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부터 시작한 협상, 양측 이견차로 진통 여전
철강업계 “더 이상 가격 인하 어려워…상생 필요”
반면 조선업계 “중국산 후판과 가격 차이 줄여야”

포스코 포항제철소 2후판공장. <사진제공=포스코>
국내 철강업계와 조선업계의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이 장기화되고 있다. 철강사들은 업황 악화에 따른 실적 부진과 연이은 후판 가격 인하로 더 이상 가격을 낮추기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조선사들은 저렴한 중국산 후판 수입량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가격을 인하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철강업계와 조선업계는 지난 9월부터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을 진행 중이다. 후판 가격 협상은 매년 상·하반기 각각 한 번씩 진행된다.
양측은 올해 상반기 협상을 7월 말에 가까스로 마쳤을 만큼 신경전이 치열했다. 업계에선 하반기 협상도 길어지고 있어 최종 타결이 해를 넘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후판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 90만원대 후반에 이어 올 상반기 90만원대 초중반으로 두 차례에 걸쳐 인하된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업계가 하반기 추가 인하를 요구하는 것은 주요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데다 국내산보다 저렴한 중국산 후판 사용량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초 톤당 140달러선까지 올랐던 철광석 가격은 이달 13일 기준 106.36달러까지 떨어졌다. 철광석은 조선용 후판 생산 원가의 40%를 차지해 후판 값 협상에서 중요한 지표로 활용된다.
최근 조선사들은 중국산 후판 사용을 늘리는 추세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수입된 중국산 후판은 115만7800톤으로 지난해 전체 수입량인 112만2774톤을 넘어섰다.
조선사들은 중국산 후판과 국내산 후판 가격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하반기 후판 가격을 더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국산 후판 가격은 국내산 대비 톤당 10만~20만원 가량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철강업계는 더 이상 후판 가격 인하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글로벌 철강 공급 과잉과 해외 저가 철강재 공세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돼 공장 문을 닫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해졌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포스코는 최근 4개월 동안 공장 두 곳을 전격 폐쇄했다. 지난 7월 포항 1제강공장에 이어 포항제철소 1선제공장의 문을 닫은 것이다. 또 회사가 보유한 중국 유일의 제철소 ‘장자강포항불수강’ 매각에 돌입했다. 현대제철도 포항2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아직 조선사들과 후판 가격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중국산 유입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조선사에선 가격 인하, 철강사에선 가격 인상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면서 “조선업계와의 상생 등을 감안해 협상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주선 기자 / js753@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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