭하다. 야간 주행 시에는 증강현실 내비게이션과 나이트 비전 덕분에 운전의 난이도가 높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유일한 단점은 연비다. 신형 에스컬레이드 스포츠 플래티넘 모델의 시승을 마친 후 최종 연비는 7.3km/L가 나왔다. 해당 모델의 복합 연비가 6.5km/L인 점을 감안하면 이를 뛰어넘는 연비를 보여줬다. 다만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도심 구간에서는 제원상 도심 연비인 5.8km/L에 한참 못 미치는 3km/L대를 기록했다. 캐딜락은 연료 효율을 높이기 위해 특정 주행 상황에서 엔진 실린더 8개 중 4개를 능동적으로 비활성화하는 다이내믹 퓨얼 매니지먼트를 적용했다고 한다. 2024년형 에스컬레이드의 트림별 판매 가격은 프리미엄 럭셔리 플래티넘 1억5900만원, 스포츠 플래티넘 1억5900만원으로 동일하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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