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빅테크 단체, 상무장관에 ‘디지털 무역 장벽’ 철폐 요청 서한
망 사용료·플랫폼 규제·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 제한 등 지적
국내 ICT 업계 “빅테크 공룡으로부터 국내 산업 기반 지켜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빅테크 업계가 또다시 망 사용료, 플랫폼 규제, 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 제한 등을 ‘디지털 무역 장벽’으로 규정하며 미 정부를 통해 전방위적 압박에 나서고 있다. 이에 국내 ICT 업계는 “미래 산업의 주권을 흔드는 과도한 요구”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21일 ICT 업계에 따르면, 미국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는 오는 25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 상공회의소 등 5개 단체와 공동으로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한국 시장의 디지털 무역 장벽 해소에 나서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CCIA는 구글, 메타, 아마존,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을 회원사로 둔 단체로, 이들의 입장은 사실상 미국 ICT 업계의 목소리로 여겨진다.
이들은 서한에서 “한국 정부가 △망 사용료 △플랫폼 규제 입법 △정밀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제한 △AI 기본법 △클라우드 보안인증(CSAP) 등을 통해 미국 기업에 불리한 보호무역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미국 기업에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는 협정을 받아내야 한다”며 “미국의 주요 동맹 가운데 유일하게 지도 데이터 반출을 막는 국가”라고 지적했다.
조너선 맥헤일 CCIA 부회장은 “이번 정상회담은 이 문제를 다룰 유례없는 기회”라며 “한국이 공정하고 개방적인 시장을 향해 나아가도록 양국 정부가 기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미국의 압박에 국내 ICT 업계는 복잡한 속내를 드러내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국내 산업 생태계가 뿌리부터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특히 플랫폼 업계는 ‘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 요구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1:5000 축척의 고정밀 지도는 자율주행, 증강현실(AR), 스마트시티 등 미래 신산업의 핵심 데이터로, 구글이 이 데이터를 확보할 경우 막대한 자본과 기술력을 앞세워 국내 미래 산업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한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유튜브, 넷플릭스가 국내 시장을 장악한 것처럼 지도 기반의 서비스 시장마저 글로벌 공룡에게 내줄 수 있다”며 “이는 단순히 기업 간의 경쟁 문제를 넘어 국가의 데이터 주권과 직결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통신 업계도 마찬가지다. 현재 구글(유튜브 포함), 넷플릭스,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3사는 국내 전체 트래픽의 42.6%(2023년 과기정통부 기준)를 차지하면서도 망 사용료는 내지 않고 있다. 반면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기업들은 훨씬 적은 트래픽을 유발하면서도 매년 수백억 원의 비용을 부담하고 있어 ‘역차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트래픽의 절반 가까이를 유발하는 글로벌 빅테크들이 비용 분담을 외면하는 것은 명백한 무임승차”라며 “이러한 불공정이 지속되면 결국 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이용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미국 ICT 업계가 요구하는 플랫폼 규제 철회에 대해서는 국내 플랫폼 업계도 싫어하지 않는 눈치다. 플랫폼 규제가 시행되더라도 글로벌 빅테크에 대한 실효성은 떨어지는 반면, 국내 기업에게만 족쇄를 채우게 될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법안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모든 정책의 결과가 취지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면서 “지금 상황에서 무리해서 입법을 강행할 경우, 정작 미국 빅테크들을 규제하지 못하면서 국내 기업들만 옥죌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동일 기자 / same91@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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