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노조 “성과급 더 내 놔라”…최태원 “5000% 받아도 행복해지는 건 아냐”

시간 입력 2025-08-21 17:30:00 시간 수정 2025-08-22 18: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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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20일 ‘SK그룹 본사’ SK서린빌딩서 집회…피켓 시위도
사실상 사측 압박 카드…노조 “성과급 지급 상한선 없애야”
사측 “교섭 결렬 안타까워”…‘기본급의 1700%+α PS’ 제시
최태원, 이천포럼서 “보상에만 집착하면 미래 제대로 못 봐”
“SK, ‘반도체 1등’이나 여전히 불안 존재”…경쟁력 저하 우려

최태원 SK그룹 회장(가운데)이 8월 20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이천포럼 2025’ 폐막 세션에서 구성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SK>
최태원 SK그룹 회장(가운데)이 8월 20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이천포럼 2025’ 폐막 세션에서 구성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SK>

SK하이닉스가 AI(인공지능)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독주 체제를 굳히고 역대급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내부에선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간 충돌로 큰 진통을 겪고 있다. 최근 사측이 성과급 지급 상한선 초과분에 대해 추가 협상 의지를 내비쳤으나 노조는 ‘상한 없는 지급’ 방침을 고수하면서, 노사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일각에선 더 완강해진 SK하이닉스 노조가 사상 첫 파업에 나설 수도 있다는 분석마저 내놓는다.

이런 와중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하이닉스의) 성과급이 5000%까지 늘어난다고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고 밝히면서 노사 간 성과급 전쟁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노조는 하루 전인 20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는 지난 6일 SK하이닉스 청주캠퍼스에서 창사 이래 처음으로 진행한 ‘조합원 총력 투쟁 1차 결의 대회’, 12일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에서 실시한 ‘2차 결의 대회’ 이후 세 번째 단체 행동이다.

이번 집회에는 약 250여 명의 노조원이 운집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SK그룹의 그림자 통제 해체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피켓 시위를 벌였다.

노조가 집회를 열었던 이날은 공교롭게도 최 회장을 비롯해 그룹 경영진 200여 명이 참석하는 ‘이천포럼 2025’ 마지막 날 행사가 열리는 날이었다. 이를 두고 노조가 최 회장과 SK그룹에 직접적으로 자신들의 요구 사항을 전하기 위해 이날 집회를 진행한 것 아니겠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SK하이닉스 노조가 이천·청주캠퍼스에 이어 SK그룹의 본사인 SK서린빌딩에서도 단체 행동에 나선 것은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간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는 까닭이다.

SK하이닉스 노사는 지난 5월부터 지난달까지 총 10차례에 걸쳐 임금 교섭을 벌였다. 그러나 성과급 지급 상한을 두고 노사 입장이 서로 엇갈리면서 합의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연간 영업익 23조4673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에 올 초 구성원들에게 기본급 1500%의 ‘PS(초과이익분배금)’와 격려금 차원의 자사주 30주를 지급했다.

그러나 노조와 구성원들이 이보다 더 높은 수준의 성과급이 지급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노사 간 갈등이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PS는 ‘PI(생산성격려금)’과 함께 SK하이닉스의 대표적인 성과급 제도다. 연간 실적에 따라 매년 1회 연봉의 최대 50%(기본급의 1000%)까지 지급한다.

이를 고려할 때 올 초 구성원들에게 지급된 PS는 상당히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기존 기본급의 1000%보다 더 확대한 1500%의 성과급을 지급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 직원의 월 기본급이 300만원이라고 가정한다면 기존의 PS 기준으로는 기본급의 1000%인 3000만원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상향된 기준으론 무려 4500만원을 받게 된다. 기존보다 5개월치 월급과 맞먹는 성과급을 더 받는 셈이다.

SK하이닉스 직원 연봉은 기본급과 업적금으로 나뉜다. 비율은 3 대 2다. 이에 월 기본급으로 300만원을 받을 시 연간 기본급 3600만원과 업적금 2400만원 등 총 6000만원의 연봉을 수령한다. 여기에 1500%의 성과급까지 받으면 총 보수액은 1억500만원으로 불어난다. SK하이닉스 구성원 대다수가 억대 연봉자가 되는 것이다.

SK하이닉스 직원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올해 1월 급여 명세서.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SK하이닉스 직원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올해 1월 급여 명세서.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실제로 최근 SK하이닉스에 근무하는 직원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신의 급여 명세서를 공개하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해당 직원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 1월 급여 명세서를 올리고, “1월에 받은 총 보수액이 5689만8587원이다”고 밝혔다. 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성과급이었다. 그는 무려 5078만9300원의 성과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웬만한 직장인 연봉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그러나 노조는 기본급의 1500%에 달하는 PS에 만족하지 못했다. 이들은 2021년 노사 합의에 명시된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조항을 앞세워 더 많은 PS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SK하이닉스 노사는 올 5월부터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아 성과급 지급률을 놓고 열띤 공방을 벌이고 있으나 간극을 좁히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와중에 사측은 올 6월 열린 ‘2025년 제8차 임금 교섭’에서 기존 기본급의 1000%까지 지급하는 PS를 1700%로 상향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해당 지급률이 적용되면 월 기본급이 300만원인 직원의 PS는 5100만원에 달한다.

또 영업익의 10% 중 1700%의 PS를 지급하고도 남은 재원의 절반은 구성원들의 PS 재원으로 사용하는 방안도 내놨다.

일례로 이전해에 30조원의 영업이익을 냈을 때 10%인 3조원을 PS 재원으로 활용한다. 이 가운데 최대 1700%를 PS로 지급하고, 이후 남은 재원의 절반을 적립해 다시 구성원들에게 돌려준다는 게 사측의 제안이다.

이후 지난달 말 열린 ‘2025년 제10차 교섭’에서 사측은 PS 지급 상한선을 1700%+α로 상향하고, 지급 한도 초과분 규모 및 지급 방식을 추가 논의하자고 재차 밝혔다. 그러나 노조는 상한 없이 성과급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사측의 제시안을 거부했다. 이렇게 SK하이닉스 노사의 교섭은 결렬됐다.

이후 노조는 잇따라 결의 대회와 집회를 열고, 사측을 강하게 압박하기 시작했다. 사측은 노조의 단체 행동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지난 12일 신상규 SK하이닉스 기업문화담당 부사장은 ‘함께하는 더(THE) 소통’ 행사에서 ‘현재 임금 교섭에 대한 사측 입장’을 묻는 구성원의 질문에 “10차례 교섭을 했지만, 노사 간 간극을 줄이지 못했다”며 “끝내 협상이 결렬된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사진=연합뉴스>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사진=연합뉴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측은 노사 양측이 양보와 대화를 통해 성과급 지급 상한을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정하자며 노조를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측은 노조가 주장하는 상한 없는 PS 지급은 사실상 실현 불가능하고, 지속가능한 수준의 상한선을 설정해 노사가 함께 상생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노조는 지난 2023년 7조7000억원에 달하는 영업 적자를 낼 당시 구성원들이 어려움을 함께 감내했다는 점을 들어, 이번에는 ‘역대급’ 실적에 따른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업계에선 노조가 주장하는 성과급의 상한 없는 지급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실제 총 파업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SK하이닉스 내부에서 시작된 노사 갈등은 이제 회사 담벼락을 넘어 SK그룹에까지 비화하는 모양새다.

최 회장은 하루 전인 20일 열린 이천포럼의 ‘슬기로운 SK생활’ 행사에서 “(SK하이닉스 구성원들이) 성과급 1700%에도 만족하지 못한다고 들었다”며 “3000%, 5000%까지 늘어난다고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상에만 집착하면 미래를 제대로 볼 수 없다”며 “이는 근시안적인 접근이다”고 안타까워했다.

아울러 최 회장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1등 기업으로 올라섰지만 여전히 불안이 존재한다”고 우려했다. SK하이닉스가 AI 핵심 메모리인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경쟁자들의 도전이 점차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노사 간 충돌 심화로 반도체 경쟁력이 저하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한편 SK하이닉스 노사는 다음주 중 ‘제11차 임금 교섭’에 나설 예정이다. 최 회장이 이번 사안을 직접 거론하고 나선 가운데 노사가 협상 테이블에서 합의점을 도출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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