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전기차 26.6만대 판매…전년 대비 1.8% 줄어
아이오닉5·EV6 판매 ↓…코나 일렉트릭·EV9은 증가
캐스퍼 일렉트릭·EV3 출격…전기차 캐즘·포비아 변수
현대자동차·기아가 올해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 판매 상위 10개 기업 중 테슬라·스텔란티스와 함께 역성장을 기록했다. 비야디가 자국 정부 지원, 서브 브랜드 전략 등에 힘입어 성장을 이어간 것과 대조된다. 현대차·기아는 전기차 대중화 선도를 위해 캐스퍼 일렉트릭과 EV3를 필두로 한 보급형 전기차를 앞세워 분위기 전환에 나선다.
12일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을 포함한 세계 80개국에서 인도된 전기차(순수 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는 715만9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20.8%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기업별 판매량을 보면 비야디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24.1% 증가한 150만7000대를 판매해 1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테슬라는 6.6% 감소한 83만1000대로 2위, 지리자동차는 57.2% 급증한 54만6000대로 3위에 올랐다. 폭스바겐은 8% 증가한 44만8000대로 4위, 상하이자동차는 24.7% 늘어난 41만7000대로 5위를 기록했다.
특히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비야디는 덴자, 양왕 등 서브 브랜드의 라인업 확장을 추진하며 올해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약 21%까지 높였다. 반면 테슬라는 주력 차종인 모델3와 모델Y의 판매가 줄어든 타격을 받았다. 테슬라는 최근 상하이 공장에서 모델Y 생산량 감축에 돌입하기도 했다. 중국 내 모델Y 수요가 눈에 띄게 줄어든 데 따른 감산 조치다.
현대차·기아는 창안자동차(27만3000대·6위)와 스텔란티스(27만2000대·7위)에 이어 8위로 내려앉았다.
현대차·기아의 올해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26만6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1.8% 감소했다. 간판 전용 전기차인 아이오닉5와 EV6의 판매 부진 여파가 컸다. 다만 코나 일렉트릭과 니로 EV·EV9의 판매량이 늘어난 부분은 긍정적인 대목이다. 현대차·기아 다음으로 올해 상반기 BMW가 전년 동기 대비 6.1% 늘어난 24만6000대로 9위, 벤츠는 3.1% 증가한 20만대로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상반기 지역별 판매량의 경우 중국에서 전년 동기 대비 30.9% 증가한 432만1000대가 판매돼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60.4%를 점유했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4.7%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유럽에서는 3% 늘어난 149만9000대가 판매돼 20.9%의 시장 점유율을, 북미에서는 11% 증가한 85만2000대가 판매돼 11.9%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에서는 10.9% 증가한 36만대가 판매돼 5%의 시장 점유율로 성장세를 이어갔다.
SNE리서치 관계자는 “이구환신 정책 등 적극적인 전기차 전환 정책을 통해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과 달리 미국은 오히려 반대되는 정책들로 성장세가 감소했다”며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와 소비자들의 구매 심리 하락, 현지 생산까지의 리드 타임을 고려할 때 중국을 제외한 주요 지역들의 올해 전망치는 기존 전망치를 하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하반기 높은 가격 경쟁력을 갖춘 전기차 라인업을 확장하며 판매 반등에 나설 계획이다. 이미 기아는 지난달 EV6와 EV9에 이은 세 번째 전용 전기차인 EV3의 판매에 돌입했다. 현대차는 이달 안에 캐스퍼 일렉트릭을 출시할 계획이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현대차의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캐스퍼의 전기차 버전으로, 49kWh의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탑재해 315km의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를 확보했다.
하지만 전기차 대중화 직전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하는 캐즘(Chasm) 현상에 더해 잇따른 전기차 화재로 포비아(Phobia) 현상 확산이 본격화한 점은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판매에 있어 중요한 변수로 지목된다.
실제로 지난 1일 인천 청라에서 대형 화재로 번진 벤츠의 EQE 차량에는 중국 파라시스의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밝혀졌다. 당초 EQE에는 세계 1위 배터리 업체인 중국 CATL의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 인지도가 낮은 파라시스 제품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소비자의 불신은 더욱 커지게 됐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는 지난 9일 국내 자동차 업계 중 가장 먼저 자사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의 제조사를 전면 공개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에 대한 공포감이 커지면서 배터리 실명제 도입 등 관련 대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중국과 미국의 수요뿐 아니라 국내 소비자들의 우려 또한 불식시켜야 하는 상황이라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일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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