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관세폭탄’ 부과 초읽기…K-반도체·K-부품 ‘직격탄’ 맞나

시간 입력 2025-04-15 17:49:25 시간 수정 2025-04-15 17:4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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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상무부, 반도체·부품·파생 제품 대한 조사 돌입
품목별 관세 부과 임박한 듯…칩 관련 업계 ‘비상’
삼성·SK·LG, 관세 리스크에 연쇄적 피해 입을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에 대한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기 위한 검토 작업에 본격 돌입했다. 메모리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뿐만 아니라 반도체 기판을 포함한 부품과 장비, 웨이퍼 등 반도체 관련 제품, 이로 인한 파생 제품까지 모두 검토 대상이다.

트럼프발 관세 폭탄이 곧 부과될 조짐을 보이자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K-반도체뿐만 아니라 반도체 및 전자 부품 업체도 덩달아 관세 리스크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당장 관세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삼성·SK·LG의 셈법만 복잡해지는 모습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현지시간으로 14일 미국 상무부는 관보를 통해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반도체, 반도체 제조 장비, 반도체 파생 제품의 수입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기 위한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 대상에는 최첨단 반도체, 범용(레거시) 반도체, 반도체 기판, 웨이퍼, 반도체 제조 장비·부품, 미세전자, 파생 제품 등이 포함됐다.

이는 하루 전인 13일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따른 후속 조치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취재진들과 만나 “(반도체에 대한 관세가) 머지않은 미래에 시행될 것이다”고 못박았다. 실제 반도체 관세율이 얼마나 될지 묻는 질문에 “다음주 중에 발표하겠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품목별 관세 발표가 임박했음을 직접 시사하면서 반도체 및 부품 업체들은 또다시 바짝 긴장하고 있다.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검토 중인 모든 조사 대상이 반도체 품목별 관세를 적용 받게 된다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굴지의 반도체 업체뿐 아니라 삼성전기, LG이노텍, SK실트론 등 국내 반도체 부품 업체들도 타격이 불가피해진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사진=삼성전자>

먼저 관세의 영향을 받지 않는 미국을 제외하고, 우리나라와 중국에서 반도체를 양산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품목별 관세를 부과 받을 위기에 처한 상태다.

첨단 반도체 기판 ‘FC-BGA(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를 생산하는 삼성전기와 LG이노텍 등 부품 업체들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지역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한 상태다. 그러나 반도체 관세의 검토 대상에 포함되며 불확실성이 대폭 커졌다.

반도체 제조에 필수인 웨이퍼도 트럼프발 관세 폭탄에 직면해 있다. 다만 SK실트론 등 소수의 5개 업체가 글로벌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다 통상적으로 5년 이상의 장기 계약을 통해 거래가 이뤄져 당장은 관세 리스크로부터 자유로울 전망이다.

대신 웨이퍼를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반도체 업체로 그 피해가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SK 등 K-반도체가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반도체, 반도체 부품 등뿐만 아니다. 중국에서 아이폰 전체 물량의 90%를 만드는 애플, 베트남에서 절반가량, 인도에서 30%, 그리고 한국, 브라질 등에서 갤럭시를 제조하는 삼성전자 등 글로벌 스마트폰 업체들도 품목별 관세를 심히 경계하고 있다.

이에 따른 전자 부품 업체들의 부담도 덩달아 커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애플과 삼성에 모바일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을 공급 중이다.

이 중 삼성디스플레이는 대부분의 매출을 모바일용 제품을 포함한 중소형사업부에서 거둬들이고 있고,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스마트폰과 워치용 패널 등 모바일 분야의 매출 비중은 33.6%에 달한다.

카메라 모듈을 납품하는 LG이노텍은 매출의 약 80%를 애플과의 거래에서 창출하고 있다.

LG이노텍 고성능 인캐빈 카메라 모듈. <사진=LG이노텍>

이러한 상황에서 애플과 삼성전자가 트럼프 관세 리스크를 타개한다는 이유로 아이폰과 갤럭시 판매 가격을 올린다면 소비를 크게 위축시켜 스마트폰 수요가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이는 전자 부품 출하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애플·삼성이 스마트폰 가격을 인상하지 않을 경우에도 문제는 있다. 스마트폰 제조 업체들이 판매 가격을 올리지 않는 대신 마진을 지키기 위해 부품 납품 단가를 낮출 것을 요구할 수도 있어서다. 결국 전자 부품 업체들의 수익성은 상당 부분 축소될 공산이 크다.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의 반도체 품목별 관세는 K-반도체를 넘어 K-부품에까지 연쇄적으로 피해를 입힐 것으로 우려된다.

다행스러운 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 안보에 중요한 품목의 생산을 담당하고 있는 몇몇 기업들에게 당근을 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것이다. 그는 “일부 기업들의 경우 (반도체 관세와 관련해) 유연성이 적용될 것이다”고 전했다.

다만 “확실하진 않다”고 한발 물러서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서 반도체 품목별 관세가 인하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은 사그라지는 분위기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기업인 애플 챙기기에 더 적극적인 모습이다. 그는 아이폰에 부과하는 관세와 관련해 “곧 발표할 것이다”면서 “일부 유연성은 있어야 할 것이다”고 애플에 유리한 관세를 부과하려는 뜻을 시사했다.

이렇게 되면 애플에 부품을 납품하는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일부 K-부품 업체들은 관세 부담을 일부 낮출 수도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을 토대로 모든 국가에 10%의 기본 관세를 부과했다. 이어 미국이 많은 무역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국가를 대상으로 기본 관세에다 국가별로 차등화된 개별 관세를 더한 상호 관세도 9일 매겼다.

특히 백악관이 ‘최악의 침해국’이라고 표현한 60여 개국은 기본 관세 10%를 포함해 고율의 상호 관세를 부과 받았다.

최악의 침해국에는 우리나라도 포함됐다. 미국은 환율 조작 및 무역 장벽을 포함해 한국이 미 제품에 5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절반을 디스카운트(할인)한 25%를 상호 관세로 책정했다. 한국 외에 △베트남 46% △대만 32% △인도네시아 32% △인도 26% △일본 24% △유럽연합(EU) 20% 등도 타깃이 됐다.

미국과 첨예한 갈등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수십%의 보복 관세까지 더해 무려 125%의 상호 관세를 때려 맞았다. 여기에 추가 관세 20%까지 합하면 미국의 대(對)중 관세는 무려 145%에 이른다.

그러나 여러 국가가 트럼프 관세 리스크의 타깃이 되면서 세계 경제가 요동치고 대외 불확실성이 큰 폭으로 확장됐다. 이러한 글로벌 경제 충격이 예상을 뛰어 넘고 미국과 주요국의 반발이 거세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발효 13시간여 만에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에 상호 관세를 유예했다.

단 기본 관세 10%는 여전히 적용된다. 이에 삼성전자의 반도체, 스마트폰, 가전 등이 미국에 수출될 경우 10%의 관세가 부과된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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