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AI 메모리 최강자’ 재도약…엔비디아에 GDDR7 공급, HBM4도 노린다

시간 입력 2025-09-11 07:00:00 시간 수정 2025-09-10 17:3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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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저사양 AI 반도체 ‘B40’, 중국 내 수요 급증
삼성에 최신 그래픽용 D램 ‘GDDR7’ 공급 확대 요청
엔비디아 러브콜 받은 삼성, 이르면 이달 중 증산 돌입
젠슨 황 “삼성 GDDR7 최고!”…삼성, GDDR 패권 확보

AI(인공지능) 반도체 공룡 엔비디아가 미국 정부의 대(對)중국 수출 규제에 대응해 기존 AI 칩보다 사양을 낮추고 가격을 대폭 인하한 중국용 AI 반도체 양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내 AI 칩 수요가 시장의 예상보다 더 빠르게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발 낭보에 삼성전자는 반색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중국용 AI 반도체에는 HBM(고대역폭메모리) 대신 그래픽용 D램이 탑재되기 때문이다. 그래픽용 D램 분야에서 가장 앞서 나가고 있는 삼성은 엔비디아에 제품 공급을 더욱 늘릴 것으로 기대된다. SK와의 HBM 주도권 다툼에서 고전하고 있는 삼성으로서는 그래픽용 D램을 앞세워 엔비디아와의 파트너십을 더욱 공고히 한다는 구상이다.

11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최근 엔비디아는 삼성전자에 중국용 AI 반도체 ‘B40’에 들어가는 최신 그래픽용 D램 ‘GDDR7’ 공급 확대를 요청했다.

엔비디아가 삼성에 더 많은 GDDR7을 납품해 달라고 주문한 것은 B40의 인기가 가파르게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시장에선 B40의 연간 출하량이 100만대 수준일 것으로 점쳤다. 그러나 올해 3분기 들어 중국 내 수요가 급증하면서 엔비디아는 추가 물량 생산에 속도를 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 B40로 통용되는 ‘RTX PRO 6000’은 엔비디아가 중국을 겨냥해 내놓은 저사양 AI 반도체다.

엔비디아가 저사양 AI 반도체를 내놓은 것은 미국 정부의 강도 높은 대중 제재 때문이다. 앞서 올 4월 엔비디아는 미 정부로부터 첨단 AI 칩 ‘H20’을 중국에 수출할 때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통보를 받은 바 있다. 5월엔 해당 규제가 무기한 적용될 것이라는 통지를 받았다.

이와 관련 엔비디아측은 “미 정부는 이번 대중 제재와 관련해 H20이 중국의 슈퍼 컴퓨터에 사용되거나 전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근거로 들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12나노급 ‘24Gb GDDR7 D램’. <사진=삼성전자>

H20은 미국의 대중 수출 통제가 강화된 이후,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을 노리고 만든 첨단 GPU(그래픽처리장치)로, 중국에 합법적으로 수출되는 반도체 중 최고급 사양 AI 칩이다. 연산 능력은 낮지만 고속 메모리 및 기타 칩과의 연결성이 뛰어나 슈퍼 컴퓨터 제조 시 반드시 사용되는 칩으로 알려졌다.

비록 엔비디아의 첨단 AI 반도체 ‘블랙웰’에 견줄 수는 없지만, H20의 성능은 이미 입증된 상태다. 올 1월 저가형 AI 모델을 선보이며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킨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는 AI 모델 학습에 H20을 적극 활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H20에 들어가는 HBM을 개선한 덕분으로 보인다. 기존 H20에는 4세대 HBM인 ‘HBM3’가 탑재됐다. 그러나 최근 성능 업그레이드를 통해 SK하이닉스 등이 공급하는 5세대 HBM ‘HBM3E’ 8단을 장착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H20의 중국 수출이 불가능해지면서 엔비디아는 저사양 AI 칩 양산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세웠다. 그렇게 탄생한 제품이 바로 B40다.

실제 B40은 성능 측면에서 다운그레이드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일반적으로 AI 반도체에 탑재되는 핵심 메모리 HBM 대신 그래픽용 D램 GDDR7을 채택해 눈길을 끌었다.

대역폭 4096GB의 HBM이 들어간 H20은 미 정부의 대중 수출 규제 대상이다. 이를 고려해 엔비디아는 HBM을 빼고 GDDR7을 넣어 B40의 대역폭을 1700GB 미만으로 낮췄다.

대역폭이 좁은 만큼 GDDR의 속도는 HBM보다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다. 다만 전력 소모가 적고 가격이 합리적이라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이에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등 모바일 IT 기기에 적합한 메모리로 평가된다.

일각에선 IT 기기에서 온디바이스(On device) AI를 원활하게 구동하기 위해 전력 효율이 매우 중요한 만큼 HBM보다 GDDR을 탑재하는 것이 더 낫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최신 그래픽용 D램인 GDDR7은 이전 세대보다 속도도 대폭 향상돼 성능 면에서도 HBM에 비적할 만한 메로리로 평가된다. 기술 표준 상 GDDR7 메모리의 최대 속도는 48Gbps로, 이전 제품의 두배 수준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지난 3월 20일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엔비디아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5’에 마련된 삼성전자 전시 부스를 찾아 삼성 ‘GDDR7’에 남긴 친필 사인. <사진=연합뉴스>

양산된 B40는 중국 시장 공략의 새로운 첨병으로 자리매김했다. 중국 AI 반도체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B40 생산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엔비디아는 삼성전자에 GDDR7 공급 물량을 늘려 달라고 요청하며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 모습이다.

엔비디아의 러브콜을 받은 삼성전자는 그래픽용 D램 생산라인 정비를 마치는 대로 이르면 이달 중 증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엔비디아로부터 날아든 호재를 놓치지 않는다는 포부다. 업계 최초로 GDDR7을 개발하는 데 근간이 됐던 기술 초격차 전략을 토대로 그래픽용 D램 패권을 거머쥔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10월 삼성전자는 1b(10나노급 5세대) 공정 기반 그래픽 D램 신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삼성의 12나노급 ‘24Gb GDDR7 D램’은 업계 최고 사양을 구현한 제품으로, 24Gb의 고용량과 40Gbps 이상의 속도를 자랑한다. 전작 ‘16Gb GDDR7 D램’ 대비 용량, 성능, 전력 효율 모두 크게 향상됐다.

이번 신제품은 12나노급 미세 공정이 적용돼 동일한 패키지 크기에 셀 집적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전작 대비 용량이 50%나 향상됐다. 또한 ‘PAM3 신호 방식’을 통해 그래픽 D램 중 업계 최고 속도인 40Gbps를 구현했고, 사용 환경에 따라 최대 42.5Gbps의 성능을 뽐낸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이번 제품부터 저전력 특성이 중요한 모바일 제품에 적용되는 기술도 전격 도입했다. 이에 전력 효율을 30% 이상 크게 개선했다. 제품 내 불필요한 전력 소모를 줄이는 ‘클락 컨트롤 제어 기술’과 ‘전력 이원화 설계’ 등을 통해 제품의 전력 효율을 극대화했다.

최신 그래픽용 D램은 PC, 게임 콘솔 등 기존 제품의 응용처를 넘어 AI 워크스테이션, 데이터센터 등 고성능 제품을 필요로 하는 분야에 다양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는 삼성의 GDDR7은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로 부터 호평을 받기도 했다. 황 CEO는 지난 3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엔비디아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5’에 마련된 삼성전자 전시 부스를 찾아 GDDR7을 살펴봤다.

특히 황 CEO는 해당 제품에 ‘삼성(SAMSUNG)’, ‘GDDR7 최고!(GDDR7 Rocks!)’, ‘RTX는 계속된다(RTX ON!)’는 단어와 함께 친필 사인을 남기기도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8월 25일 미국 워싱턴 D.C. 윌라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리셉션에 참석해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포옹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GDDR 공급망에서 엔비디아와 끈끈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삼성전자는 경쟁사인 SK하이닉스보다 그래픽용 D램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가 올해 GDDR7 생산 일정과 용량에서 앞서나가며 글로벌 시장 점유율 70% 정도를 차지할 것이다”고 관측했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 역시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B40에 들어가는 GDDR7의 제1공급사가 될 것이다”며 “연간 약 3억8400만달러(약 5333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그래픽용 D램을 중심으로 삼성전자와 엔비디아 간 밀월이 날로 깊어지는 가운데, HBM 분야에서도 양사 간 협력이 강화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현재 삼성은 올 하반기에 HBM4를 양산하겠다고 선언하고, AI 메모리 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HBM4에 1c(10나노급 6세대) D램을 도입키로 해 경쟁사를 긴장케 하고 있다. 가장 미세화된 1c 기술은 메모리 성능을 높이고 전력 소비를 줄이는 첨단 선행 기술로, HPC(고성능 컴퓨팅)와 AI 반도체의 진보에 있어 필수 기술로 여겨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HBM4는 고객사 일정에 맞춰 기존 계획대로 올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며 “1c 기반 HBM4 개발을 완료해 주요 고객사에 샘플을 이미 출하했다”고 밝혔다. 고객사가 어디인지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으나 업계에선 엔비디아로 추정한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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