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4년간 美에 31조원 투자…트럼프 “현대차는 관세 없다”

시간 입력 2025-03-25 17:55:00 시간 수정 2025-03-25 17:5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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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부품·물류·철강, 미래산업·에너지 부문 투자
정의선 “30억 달러 상당의 미국 LNG도 구매할 예정”
트럼프 “관세를 낼 필요가 없어졌다”…관세 유예 시사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마이크 존슨 미 연방 하원의장,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가 참석한 가운데 현지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마이크 존슨 미 연방 하원의장,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가 참석한 가운데 현지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사진=AP연합뉴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향후 4년간 미국에서 210억 달러(약 31조원)를 투자한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한국 기업이 대규모 현지 투자 계획을 밝힌 것은 현대차그룹이 처음이다. 1986년 미국 시장 진출 이후 현재까지 205억 달러(약 30조원)를 투자한 현대차그룹의 대미(對美) 투자액은 총 415억 달러(약 61조원)으로 늘어나게 됐다.

정의선 회장의 이번 깜짝 투자 발표는 자국 우선주의에 기반해 미국 제조업 재건을 외치고 있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방향과 궤를 같이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현대차그룹의 투자 계획을 직접 소개하며 관세 유예 가능성을 내비친 만큼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관세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 쏠린다.

◇정의선 “미국 진출 이래 가장 큰 규모의 투자”…트럼프에 큰 선물 안겨

정 회장은 24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올해부터 2028년까지 미국에서 자동차, 부품·물류·철강, 미래산업·에너지 부문에 210억 달러(약 31조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정 회장은 “오늘 향후 4년간 210억 달러의 신규 투자를 추가로 발표하게 돼 기쁘다”며 “이는 우리가 미국에 진출한 이래 가장 큰 규모의 투자”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약속의 핵심 부분은 철강과 부품에서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미국 내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해 60억 달러를 투자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특히 루이지애나에 새로운 시설을 설립해 미국 내 13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미국 내에 현대제철의 수십억 달러 투자에 대한 기대가 크다”며 “이번 주에는 조지아에 80억 달러 규모의 새로운 자동차 공장이 오픈하면서 미국 내 자동차 생산량은 연간 100만대를 돌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부문에서 미국 현지 생산 120만대 체제 구축을 위해 총 86억 달러(약 13조원)를 투자한다. 현대차그룹은 2004년 가동을 시작한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36만대)을 시작으로 2010년 기아 조지아 공장(34만대), 올해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30만대)를 완공하며 미국에서 현재 100만대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HMGMA의 생산능력을 30만대에서 50만대로 확대한다. 앨라배마 공장과 조지아 공장에서도 고품질의 신차를 지속 생산할 수 있도록 생산설비의 현대화, 효율화 등 보완 투자를 진행한다. 이를 통해 향후 120만대 생산 체제 기반을 확실히 다진다는 목표다.

부품·물류·철강 부문에서는 완성차와 부품사 간 공급망 강화를 위해 현대차·기아와 동반 진출한 부품·물류·철강 그룹사들이 총 61억 달러(약 9조원)를 집행한다. HMGMA 생산능력 확대에 발맞춰 설비를 증설해 부품 현지화율을 높이고, 배터리팩 등 전기차 핵심부품의 현지 조달을 추진하는 것이 골자다.

이와 함께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270만톤 규모의 전기로 제철소를 건설한다. 저탄소 자동차 강판 특화 제철소로, 고품질의 자동차 강판 공급 현지화를 통해 관세 등 불확실한 대외 리스크에 대응력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미국이 일본제철의 미국 US스틸 인수를 불허하는 등 철강 산업에 대한 장벽을 높이고 있는 만큼 이번 제철소 설립은 더욱 눈길을 끈다.

미래산업·에너지 부문에서는 63억 달러(약 9조원)가 집행된다. 자율주행, 로봇, 인공지능(AI),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등 미래 신기술과 관련된 미국 기업과 협력을 확대하고 현대차그룹 미국 현지 법인인 보스턴다이나믹스, 슈퍼널, 모셔널의 사업화에 속도를 낸다.

원자력·재생에너지 분야 투자와 함께 전기차 충전소 확충에도 힘을 보탠다. 현대건설은 미국 홀텍 인터내셔널과 손잡고 올해 말 미국 미시간주에 소형 원전 모듈(SMR)을 착공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미국 텍사스주 태양광발전소 사업권을 인수하고, 2027년 상반기 상업 운전을 위한 준비에 나섰다. 미국 내 완성차 기업들과의 전기차 초고속 충전 서비스 연합체인 아이오나(IONNA)를 통해 충전소 설치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은 미국의 에너지 산업을 지원하고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30억 달러 상당의 미국 LNG를 구매할 예정”이라며 “이러한 모든 노력은 미국 내 공급망의 현지화를 가속화하고 운영을 확장하며 미국 인력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조감도.<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조감도.<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트럼프 “현대차그룹, 관세 낼 필요 없어”…관세 유예 시사한 점 의미 커

현대차그룹의 이번 투자 계획은 다음달 2일 예고된 국가별 상호관세 발표에 앞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현대차그룹의 투자 계획을 직접 소개하며 관세와 관련한 언급을 했는데, 이 발언의 의미에 대해서도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현대차그룹이 미국에서 철강을 생산하고, 자동차를 만든다”며 “그 결과 그들은 관세를 낼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미국 내에서 생산한 제품에 대해 관세를 물리지 않는다는 일반적인 의미로 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현대차그룹에 대해 어느 정도 관세 유예를 시사한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주의에 기반한 관세 부과의 필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하면서도 국가나 기업의 미국 경제 기여에 따른 예외 가능성을 계속해서 거론해왔다.

그는 지난 21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관세 부과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도 미국 자동차 업계의 요청을 받아들여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자동차 분야 관세를 유예한 사실을 거론하며 “유연성은 중요한 단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관세를 맹목적으로 적용하기보다는 미국 경제 등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어느 정도 조정할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해석됐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이 이번 투자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영향권에서 얼마나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나아가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에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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