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 11.2% 증가한 7009억달러
HBM, 메모리 분야 성장 주도…HBM 시장 성장률 81% 전망
‘HBM 투톱’ 삼성·SK, 이르면 하반기부터 실적 개선 본격화
K-반도체 슈퍼 사이클, 내년에도 지속…“반도체 성장 주도”

AI(인공지능) 열풍에 힘입어 핵심 메모리로 부상한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HBM 업황 약진과 함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K-반도체 진영의 기업가치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특히 D램 등 범용 메모리 칩이 주도했던 반도체 산업이 HBM 훈풍을 타고 ‘슈퍼 사이클’에 접어들 것이란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당장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K-반도체가 하반기에도 초호황기를 맞아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선두 주자로 도약할 것이란 장미빛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26일 글로벌 반도체 시장조사기관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 규모는 7009억달러(약 956조3781억원)로 추정됐다. 이는 지난해 6305억달러(약 860조3173억원) 대비 11.2% 증가한 수치다.
WSTS는 “올해 AI, 클라우드 시설, 첨단 소비자 전자 제품 등에서 반도체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주력 사업으로 삼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가 크게 약진할 것으로 점쳐졌다.
WSTS에 따르면, 올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 전망치는 1848억달러(약 252조1966억원)로, 지난해 1655억달러(약 225조8579억원) 대비 11.7% 확대될 것으로 관측됐다.
메모리 시장의 급성장을 선도할 품목으로 AI 시대 핵심 메모리인 HBM이 지목됐다. WSTS는 올해 HBM 시장 규모가 지난해 대비 무려 81%나 급증할 것으로 예측했다. 메모리 분야 중에서 단연 독보적인 성장률이다.

이같은 낙관적인 전망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쾌재를 부르고 있다. 글로벌 HBM 시장에서 두 업체가 시장을 독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SK하이닉스의 전 세계 HBM 시장 점유율은 52.5%로, 과반을 넘겼다. 삼성전자도 42.4%나 됐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점유율 합산은 94.9%로, 사실상 K-반도체가 대부분의 HBM을 생산·공급하고 있다.
K-반도체가 글로벌 HBM 시장을 선도할 수 있었던 것은 타에 추종을 불허하는 기술력 덕분이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첨단 기술개발을 주도하며 HBM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확보했다.
2013년 세계 최초로 HBM을 개발한 SK하이닉스는 HBM의 발전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3년에는 업계 최고 성능의 5세대 HBM ‘HBM3E’를 개발하며 ‘AI 메모리 최강자’로 우뚝 섰다. 세계 최초로 HBM3E 8단 제품을 엔비디아에 납품하기 시작한 SK하이닉스는 현존 HBM 최대 용량인 36GB를 구현한 HBM3E 12단 제품 양산에 돌입하며 ‘HBM 1등 굳히기’에 들어갔다.
SK하이닉스는 올해 들어 HBM3E 12단 공급에 더욱 매진하고 있다. 이에 올 2분기 HBM3E 12단 제품의 매출 비중은 HBM3E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SK는 엔비디아와의 파트너십 강화에 더욱 주력하고 있다. HBM4 12단 제품을 올 하반기 본격 양산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SK하이닉스는 올 3월 세계 최초로 주요 고객사들에게 HBM4 12단 샘플을 공급하며 글로벌 톱 자리를 재확인했다. 시장에서는 HBM4 경쟁에서 가장 앞서 있는 SK하이닉스가 이미 내년 물량까지 ‘완판(솔드아웃)’ 한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 HBM4 12단 샘플. <사진=SK하이닉스>
SK에 ‘메모리 최강자’ 타이틀을 내준 삼성전자도 HBM 역량 강화에 사활을 걸었다.
삼성은 지난해 2월 24Gb D램 칩을 TSV(실리콘관통전극) 기술로 12단까지 적층한 업계 최대 용량의 36GB HBM3E 12H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며 HBM 시장 지배력을 빠르게 키워 나갔다. 그러나 AI 비전을 강력히 추진 중인 SK하이닉스에 HBM 주도권을 빼앗기면서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은 실적 부진에 직면했다.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올 1분기 영업익은 1조1000억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2분기 6조4500억원의 영업익을 기록하며 실적 반등의 신호탄를 쏘는 듯했던 DS 부문은 3분기 3조8600억원으로 반토막 났고, 4분기엔 2조9000억원으로 추락하며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겼다. 올해 들어서도 반도체 영업익이 1조원선을 겨우 넘기며 최근 5개 분기 중 가장 낮은 실적을 기록했다.
삼성은 최근 성능을 개선한 HBM3E 개선 제품을 양산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를 통해 올 2분기 본격적으로 제품 공급을 확대하고, 늦어도 하반기부터는 HBM3E 12단 제품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자신했다.
김재준 삼성전자 DS 부문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앞서 1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주요 고객사에 HBM3E 개선 제품의 샘플 공급을 완료했고, 올 2분기부터 판매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HBM 판매량은 올 1분기 저점을 찍은 후 매 분기 계단식으로 회복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노력으로,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대항마로 거론되는 AMD에 HBM3E을 전격 공급하면서, 자존심 회복의 발판을 마련했다. 최근 AMD는 신형 AI 반도체 ‘MI350’ 시리즈에 삼성전자의 5세대 HBM ‘HBM3E’ 12단 제품을 탑재했다고 공식화했다. AMD가 삼성 HBM 탑재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상연 삼성전자 DS 부문 미국총괄(DSA) 부사장은 SNS를 통해 “AMD의 차세대 플랫폼에 HBM을 제공하게 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는 고성능·고효율·혁신이라는 공통된 목표 아래 이어온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HBM3E 12H. <사진=삼성전자>
시장에서도 K-반도체가 HBM을 중심으로 AI 반도체 생태계에 깊숙이 연결돼 있는 만큼, 삼성·SK 모두 하반기에 AI 시대 슈퍼 사이클에 올라탈 것이라는 낙관론이 확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두 회사의 주가도 당분간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이란 보고서가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 업계 고위 관계자는 “AI 투자 증가에 따른 HBM 수요 증가와 차세대 HBM4 조기 양산 등 첨단 반도체 분야가 더욱 고도화 할수록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은 더욱 확실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K-반도체의 슈퍼 사이클이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도 제기된다. 실제 WSTS는 내년도 글로벌 메모리 시장 성장률이 16.2%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WSTS는 “내년에 메모리 부문이 다시 한번 반도체 성장을 주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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