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기차 저가 공세·트럼프 재당선 등 불확실성 커져
세계 완성차 업체, 경쟁력 회복·비용 효율화 위해 분주
현대차그룹, 자율주행 등 관련 SW 분야 합종연횡 가속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시장 판도 변화를 앞두고 ‘생존 경쟁’에 돌입했다. ‘전동화 전환’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중국 전기차 저가 공세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당선 등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완성차 업체들의 경쟁 구도 재편 속도가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핵심은 ‘경쟁력 회복’과 ‘비용 효율화’다. 연간 판매량 기준 세계 7위인 일본 혼다와 8위 닛산이 합병을 추진하고, 세계 2위 완성차 그룹인 독일 폭스바겐이 자국 직원 3분의 1을 감축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런 가운데 세계 3위 완성차 업체인 현대자동차그룹이 어떤 대응을 할지도 관심사다.

우치다 마코토 닛산자동차 사장(왼쪽)과 미베 도시히로 혼다자동차 사장이 지난 8월 1일 일본 도쿄에서 연 공동기자회견에서 손을 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EPA 연합뉴스>
◇혼다+닛산=?…스텔란티스 전철 밟을 가능성도
27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일본 2위 완성차 업체인 혼다와 3위 닛산은 지난 23일 합병 계획을 밝힌 데 이어 이르면 수개월 안에 양사 통합방식을 담은 업무협약(MOU)을 체결할 예정이다.
혼다와 닛산은 2024년 회계연도(2024년 4월~2025년 3월) 기준 각각 380만대와 340만대의 판매량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들 완성차 업체의 합산 판매량은 720만대로, 닛산이 최대 주주인 미쓰비시(80만대)까지 통합하면 총판매량은 800만대에 달한다.
혼다와 닛산이 전기차 전환기 속 합병에 나선 건 경쟁력 회복과 비용 효율화를 위해서다. 실제 혼다는 트럭 등 닛산 상용차 기술을, 닛산은 혼다 하이브리드 기술을 상호 공유해 전고체 배터리와 자율주행 등 미래 기술에 중복적으로 투자하는 비용을 아낄 수 있다.
하지만 혼다와 닛산의 시너지 효과에 대한 장밋빛 전망에도 불구하고 업계가 혼다와 닛산의 합병에 거는 기대는 크지 않다. 혼다와 닛산의 통합은 성공적 인수합병(M&A)을 통해 글로벌 2위와 3위로 발돋움한 폭스바겐그룹과 현대차그룹보다는 5위권 밖으로 떨어진 스텔란티스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2020년 피아트 크라이슬러와 PSA 그룹의 합병으로 탄생한 스텔란티스는 합병 전인 2019년 각각의 판매량이 420만대와 350만대로, 총 770만대에 달했다. 그러나 스텔란티스 출범 후인 2021년 총판매량은 620만대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617만대까지 떨어지며 순위가 6위까지 내려앉았다.
업계 일각에서는 일본 경제산업성이 경영 악화와 주가 하락으로 대만 폭스콘과 행동주의 사모펀드의 표적이 된 닛산을 구하기 위해 혼다를 끌어들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혼다와 닛산이 전동화와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개발 경쟁에서 뒤처져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소프트웨어(SW)와 인공지능(AI) 분야 파트너와 손을 잡는 게 더 효율적인 선택이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폭스바겐 독일 본사 전경.<사진=EPA 연합뉴스>
◇‘인력 감축’ 폭스바겐…위기 땐 몸집 줄이기가 최고?
일본의 혼다와 닛산이 합병으로 몸집 불리기에 나선 반면 독일 폭스바겐은 몸집 줄이기에 돌입했다.
폭스바겐 노사는 지난 20일(현지시간) 오는 2030년까지 독일 내 일자리를 3만5000개 이상 줄이기로 합의했다. 이는 폭스바겐 독일 직원 12만명의 30%에 육박하는 규모다. 최근 폭스바겐은 비상 경영을 선언하며 독일 공장 10곳 중 최소 3곳을 폐쇄하고, 전체 직원 임금을 10% 삭감하는 방안을 노조에 제시했다.
폭스바겐이 대규모 인력 감축을 단행한 건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자 폭스바겐 판매량의 30%를 차지하는 중국에서의 부진이 꼽힌다.
폭스바겐은 1980년대 중반 중국에 진출해 현지 공장을 잇달아 설립하며 선전했으나, 최근에는 중국 내수 침체와 BYD(비야디) 등 토종 업체의 급격한 성장 탓에 입지가 좁아졌다.
그 결과 폭스바겐그룹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2019년 19%에서 지난해 12%로 감소했다. 폭스바겐그룹의 올해 1~3분기 누적 기준 영업이익은 129억700만유로(19조3557억원)로, 현대차그룹(21조3681억원)보다도 약 2조원 밑돌았다. 특히 이 기간 영업이익률이 5.4%까지 떨어지며 현대차그룹(10.2%)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다만 폭스바겐은 이번 노사 합의로 인건비 15억유로(2조2700억원)를 포함해 연간 150억유로(약 22조7000억원) 이상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노사 간 합의는 폭스바겐 브랜드의 생존 가능성을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리 바라 GM 회장 겸 CEO(왼쪽)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9월 포괄적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제공=현대자동차>
◇현대차그룹, 전동화 대응 선방…SW 등은 ‘합종연횡’
글로벌 자동차 업계 재편 움직임으로 세계 각국의 완성차 업체들이 자구안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의 대응책도 주목된다.
업계는 현대차그룹이 혼다와 닛산, 폭스바겐 등보다 전동화 전환에 있어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중국 정부가 드라이브를 건 자율주행 등 미래 기술과 관련한 SW 분야나 개발 비용 효율화 측면에서는 합종연횡 방식을 택하고 있다.
실제 현대차는 지난 10월 미국 자율주행 기업 웨이모(Waymo)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양사는 웨이모의 6세대 완전 자율주행 기술 ‘웨이모 드라이버(Waymo Driver)’를 현대차 아이오닉5에 적용하고, 해당 차량을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 ‘웨이모 원(Waymo One)’에 투입해 운영한다. 내년 말부터 ‘웨이모 드라이버’를 탑재한 아이오닉5 차량의 초기 도로 주행 테스트를 진행한 뒤 수년 내에 ‘웨이모 원’ 서비스 사용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다.
이에 앞서 현대차는 지난 9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승용차와 상용차를 공동 개발·생산하고, 수소를 포함한 친환경 에너지 개발에 협력하는 내용을 담은 포괄적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여기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세계 1위 완성차 그룹인 도요타의 도요다 아키오 회장과 지난 10월 한국 용인시, 11월 일본 도요타시에서 잇따라 공개 회동하며 미래 성장 동력인 수소 분야에서 협력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저가 공세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당선에 따른 관세 리스크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동종과 이종을 가리지 않는 합종연횡이 생존을 위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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