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포장 주문도 수수료 붙인다… “독과점 앞세워 전면 유료화 ‘강행’” 반발 확산

시간 입력 2025-04-16 07:00:00 시간 수정 2025-04-16 15: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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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 14일부터 픽업 주문에 수수료 6.8% 적용…“올해는 픽업의 해”
“플랫폼의 장기 투자와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 구축 위한 전략”
자영업자·소비자 반발 확산…“수수료 부담, 외식 물가 올려”

국내 배달 앱 1위인 ‘배달의민족(배민)’이 포장 주문에도 중개 수수료를 전면 도입하면서, 자영업자·소비자·플랫폼 등 이해당사자간 논란이 재연될 전망이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배민이 사실상 수수료를 인상하는 조치를 단행한 만큼, 요기요·쿠팡이츠 등 경쟁사들의 움직임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의 배달 앱 배달의민족은 지난 14일부터 기존 가맹점과 신규 가맹점 모두에게 포장 주문(픽업) 수수료 6.8%(부가세 별도)를 전면 부과하기 시작했다.

이번 조치는 배민이 올해 핵심 정책으로 내세운 ‘픽업(포장) 서비스 활성화’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배민은 올해를 ‘픽업의 해’로 선언하고, 기존 포장 주문을 ‘픽업’으로 리브랜딩하는 한편 앱 내 픽업 탭을 ‘음식배달’ 탭 옆으로 배치하는 등 UI 개편에 나섰다. 특히 이달부터 그동안 무료로 제공해 오던 포장 서비스도 유료로 전환하고, 기술개발·마케팅·수익화 등 픽업 서비스 전반에 대한 투자를 본격화할 방침이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올해는 픽업 주문, 배달 품질, 커머스 분야에 마케팅 투자를 집중해 고객 가치를 극대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배민의 포장 주문 서비스는 지난 2020년 8월 처음 도입된 이후, 코로나19 등 외부 요인을 고려해 약 5년간 무료로 운영돼 왔다. 그동안 여러 차례 수수료 부과 시점을 유예해왔지만, 지난해 7월부터는 신규 가맹점에 3.4%의 수수료를 부과했고, 이달 14일부터는 이를 전체 가맹점에 6.8%(부가세 별도)로 확대 적용하면서 사실상 전면 유료화로 전환했다.

배민 측은 “픽업 서비스 역시 배달 서비스처럼 개발·유지보수·서버 운영 등 비용이 발생하지만, 지난 5년간 수익이 없었고, 픽업 주문 비중이 전체 주문의 한 자릿수에 머무르고 있다”며 “이번 정책은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재투자 구조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배민은 지난 3월, 2025년을 ‘픽업의 해’로 선언하며 기존 포장 주문을 ‘픽업’으로 리브랜딩하고, 앱을 개편했다. 앱 개편 전후 픽업 서비스 모습. <사진=우아한형제들>
배민은 지난 3월, 2025년을 ‘픽업의 해’로 선언하며 기존 포장 주문을 ‘픽업’으로 리브랜딩하고, 앱을 개편했다. 앱 개편 전후 픽업 서비스 모습. <사진=우아한형제들>

배민은 이번 수수료 도입이 단순한 요금 부과가 아니라, 플랫폼 생태계에 대한 장기적 투자와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 마련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특히, 포장 주문은 최소 주문금액 제한이 없어 소비자 입장에선 진입 장벽이 낮고, 배달비가 들지 않아 자영업자의 마진이 더 높은 구조이기 때문에, 서비스 활성화가 오히려 자영업자의 수익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우아한형제들 측은 “주문 평균 금액을 2만5000원으로 가정할 경우, 포장 수수료 6.8%(약 1700원)를 내더라도 배달비 약 3400원을 절약할 수 있다며” “소비자와 자영업자 모두에게 실질적인 이득이 된다”고 밝혔다.

또한 배민은 포장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단순히 회사의 이익으로만 활용하지 않고, 생태계 참여자들에게 환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연간 300억원 규모의 마케팅 예산을 마련, 앱 내 노출 확대·할인 쿠폰 제공·기능 개선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재투자하고, 자영업자의 추가 매출을 뒷받침할 계획이다.

그러나 배민측의 이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당사자인 자연업자들 사이에서는 포장품목에 대해서도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에 부정적인 기류가 높다. 특히 그동안 무료였던 서비스가 갑작스럽게 유료로 전환되면서 수수료 부담이 외식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수수료 부과가 소비자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는 포장 수수료를 소비자가 직접 부담하지 않지만, 점주가 이를 음식 가격에 반영할 경우, 소비자의 지출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영업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 있는 구조인 만큼, 배민의 유료화 정책이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또한 포장 주문은 배달에 비해 객단가가 낮고, 매장 방문 고객에게는 원래 추가 할인이나 서비스를 제공해온 경우가 많아, 여기에 수수료까지 붙게 되면 오히려 자영업자의 마진이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달업계 한 관계자는 “포장 고객은 굳이 배민을 거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점주들이 자발적으로 픽업 서비스를 해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수수료 부담 때문에 포장 수수료가 무료이거나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다른 앱으로 이동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어, 앞으로 배민 이용률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와이즈앱 리테일에 따르면 2025년 3월 기준 배민의 사용자 수는 2238만명으로, 쿠팡이츠(1101만명), 요기요(504만명)를 크게 앞섰다. <출처=와이즈앱 리테일>
와이즈앱 리테일에 따르면 2025년 3월 기준 배민의 사용자 수는 2238만명으로, 쿠팡이츠(1101만명), 요기요(504만명)를 크게 앞섰다. <출처=와이즈앱 리테일>

업계에서는 배민의 포장주문에 대한 유료화 전환이 배달 앱 시장의 경쟁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포장 주문에 대한 수수료 도입으로, 요기요와 쿠팡이츠 등 경쟁사들의 대응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쿠팡이츠는 지난 3월, 포장 주문 서비스에 대한 ‘중개 수수료 무료’ 정책을 내년 3월까지 1년 더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포장 주문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 동시에, 이달부터 배달 수수료도 최대 7.8%까지 낮춘 ‘상생 요금제’를 도입하면서 배민을 이용하던 일부 자영업자들이 쿠팡이츠로 이탈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요기요는 지난 2022년부터 포장 주문에 배민보다 높은 12.5%의 수수료(베이직 요금제 기준)를 적용해왔다. 다만 공격적인 할인 마케팅·쿠폰 제공· 앱 내 노출 확대 등을 통해 자영업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며 수수료에 대한 저항을 어느 정도 완화했다는 평가다. 또 지난해 6월에는 중개 수수료를 7.7%까지 낮춘 ‘요기요 라이트’ 요금제를 출시하며, 업주 선택지를 넓힌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논란이 단순한 요금 인상 문제가 아니라, 배달의민족이 가진 시장 지배력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와이즈앱 리테일에 따르면, 2025년 3월 기준 배달의민족의 사용자 수는 2238만명으로, 쿠팡이츠(1101만명)나 요기요(504만명)보다 월등히 많다. 일선 자영업자, 소비자들의 수수료 인상에 따른 불만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앞세워 이를 밀어부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배달 업계 관계자는 “요기요와 달리 배달의민족은 지난 5년간 포장 주문에 대해 수수료를 받지 않아 소비자들 사이에 ‘무료’라는 인식이 굳어졌다”면서 “이제 와서 유료로 전환되니, 소비자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배신감이나 박탈감이 더 클 수 밖에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진채연 기자 / cyeon101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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