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HBM 이어 파운드리도 ‘비상’…“3나노 기술대결 에서도 TSMC에 밀렸다”

시간 입력 2025-05-22 17:05:45 시간 수정 2025-05-22 17: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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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3나노 공정 양산 후 5개 분기 만에 가동률 100% 도달
애플 A17 프로·A18 프로 등 모바일 AP·CPU 수요 확대 덕분
‘세계 최초 GAA 기반 3나노 칩 양산’ 삼성, TSMC에 뒤처져
2나노 공정도 TSMC 우위 전망…삼성 파운드리 입지 ‘초비상’

대만 TSMC 본사.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시장 1위 기업인 대만 TSMC가 3나노 첨단 공정 가동률 100%를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TSMC가 날로 급증하고 있는 AI(인공지능) 반도체 수요를 빠르게 흡수한 덕분이다.

그간 TSMC를 따라 잡겠다고 공언해 온 삼성전자는 자존심을 구기게 됐다. 지난 2022년 6월 세계 최초로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기술을 적용한 3나노 반도체를 양산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던 것이 무색해진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삼성전자와 TSMC 간 파운드리 점유율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란 관측마저 제기된다.

22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최근 TSMC의 3나노 공정은 양산 이후 사상 최단 기간인 5개 분기 만에 가동률 100%에 도달했다.

이는 TSMC의 안정적인 공정 수율 덕분에 애플의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A17 프로’와 ‘A18 프로’ 등을 비롯해 PC용 CPU(중앙처리장치)와 기타 AP 수요가 급증한 결과다.

TSMC의 3나노 공정은 앞으로도 높은 가동률을 이어 나갈 전망이다. AI 반도체 공룡인 엔비디아가 내년에 차세대 AI 칩 ‘루빈’을 출시하기로 예고한 데 이어, 구글 TPU(텐서처리장치) ‘v7’, AWS(아마존웹서비스) ‘트레이니엄3’ 등 주요 빅테크 AI 반도체들은 글로벌 시장에 출격을 준비 중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3년 2월 삼성전자 천안캠퍼스를 찾아 반도체 패키지 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TSMC가 3나노 양산에서 우위를 점했다는 소식에 삼성 반도체 부문은 또 충격파를 맞은 분위기다.

삼성 파운드리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강력한 반도체 초격차 전략에 힘입어 선단 공정 기술 확보에 매진해 왔다. 

앞서 지난 2019년 4월 이 회장은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을 통해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확실히 1등을 하겠다”고 선언하고, 파운드리 첨단 공정 구축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다. 당시 그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생산 및 연구개발(R&D)에 133조원을 투자해 전 세계 파운드리 업계 1위인 TSMC를 넘어서겠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이 회장의 의지는 현실화했다. 최첨단 파운드리 공정 경쟁력을 빠르게 제고할 수 있는 GAA 기술을 세계 최초로 도입하는 데 성공했다. GAA는 반도체 칩에 전류가 충분히 흐르도록 설계해 전력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고안된 신기술이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2022년 6월 세계 최초로 GAA 기술을 적용한 3나노 반도체를 양산했다. 이는 같은해 12월 3나노 생산에 돌입한 TSMC보다 반년 가량 앞선 것이다.

당시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장이었던 경계현 고문도 2022년 7월 3나노 양산 출하식에서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에 한 획을 그었다”며 “핀펫 트랜지스터가 기술적 한계에 다다랐을 때 새로운 대안이 될 GAA 기술의 조기 개발에 성공한 것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혁신적인 결과”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혁신 공정 기술을 토대로 3나노 칩을 양산하기 시작한 삼성은 한때 TSMC의 수율을 크게 웃돈다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2023년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3나노 공정을 안정적인 수율로 양산하고 있다”며 “고객사들이 3나노 파운드리를 평가하고, 테스트 칩을 제작하는 곳도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사진=삼성전자>

그러나 최근 TSMC의 3나노 선단 공정 가동률이 100%를 달성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오히려 삼성전자의 3나노 공정 기술력이 뒤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파운드리 가동률이 낮다는 것은 고객사의 선택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고, 이는 삼성이 3나노 공정에서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초미세 공정인 2나노에서도 TSMC가 삼성전자에 훨씬 우세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TSMC가 올 하반기부터 양산 예정인 2나노 첨단 공정이 양산에 돌입한 이후 4개 분기 만에 완전 가동률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 봤다. 이는 역대 어떤 공정보다도 빠른 속도다.

TSMC도 올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2나노 공정 양산 초기 2년 동안의 새로운 설계는 3나노 및 5·4나노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스마트폰과 HPC(고성능컴퓨팅) 애플리케이션이 파운드리 수요를 견인할 것이다”고 점쳤다.

또한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애플 외에도 퀄컴, 미디어텍, 인텔, AMD 등 2나노 공정 기술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며 “주요 고객사의 2나노 적용은 TSMC의 2나노 선단 공정의 높은 가동률 유지에 기여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TSMC가 3나노에 이어 2나노까지 파운드리 선단 공정 수요를 빠르게 선점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글로벌 시장 내 TSMC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TSMC의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67.1%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8.1%를 기록한 삼성전자였다. 이에 따라, 삼성과 TSMC 간 점유율 격차는 무려 59.0%p나 됐다. 세계 2위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도 삼성 파운드리가 TSMC를 따라잡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워졌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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