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AI칩 中 수출길 막혔다…美中 ‘칩 전쟁’, K-반도체 ‘새우등’ 터진다

시간 입력 2025-04-17 07:00:00 시간 수정 2025-04-16 17:5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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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H20, 中 수출 때 허가 받아야”
중국 슈퍼 컴퓨터에 AI 칩 사용·전용 가능성↑
수출 막힌 엔비디아, 1분기 손실 약 8조 전망
HBM도 위기 봉착…SK·삼성, 실적도 ‘적신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엔비디아의 AI(인공지능) 칩 ‘H20’의 대(對) 중국 수출을 전격 차단하고 나섰다. 그간 중국 업체들에게 대규모로 AI 칩을 공급해온 엔비디아는 당장 수조원 규모의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미국과 중국의 관세대전이 양국간 칩 전쟁으로 확산되면서, K-반도체에도 당장 비상이 걸렸다. 글로벌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을 선도해 온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로서는 이번 트럼프발 제재로 직간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중국으로의 AI 칩 공급이 차단될 경우,  AI 반도체 수요가 줄어들고, 결국 AI 핵심 메모리인 HBM 출하도 덩달아 감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지난 9일 미 정부로부터 AI 칩 H20을 중국에 수출할 때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14일에는 해당 규제가 무기한 적용될 것이라는 통지를 받았다. 이와 관련해 엔비디아측은 “미 정부는 이번 대중 제재와 관련해 H20이 중국의 슈퍼 컴퓨터에 사용되거나 전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근거로 들었다”고 설명했다.

H20은 미국의 대중 수출 통제가 강화된 이후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을 겨냥해 만든 첨단 GPU(그래픽처리장치)로, 중국에 합법적으로 수출되는 반도체 중 최고급 사양 AI 칩이다. 연산 능력은 낮지만 고속 메모리 및 기타 칩과의 연결성이 뛰어나 슈퍼 컴퓨터 제조 시 반드시 사용되는 칩으로 알려졌다.

비록 엔비디아의 첨단 AI 반도체 ‘블랙웰’에 견줄 수는 없지만, H20의 성능은 이미 입증된 상태다. 올해 1월 저가형 AI 모델을 선보이며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킨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는 AI 모델 학습에 H20을 적극 활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H20에 들어가는 HBM을 개선한 덕분으로 보인다. 기존 H20에는 4세대 HBM인 ‘HBM3’가 탑재됐다. 그러나 최근 성능 업그레이드를 통해 SK하이닉스 등이 공급하는 5세대 HBM ‘HBM3E’ 8단을 장착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사실상 중국에 대한 H20 수출길을 틀어 막으면서,  AI 반도체 강자인 엔비디아의 실적에도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미국 엔비디아 보이저사옥. <사진=엔비디아>

이번 대중 수출 제한 조치로 엔비디아는 2025년 회계연도 1분기(2~4월)에 55억달러(약 7조8441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재고, 구매 약정, 관련 충당금 등에 따른 비용이다.

당장 이달부터 중국에 수출해야 할 H20이 차단되면서, 엔비디아로서는 지난 1분기 8조원의 손실액을 기록한데 이어 2분기에는 손실 규모가 더 커질 전망이다. 실제 이달부터 대중 H20 수출이 중단되면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중 양국간 관세전쟁이 AI 칩 대전으로 확전되면서, 핵심 AI 메모리인 HBM을 공급하는 K-반도체에도 빨간불이 커졌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제재가 엔비디아에 이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에도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커졌기 때문이다.

당장, 거대 AI 칩 시장인 중국에 대한 수출 통제가 강화되면서, 향후 AI 반도체 수요는 빠르게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다. 이는 AI 칩 구동에 필수인 HBM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H20 처럼 잘 팔리는 AI 반도체가 출하에 차질을 빚게 되면 HBM 등 고성능 메모리 판매 또한 감소하게 된다. 결국 급성장 중인 글로벌 AI 칩 시장이 대중 제재로 연쇄적으로 된서리를 맞게 된 것이다.

전 세계 HBM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K-반도체가 특히 큰 피해가 우려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2.5%, 삼성전자 42.4% 등이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점유율 합산은 94.9%로, 사실상 K-반도체가 대부분의 HBM을 생산·공급하고 있다.

이를 고려할 때 HBM을 중심으로 AI 반도체 생태계에 깊숙이 연결된 K-반도체의 향후 실적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SK하이닉스 HBM4 12단 샘플. <사진=SK하이닉스>

일각에선 기존 주문 물량이 일부 조정됨에 따라 대중 제재에 따른 영향이 제한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중국에 대한 수출 규제가 장기화할 경우,  AI 칩 시장 구조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시각이다.

반도체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HBM은 주문형 제품이기 때문에 당장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긴 어렵다”면서도 “다만 장기적으로는 AI 칩 시장 자체가 위축될 우려도 크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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