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정상회담에 209조 ‘돈 보따리’ 풀었다…“이재용·최태원, 젠슨황과 AI칩 공급 논의”

시간 입력 2025-08-27 07:00:00 시간 수정 2025-08-26 18: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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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워싱턴 D.C.서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개최
항공·자동차·조선 등 대규모 대미 투자 계획 잇따라 발표
조원태 70조원 투자…정의선, 기존 210억불에 50억불 추가 투자
한화·HD현대·삼성 ‘조선 3대장’, 마스가 프로젝트 구체화 앞장
글로벌 불확실성에 K-반도체는 ‘침묵’…기존 투자 의지 재확인
이재용·최태원·젠슨 황, 삼자대면…AI 칩·HBM 협력 논의 한 듯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국내 재계 총수들이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한·미 정상회담에 경제 사절단으로 동행해 1500억달러(약 209조100억원)에 달하는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특히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로 대표되는 조선업을 비롯해 항공, 자동차, 원자력, 핵심광물 등에서 대규모 대(對)미 투자가 확정됐다.

다만 큰 관심을 모았던 반도체 분야에선 아직 투자 계획이 확정되지 못했다. 이미 수십~수백조원을 투입해 미 현지에 반도체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SK는 추가 투자에 앞서 글로벌 불확실성을 면밀히 살핀 후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 양국 주요 산업계 인사들은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윌라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해 양국간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 대통령과 트럼트 대통령의 정상회담에 맞춰 개최된 이번 라운드 테이블에는 양국 정부 관계자 및 기업인 등 40여 명이 자리했다.

한국 정부에서는 이 대통령과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장관, 조현 외교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주미 대사로 내정된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기업인중에서는 류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상현 롯데 부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허태수 GS 회장, 조원태 한진 회장, 이재현 CJ 회장, 구자은 LS 회장,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최수연 네이버 대표 등 16명이 자리했다.

미국 정부에서는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이 참석했고, 현지 기업인중으로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를 비롯해 사모펀드 칼라일그룹의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공동 회장, 반도체 장비 업체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의 게리 디커슨 CEO, 세계 최대 무인기 업체 제너럴아토믹스의 린든 블루 CEO, 미국 3대 SMR(소형모듈원자로) 기업 엑스에너지의 클레이 셀 CEO, AI(인공지능) 방산 기업 안두릴인더스트리의 팔머 러키 창업자 등이 자리했다.

이 외에도 실판 아민 GM(제너럴모터스) CRO(최고연구책임자), 제이슨 권 오픈AI CSO(최고전략책임자), 마이클 윌리엄 록히드마틴 사장, 게리 콘 IBM 부회장, 사미르 사맛 구글 사장 등 21명이 참석했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맨 오른쪽)이 8월 25일 미국 워싱턴 D.C. 윌라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행사를 주관한 류진 한경협 회장은 “한국 기업들은 미국과 글로벌 시장을 함께 견인하며 제조업 르네상스의 새 시대를 열기 위해 1500억달러의 대미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며 “AI(인공지능)·반도체·바이오 등 첨단 산업에서부터 조선·원자력 등 전략 산업, 공급망과 인재 육성에 이르기까지 한국과 미국이 함께 한다면 제조업의 새로운 황금시대를 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혁신 역량에 한국의 높은 제조 기술이 결합되면 양국은 최상의 시너지를 만드는 파트너가 될 것이다”며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은 단순히 생산 시설 확대를 넘어 AI·반도체 등 첨단 산업에서부터 조선·원자력 같은 전략 산업까지 공급망과 기술을 공유하는 큰 틀의 상생 협력을 추진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한·미 협력이 그간 양국 발전의 원동력이 됐다는 점에 공감한 우리 기업인들은 새로운 시대를 맞아 양국 협력을 더욱 강화할 것을 다짐했다. 이어 한·미 협력을 위한 선물로서 대미 투자 계획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날 대미 투자의 첫 포문을 연 인물은 조원태 회장이었다. 이날 대한항공은 70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보잉의 차세대 고효율 항공기 103대를 추가 도입하고, GE에어로스페이스로부터 항공기 예비 엔진 구매 및 엔진 정비 서비스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보잉 항공기 구매 규모는 50조원에 달한다. 항공기 엔진은 1조원, 엔진 정비 서비스 계약은 18조2000억원 등이다.

정의선 회장도 거금을 투자 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2028년까지 4년 간 미국에 총 260억달러(약 36조2986억원)를 투자키로 했다. 이는 지난 3월 미국에 210억달러를 투자키로 한 계획보다 50억달러 더 확대된 규모다.

정 회장은 36조원 가량의 재원을 자동차, 제철, 로봇 등 분야에 쏟아 부어 미 주요 산업 내 영향력을 확대하고, 한·미 경제 협력의 폭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8월 25일 미국 워싱턴 D.C. 윌라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리셉션에 참석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소개로 미국 기업인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화·HD현대·삼성은 마스가 프로젝트를 구체화하기 위한 발걸음을 재촉키로 했다. 마스가 프로젝트는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 중 1500억달러를 차지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먼저 김동관 부회장은 한화오션이 보유한 미 현지 한화 필리조선소를 중심으로 조선 경쟁력을 끌어 올리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특히 한화는 스마트 시스템 도입, 인력 재훈련, 기술이전 등을 통해 2035년까지 현재의 10배 이상의 건조 능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한화 필리조선소 추가 투자를 비롯해 현지 조선소 추가 인수도 검토키로 했다.

정기선 부회장은 미국 조선 산업 재건을 위해 수십억달러 규모의 투자 프로그램 조성에 나선다. HD현대는 이날 미 서버러스캐피탈, KDB산업은행과 함께 수십억달러 규모의 ‘한·미 조선 산업 공동 투자 프로그램 조성을 위한 MOU’를 맺었다. 이번 MOU를 계기로 HD현대는 미 조선업·해양 물류 인프라·첨단 해양 기술 등을 포함해 미국과 동맹국의 해양 역량을 재건·강화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이재용 회장도 마스가 프로젝트에 발을 담궜다. 삼성중공업은 미 비거마린그룹과 ‘미 해군 지원함 유지·보수·정비(MRO) 등에 관한 전략적 MOU’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삼성은 미국 해군·해상수송사령부 MRO 사업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게 됐다. 삼성중공업은 향후 협력 범위를 확대해 미 파트너 조선소와의 공동 건조도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현재 삼성은 한화나 HD현대와 달리 방산 특수선을 건조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번 MOU를 통해 미 해군 MRO 사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8월 25일 미국 워싱턴 D.C. 윌라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리셉션에 참석해 미국 기업인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항공, 자동차, 조선 등 분야에서 대미 투자 계획이 잇따라 발표된 것과 달리 세간의 관심을 받았던 반도체에선 별다른 투자 계획이 공개되지 않았다.

특히 삼성전자의 침묵에 의아해하는 시각도 많았다. 당초 업계에서는 최근 테슬라, 애플과 잇따라 초대형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공급 계약을 맺은 삼성이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 텍사스주 테일러공장에 대한 추가 투자를 발표할 것으로 점쳐져 왔다. 그러나 이재용 회장은 반도체 투자와 관련해 말을 아꼈다. SK하이닉스를 오늘날 ‘메모리 최장자’로 키워낸 최태원 회장도 마찬가지였다.

K-반도체는 트럼프 행정부의 반도체에 대한 품목별 관세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여전히 상존하는 만큼 당장 추가 투자 계획을 내놓기 보단 현 상황을 면밀히 살핀 이후 추가 투자를 검토할 것으로 해석된다.

대신 삼성과 SK는 현재 추진 중인 미 현지 반도체 생산 거점 구축 의지에 변함이 없음을 재확인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1년 미 텍사스에 170억달러 규모의 파운드리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현재 건설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2030년까지 약 370억달러 이상을 투자해 미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 중인 반도체 생산 공장에 추가로 신규 공장을 건설하고, 패키징 시설과 첨단 연구개발(R&D) 시설을 신축키로 했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4월 미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38억7000만달러를 투자해 차세대 HBM 등 반도체 생산 시설을 짓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에 AI용 AVP(어드밴스드패키징) 생산 기지를 구축하는 것은 SK하이닉스가 최초다. SK는 인허가 등 공장 설립을 위한 사전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윌라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리셉션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이날 이재용 회장과 최태원 회장, 그리고 AI 반도체 공룡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 세 사람이 한 자리에 모여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됐다. 경쟁사이면서도 협력사 관계에 있는 이들 기업 수장들이 함께 담소를 나눴다는 소식에 업계는 큰 관심을 나타냈다.

업계 안팎에선 이 회장과 최 회장이 황 CEO와 함께 AI·반도체 협력 방안은 물론 차세대 HBM 경쟁력 강화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AI 반도체에 탑재되는 HBM 제품을 대량 납품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엔비디아에 6세대 HBM인 ‘HBM4’ 샘플을 전달하고, 납품을 위한 품질 테스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김용범 정책실장은 브리핑을 통해 “엔비디아 슈퍼 컴퓨터에 최적화된 첨단 반도체 칩을 SK와 삼성이 제공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며 “AI 산업에서 양국의 협력 가능성을 재확인한 것이다”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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