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포스터 의원, 고강도 규제 담은 법안 발의 예정
중국 등에 AI 칩 유입 여부 추적 기술 탑재 의무화
수출 금지 국가서 AI 칩 작동 무력화 기술 도입
‘AI 메모리’ HBM 후폭풍 우려…SK·삼성도 ‘비상등’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저지하기 위해 제재 수위를 더 높이고 있다. 미국산 AI(인공지능) 반도체가 중국으로 유입되고 있는지 추적할 수 있는 기술을 탑재키로 하면서 압박을 강화하고 나섰다.
AI 반도체의 대(對) 중국 수출길이 전면 차단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미·중 사이에 낀 K-반도체 역시 비상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글로벌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을 선도해 온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트럼프발 제재로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을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중국으로의 AI 칩 공급이 차단될 경우, AI 반도체 수요가 줄어들고, 결국 AI 핵심 메모리인 HBM 출하도 덩달아 감소할 수밖에 없다.
7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최근 빌 포스터 미 하원의원은 엔비디아 등이 생산한 미국산 반도체가 수출 금지 국가로 흘러 들어가지 않는지 추적할 기술 탑재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키로 했다.
또 포스터 의원은 반도체 칩의 위치 추적 뿐만 아니라 해당 반도체가 수출이 금지된 국가에 있는 것으로 확인될 경우, 작동이 불가하도록 부팅을 막는 기술 도입도 해당 법안에 담기로 했다.
포스터 의원은 “미국산 반도체 밀수가 대규모로 이뤄지고 있다는 신뢰할 수 있는 보고들이 여러 건 있다”며 해당 법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는 상상 속에서 벌어지는 미래의 문제가 아니고, 현재의 문제다”며 “어느 순간에 우리는 중국의 공산당이나 군대가 미국산 AI 칩들을 이용해 무기를 설계하거나 AI 작업을 하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고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그간 미국은 전임 바이든 행정부부터 현 트럼프 행정부까지 엔비디아·AMD 등의 대중 AI 반도체 수출을 계속 금지하고 있다. 최근엔 주요 업체들에 AI 칩을 중국에 수출할 때 미 당국의 허가를 먼저 받아야 한다고 통보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의 대중 제재가 오히려 중국에서 엔비디아 칩 밀수 시장을 키우는 등 허점이 많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됐다. 특히 저비용 고성능 AI로 세계에 충격을 던진 중국의 딥시크가 미국의 대중 규제를 우회해 엔비디아 첨단 반도체를 사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미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는 보고서에서 “딥시크가 엔비디아 AI 칩을 최소 6만개 보유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보고서에는 “딥시크는 미국 기술을 활용해 스파이 활동과 기술 절취를 할 수 있다”며 “이는 국가 안보 위협이다”고 규정했다.
이와 관련, 엔비디아측은 미국 정부의 제재를 준수하고 있으나 판매한 모든 칩의 이후 이동 경로를 전부 알 수 없어 중국으로의 우회 수출을 통제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포스터 의원은 엔비디아의 의견에 주목했다. 그는 “판매된 반도체 칩의 위치를 추적하는 기술은 이미 개발돼 있다”며 “어렵지 않게 실제 현장에 도입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AI 칩 위치 추적 기술은 아직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진 않다. 다만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구글 등 일부 빅테크는 보안 목적으로 내부에서 사용되는 AI 칩들의 위치를 추적하고 있다”고 전했다.
포스터 의원이 발의할 예정인 이번 법안에는 미 상무부가 6개월 이내에 AI 칩 추적 기술 도입 등 관련 내용을 담은 구체적인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침도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 HBM4 12단 샘플. <사진=SK하이닉스>
미국의 대중 제재 강화로 미·중 양국 간 AI 칩 대전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핵심 AI 메모리인 HBM을 공급하는 K-반도체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수출 규제가 엔비디아, 인텔, AMD 등 주요 반도체 업체 뿐만 아니라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에도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커졌기 때문이다.
당장, 거대 AI 칩 시장인 중국에 대한 수출 통제가 강화되면서 향후 AI 반도체 수요는 빠르게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다. 이는 AI 칩 구동에 필수인 HBM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AI 반도체의 중국 유입이 차질을 빚게 되면 AI 칩 출하량이 급감하게 되고, HBM 등 고성능 메모리 판매 또한 감소하게 된다. 결국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이 대중 제재로 연쇄적으로 된서리를 맞는 셈이다.
전 세계 HBM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K-반도체가 특히 큰 피해가 우려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2.5%, 삼성전자 42.4% 등이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점유율 합산은 94.9%에 달한다.
당장, K-반도체의 향후 실적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일각에선 기존 주문 물량이 일부 조정됨에 따라 대중 제재에 따른 영향이 제한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중국에 대한 수출 규제가 장기화할 경우, AI 칩 시장 구조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시각이다.
반도체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HBM은 주문형 제품이기 때문에 당장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긴 어렵다”면서도 “다만 장기적으로는 AI 칩 시장 자체가 위축될 우려도 크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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