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폭탄’에 中 LCD 감산 돌입…삼성·LG, OLED로 다시 패권 잡는다

시간 입력 2025-05-12 07:00:00 시간 수정 2025-05-09 18: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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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TV용 LCD 출하량, 전년比 2.2% 감소 전망
중국산 LCD, 미 관세폭탄 타깃…가격 경쟁력 약화
대형 OLED 출하량, 대수 기준 20.4% 늘어날 듯
‘TV용 OLED 시장 선점’ 삼성·LG, 패권 탈환 기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BOE, CSOT 등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패널 수출에 비상등이 켜졌다. 특히 중국이 주력으로 양산 중인 LCD(액정표시장치)가 트럼프발 관세 폭탄의 주 타깃이 됐다. 여기에 중국 정부의 보조금마저 삭감되면서 중국 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LCD 생산량을 줄이는 감산에 착수한 모양새다.

저가 물량 공세로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온 중국 업체들이 패널 생산을 줄이기 시작하면서, K-디스플레이가 반사이익을 누릴 전망이다. 트럼프 관세 리스크로 가격 경쟁력을 잃은 LCD 대신 성능이 월등히 뛰어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가 디스플레이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9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TV용 LCD 출하량은 지난해 대비 2.2%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TV용 LCD 패널 공급이 축소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밝힌 고강도 관세 정책 때문이다.

현재 미국은 첨예한 갈등을 벌이고 있는 중국에 125%의 상호 관세를 부과한 상태다. 여기에 추가 관세 20%까지 합하면 미국의 대(對)중국 관세는 무려 145%에 이른다.

이를 의식한 주요 TV 제조사들은 고율 관세를 피하기 위해 중국산 LCD 패널을 서둘러 확보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해 옴디아는 “TV 업체들은 트럼프 관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TV 생산·판매 일정을 올 하반기에서 상반기로 앞당겨 패널을 서둘러 확보했다”고 분석했다.

3월 3일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열린 ‘MWC 2025’에 마련된 삼성디스플레이 전시 부스 내 ‘심리스 컬러 스튜디오 존’. <사진=삼성디스플레이>

문제는 주요 TV 제조사들이 TV용 LCD를 선제적으로 대량 확보하면서 LCD 패널 수요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올 하반기엔 LCD 수요가 크느폭으로 줄어들 것이란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BOE와 CSOT 등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공장 가동률을 줄이는 감산 조치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중국이 패널 생산 계획을 보수적으로 잡기 시작한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유비리서치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 장벽에 따라 중저가 LCD 등을 앞세워 전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물량 공세를 펼치던 중국 업체들은 앞다퉈 생산량를 감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조금이 쪼그라든 것도 패널 양산에 악영향을 미쳤다. 그간 중국은 정부의 막대한 지원에 힘입어 ‘디스플레이 굴기’에 박차를 가해 왔다. 그러나 정부 보조금이 삭감되면서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 전략에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LG디스플레이 4세대 OLED 패널. <사진=LG디스플레이>

중국 업체들이 잇따라 감산에 돌입하고 있는 가운데 K-디스플레이가 반사이익을 얻게 될 것이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산 LCD 수요를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OLED가 흡수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중국의 LCD 생산 축소에 따라 대형 LCD 패널 가격이 향후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거나 더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며 “가격 경쟁력을 잃은 LCD 대신 대형 OLED 패널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것이다”고 평가했다.

뒤에서 빛을 쏴주는 ‘백라이트’ 방식의 LCD와 달리 OLED는 스스로 빛을 내는 소자를 활용해 영상, 이미지를 표현한다. 덕분에 더 풍부하고 선명한 색 표현이 가능하다. 또한 패널을 얇고 가볍게 만들 수 있어 돌돌 말리는 롤러블(rollable) 등 다양한 폼팩터도 구현할 수 있다.

이같은 강점에도 불구하고 OLED는 과거 비싼 가격 탓에 프리미엄 TV에만 주로 채택돼 왔다. 그러나 트럼프발 관세 폭탄과 감산 등 겹악재로 가격 경쟁력에 타격을 입게 된 LCD의 입지가 빠르게 위축되면서 성능이 우수한 OLED가 디스플레이 시장의 주력 제품으로 주목 받고 있다.

삼성전자 55형 OLED TV. <사진=삼성전자>

AI(인공지능) 열풍으로 인해 OLED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상태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AI 시대를 맞아 화질 업그레이드 등 다양한 기술을 도입하는 데 LCD보다 OLED가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전 세계 OLED 시장의 앞날을 밝게 점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대형 OLED 출하량은 지난해 대비 대수 기준 무려 20.4% 증가할 것으로 관측됐다. 면적 기준으로는 12.9%나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OLED 패널 공급이 늘 것이란 소식에 K-디스플레이가 다시 주목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다. 글로벌 OLED 시장에서 삼성·LG의 위상은 절대적이다.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한국의 글로벌 OLED 시장 점유율은 55.0%에 달한다. 특히 중소형 OLED 패널보다 기술 난이도가 더 높은 대형 패널, 특히 TV용 패널의 경우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가 사실상 과점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아가 K-디스플레이의 주력인 OLED가 현재 저가 LCD에 치중된 글로벌 디스플레이 패권을 탈환할 것이란 분석도 호재다. 옴디아에 따르면 매출 기준 전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OLED 및 LCD 패널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36%, 63%를 각각 기록했다.

그러나 2031년에는 43%, 51%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8년 만에 OLED와 LCD 비중 격차가 31%p에서 8%p로 대폭 축소되는 셈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AI 열풍 등에 힘입어 고부가 패널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중국이 장악하고 있는 LCD 패널 수요가 트럼프 관세 리스트와 맞닥뜨리며 빠르게 추락하고 있다”며 “이는 OLED 등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K-디스플레이에 기회가 될 것이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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