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캐즘 직격탄…현대차, 전기차 ‘숨 고르기’ 반복될까

아이오닉5·코나EV 생산하는 울산1공장 12라인 또 멈춰
미국 관세 부과·유럽 보조금 폐지 등으로 수출 타격 입어
미·중 관세 전쟁 격화…희토류 수급 차질 가능성 변수로

현대자동차가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와 코나EV의 국내 생산을 두 달 만에 다시 중단한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장기화에 더해 미국 관세 부과와 유럽 보조금 폐지 등의 여파로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이다.

1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아이오닉5와 코나EV를 생산하는 울산 1공장 12라인의 가동을 오는 24일부터 30일까지 일시 중단하고 휴업한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2월 24일부터 28일까지 울산 1공장 12라인의 가동을 일시 중단하고 아이오닉5와 코나EV의 생산을 멈췄다. 당시 내수 판매 부진과 전기차 주문량 감소로 생산 물량을 조절해야 했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차의 간판 전용 전기차인 아이오닉5는 국내 판매량이 눈에 띄게 부진한 상태다. 2023년 1만4213대, 지난해 1만6605대를 판매한 것과 달리 올해 1월 판매량은 75대에 그쳤다. 지난 2월 대대적인 할인에 힘입어 1463대로 크게 늘었지만, 3월 1129대로 다시 줄어들어 당초 기대보다 낮은 판매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현대차는 그동안 조립할 차량 없이 빈 컨베이어벨트만 돌아가는 공피치를 감수하면서 생산라인을 가동해 왔으나, 더는 이어갈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피치로 운영해 왔지만, 현재로서는 생산라인 정지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울산1공장 생산라인.<사진제공=현대자동차>

현대차가 불과 약 2개월 만에 아이오닉5와 코나EV의 국내 생산을 멈춘 것은 전기차 캐즘 장기화로 인한 내수 판매 부진과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자동차 관세 25% 부과로 북미 수출에 타격을 입은 영향이 컸다. 현대차의 전기차 판매에 있어 주력 시장인 독일 등 유럽을 비롯해 캐나다와 미국을 포함한 국가들이 보조금을 폐지한 것 또한 악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전기차 판매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캐나다와 미국에서 차종별 무이자 혜택을, 독일과 영국에서 계약금 지원 혜택을 주고 있으나 큰 효과를 보고 있지는 못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가 핵심 시장인 미국에서 현지 생산을 확대한 점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지난달 준공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아이오닉5에 이어 플래그십 전기 SUV인 아이오닉9 양산에 돌입했다. 현대차는 HMGMA의 연간 생산능력을 현재 30만대에서 향후 50만대로 늘릴 계획이다. 코나EV의 경우 현대차 체코 소노비체 공장에서 만들고 있다.

한편 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쟁이 격화하는 과정에서 희토류 수급 차질 가능성이 커진 점은 현대차로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희토류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에 탑재되는 전기모터를 만드는 데 필수적으로 쓰이는 원료로, 수입의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4일(이하 현지시간)부터 가돌리늄, 테르븀 등 자국에서 생산하는 6종의 정제 희토류와 희토류 자석을 포함한 7종의 수출을 제한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가공된 핵심 광물 및 파생 상품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를 통한 국가 안보 및 경제적 회복력 보장’에 대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해당 행정명령은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에게 가공 처리된 핵심 광물과 희토류, 파생 제품 등이 수입이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무역확장법 232조에 의거해 조사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에 따라 러트닉 장관은 90일 안에 중간 보고서, 180일 이내 최종 보고서 및 권고안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해야 한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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