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이혼 소송 누구 손 들어줄까…SK 지배구조 위기 오나, SK실트론 매각은 ‘안갯속’

시간 입력 2025-09-22 07:00:00 시간 수정 2025-09-22 14:12:24
  • 페이스북
  • 트위치
  • 링크복사

대법원, 18일 전원합의체서 최·노 이혼 소송 사건 논의
“국민적 관심 높아 전원합의체서 심리될 가능성 있어”
최태원, 상고심서도 패소 땐 조 단위 재산 내줘야
사실상 지분 매각 뿐…SK그룹 지배구조에 타격 불가피
SK실트론 지분 매각 대안 부상…매물로 나왔지만 아직 지지부진

‘세기의 이혼 소송’으로 불리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상고심 결과가 조만간 나올 전망이다. 모든 대법관이 참여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에서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사건이 다뤄졌기 때문이다. 해당 사건은 전합에서 심리·선고할 사건으로 정식 회부되지 않았으나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건이어서, 대법관 전원이 사건 쟁점이 정리된 보고서를 받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전합에서 해당 사건을 심리할 경우 최 회장에 유리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만약 대법원이 항소심 재판부와 같이 노 관장의 손을 들어준다면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조 단위의 천문학적인 규모의 재산을 분할해줘야 한다. 이 경우, 최 회장이 보유한 지분을 매각하는 것 외에 달리 뾰족한 수가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지배력이 취약한 SK그룹으로서는 자칫, 큰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19일 법조계, 재계 등에 따르면 대법원은 이달 18일 대법관 13명이 모두 참여한 전합에서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상고심 사건을 논의했다.

이날 전합 논의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담당 재판부인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에서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거나 소부에서 재판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됐다면, 해당 사건은 추후 전합에서 심리 후 표결하게 된다. 이와 관련, 법조계와 재계는 상고심 재판부가 지난해 7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사건을 접수한 이래 1년 2개월째 길고 긴 심리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해당 사건을 전합으로 넘겨 판결을 내리는 것 아니냐는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만약 그렇게 되면 최 회장에게 유리한 상황이 조성될 것이란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항소심 판결에 법리적 오해와 증거 채택 오류 등이 있었다는 걸 밝히려면 소부보다는 전합에서 심리하는 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SK>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SK>

이와 반대로 대법원이 노 관장에 유리한 판결을 내릴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만약 그렇게 되면 최 회장은 항소심 판결에 따라 1조4000억원에 달하는 재산을 노 관장에 떼어줘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다.

앞서 지난해 5월 서울고법 가사2부(김시철, 김옥곤, 이동현 부장판사)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 재산 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최 회장이 지급해야 할 금액은 당시 전 재산 4조115억여 원의 35%에 달한다.

이는 2022년 12월 1심에서 위자료 1억원과 재산 분할로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것과 비교해 대폭 늘어난 금액이다. 그동안 알려진 재산 분할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최 회장이 거액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지분 매각 뿐이다. 그렇게 되면 최 회장의 SK그룹 지배력은 약화할 수밖에 없다.

현재 최 회장은 SK그룹의 지주사인 SK㈜를 비롯해 다수의 계열사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 회장은 올 6월 30일 기준 △SK㈜ 17.9%(1297만5472주) △SK디스커버리 0.12%(보통주 2만1816주)·3.22%(우선주 4만2200주) △SK케미칼 3.21%(우선주 6만7971주) △SK텔레콤 0.0%(303주) △SK스퀘어 0.0%(196주) 등을 보유 중이다.

이 중 SK㈜ 지분이 최 회장의 그룹 지배력의 원천이다. 따라서 SK㈜ 주식을 매각하는 것은 최 회장에게 치명적인 자충수가 될 수밖에 없다.

최 회장은 그룹 지주사인 SK㈜를 통해 주요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SK㈜는 SK이노베이션 55.5%, SK스퀘어 31.5%, SK텔레콤 30.6%, SKC 40.6%, SK네트웍스 43.9% 등 그룹 내 핵심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최 회장은 이혼소송에서 패소하더라도 탄탄한 지배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SK㈜ 지분을 사수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문제는 최 회장의 SK㈜ 지분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안정적인 수준이 아니라는 점이다.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지분 기준은 35% 수준이다. 그러나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최 회장측 SK㈜ 지분은 25.46%에 불과하다.

SK그룹내 지배구조가 취약한 상황에서 자금 마련을 위해 20%도 채 되지 않은 SK㈜ 지분에 손을 댈 경우, SK그룹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촉발될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사진=연합뉴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사진=연합뉴스>

앞서 ‘소버린 사태’를 겪은 바 있는 최 회장이 SK㈜ 지분을 매각해 현금을 마련할 가능성은 작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앞서 2003년 외국계 운용사인 소버린은 SK㈜ 지분을 14.99%까지 끌어올리며 SK의 최대 주주로 부상한 바 있다. 당시 소버린이 최 회장 퇴진 등을 요구하면서 위기가 극에 달한 바 있다.

이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최 회장이 노 관장에 재산을 분할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해법으로 SK실트론 지분 매각이 거론되고 있다. 최 회장은 SK실트론 지분 29.4%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17년 지주사인 SK㈜가 ㈜LG로부터 기업을 인수할 당시 총수익스왑(TRS) 형태로 지분을 인수한 것이다.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 SK실트론의 기업 가치는 무려 5조원대로 추산된다. 따라서 최 회장이 보유한 SK실트론의 지분 29.4%를 매각할 경우, 2조원에 가까운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를 감안하면 그룹 지배력과 연관이 큰 SK㈜ 지분에 변화를 주기보다는 SK실트론을 매각하는 편이 최 회장에게 매우 유리한 셈이다.

SK실트론은 이미 매물로 나온 상태다. SK그룹은 올해 초부터 국내 주요 사모펀드 운용사를 대상으로 SK실트론 매각을 추진해 왔다. 현재 한앤컴퍼니가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지목된다.

다만 수개월째 SK실트론 매각은 답보 상태를 이어 가고 있다. 이와 관련, SK 관계자는 “SK는 SK실트론에 대한 지분 매각을 포함해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이다”면서도 “그러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전했다.

SK실트론 매각이 어려울 경우, 최 회장은 천문학적인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새로운 해법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사진=SK>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사진=SK>

한편 이번 이혼소송 상고심의 최대 쟁점은 최 회장의 SK㈜ 주식이 두 사람의 공동 재산에 포함되는지 여부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을 ‘특유 재산’으로 인정해 분할 대상에서 제외했던 1심과 달리 2심에서는 SK㈜ 주식도 재산 분할 대상으로 인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300억원이 고(故) 최종현 전 회장 쪽으로 흘러 들어가 SK그룹의 종잣돈이 됐다고 봤다. 이에 따라 그룹 성장에 노 관장이 기여한 바가 크다고 판단했다.

당시 재판부는 “SK의 상장이나 이에 따른 주식의 형성, 그 가치 증가와 관련해 1991년경 노 관장의 부친인 고 노태우 전 대통령으로부터 최 회장의 부친 고 최종현 회장에게 상당한 자금이 유입됐다”며 “최종현 회장이 태평양증권(현 SK증권)을 인수하는 과정이나 SK그룹이 이동통신 사업 진출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이 방패막이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 회장은 항소심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SK그룹의 종잣돈은 고 노 전 대통령과 무관한 만큼 부부 공동 재산이 아닌 최 회장의 특유 재산이라는 것이다.

최 회장측은 민법 830조와 831조를 근거로 제시했다. 이 조항은 부부 한쪽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 재산 뿐 아니라 혼인 중 자신의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특유 재산’이 되고, 부부는 이를 각자 관리·사용·수익한다고 규정한다. 이른바 ‘부부별산제’ 채택을 선언한 것이다.

이를 근거로 최 회장측은 “혼인 중 단독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그 명의자의 특유 재산으로 추정되고, 취득에 있어 배우자의 협력이나 내조가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그 추정이 번복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기간 혼인 생활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배우자의 기여를 넓게 인정해 한쪽의 특유 재산을 일단 부부 공동 재산으로 취급해 분할 비율을 적당히 조절하는 방식으로 실무가 운영된다면 부부별산제 원칙은 형해화될 것이다”고 항변했다.

또한 최 회장측은 2심 재판부가 SK㈜ 모태가 된 대한텔레콤(현 SK C&C) 주식 가치를 잘못 계산한 것도 파기 사유라고 지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최초 판결문에 ‘선대 회장이 1994년 주당 8원에 취득한 대한텔레콤 주식이 1998년 주당 100원까지 올랐다’고 썼다가, 최 회장측이 오류라고 지적하자 주당 가격을 1000원으로 수정했다. 재판부는 “결론에 지장 없는 단순한 실수”라고 했지만, 최 회장측은 재산 분할 액수가 바뀔 수 있는 중대 사안이어서 재판 결과가 달라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