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AI 반도체’ 슈퍼 사이클 올라탔다…D램 가격 최대 30% ‘인상’, 실적 반등 ‘신호탄’

시간 입력 2025-09-24 07:00:00 시간 수정 2025-09-23 17:4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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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D램 시장 점유율 32.7%…‘세계 1위’ SK보다 6.0%p↓
삼성전자, AI 서버 확산 따른 메모리 수요 확대…메모리 가격 급등
메모리 호황 조짐에 삼성 반도체 ‘호재’…실적 개선 가속화

삼성전자가 AI(인공지능) 핵심 메모리인 HBM(고대역폭메모리) 주도권 확보에 실패하며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전 세계에 불어 닥친 AI 훈풍으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다시 명예회복에 나선다. 최근 AI 관련 칩 수요가 급증하면서, HBM, 그래픽용 D램, 저전력 D램 등 메모리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고, 이로인해 내리막을 걷던 반도체 칩 가격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특히 AI 데이터센터를 확충하려는 주요 빅테크를 중심으로 향후 메모리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란 관측까지 제기되면서, 반도체 업황이 머지않아 호황기에 접어들 것이란 낙관론까지 나오고 있다.

이같은 탄탄한 수요에 힘입어 삼성전자는 메모리 가격을 최대 30% 인상하는 초강수를 뒀다. 삼성 반도체 실적이 단숨에 반등하는 마중물이 될 전망이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차세대 HBM인 ‘HBM4’를 앞세워 HBM 공급망에 진입할 경우, ‘D램 1등’ 탈환도 시간문제 라는 분석이다.

23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 세계 D램 시장 규모는 316억3000만달러로, 직전 분기인 1분기 270억1300만달러 대비 17.1% 성장했다.

이와 관련해 트렌드포스는 “D램 가격 상승과 견조한 출하량 증가, HBM 수요 증가 덕분이다”고 분석했다.

D램 시장 1위는 HBM 패권을 쥐고 있는 SK하이닉스다. SK의 올 2분기 D램 매출은 122억3000만달러로, 1분기 97억1800만달러 대비 무려 25.8% 급증했다. 이에 따라 시장 점유율도 올 1분기 36.0%에서 2분기 38.7%로, 2.7%p 높아졌다. 이로써 SK하이닉스는 올 1분기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제치고 글로벌 D램 시장 1위에 오른 데 이어 2분기에도 1위 자리를 수성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사진=삼성전자>

반면 삼성전자는 1위 탈환에 실패했다. 삼성의 올 2분기 D램 매출은 103억5000만달러로, 1분기 91억달러 대비 13.7% 늘었다. 그러나 시장 점유율은 낮아졌다. 삼성전자의 D램 시장 점유율은 올 1분기 33.7%에서 2분기 32.7%로, 1.0%p 줄었다.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의 D램 ASP(평균 판매 가격)와 출하량 모두 소폭 상승한 데 그친 결과다”고 풀이했다.

결국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간 시장 점유율 간극은 더욱 벌어졌다. 올 1분기 2.3%p에 그쳤던 양사 간 시장 점유율 격차는 2분기 6.0%p로, 배 이상 커졌다.

SK하이닉스에 글로벌 D램 시장 1위 자리를 내준 삼성전자의 위기는 실적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올 2분기 영업익은 4000억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실적 반등의 신호탄을 쏘는 듯했던 DS 부문은 올 1분기 영업익이 1조원선을 겨우 넘겼다. 2분기엔 아예 1조원대 아래로 추락하면서 최근 6개 분기 중 가장 낮은 실적을 기록했다.

D램 시장 내 영향력 약화, 실적 부진 심화 등 삼성 반도체를 둘러싼 경영 환경은 녹록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 메모리 경쟁력 제고와 실적 반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전력을 다하기로 했다. 최근 들어 반도체 업황이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황호조는 메모리 가격 추이에서 쉽게 엿볼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하루 전인 22일 범용 D램 ‘DDR4’ 8Gb와 ‘DDR5’ 16G의 현물 ASP는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제 DDR4는 올 1월 2일 평균 1.464달러에서 이달 22일 5.868달러로, 무려 300.8% 폭등했다. 같은 기간 DDR5는 4.682달러에서 6.927달러로, 47.9%나 상승했다.

삼성전자 12나노급 ‘24Gb GDDR7 D램’. <사진=삼성전자>

범용 D램 가격이 치솟고 있는 것은 AI 서버 확산에 따른 메모리 공급 부족 탓이다. 최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빅테크 뿐만 아니라 텐센트, 바이두 등 중국 기업들까지 AI 데이터센터를 짓기 위해 앞다퉈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면서 HBM 등 고용량·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이에 주요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은 HBM 생산을 대폭 늘리는 반면에 기존 범용 D램의 생산은 빠르게 줄여 왔다. 이러한 구조적 요인으로 범용 D램이 부족해지면서 가격이 이상급등 하고 있다는게 업계의 평가다.

여기에 일반 서버시장의 교체 주기가 도래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2017~2018년 대규모로 구축됐던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교체 수요가 늘면서 범용 D램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 이처럼 D램 수요가 급증하면서 메모리 가격을 빠르게 밀어올리고 있다.

범용 D램 가격이 상승하면 이보다 더 수익성이 높은 HBM, 그래픽용 D램 ‘GDDR7’, 저전력 D램 ‘LPDDR5X’ 등 고부가 메모리의 가격도 덩달아 오를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본격적인 호황기에 접어들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세계적인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하루 전인 22일 ‘메모리 슈퍼 사이클’이란 보고서를 통해 K-반도체에 대한 의견을 ‘시장 평균 수준(in-line)’에서 ‘매력적(attractive)’으로 상향했다.

보고서는 “HBM을 둘러싼 기회가 메모리 업계 성장률을 앞서고 있고, AI 서버와 모바일 D램 수요 덕분에 범용 D램의 가격 변동률도 다시 가속하고 있다”며 “메모리 산업의 역학이 바뀌면서 모든 곳에서 공급 부족이 일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모건스탠리는 AI 시대를 맞은 메모리 호황기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슈퍼 사이클의 정점은 2027년으로 지목됐다.

삼성전자 ‘LPDDR5X D램’. <사진=삼성전자>

시대적 흐름을 읽은 메모리 업계는 즉각 가격 인상에 나섰다. 최근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마이크론)와 샌디스크는 각각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 인상을 선언했다.

이에 맞춰, 삼성전자도 최근 메모리 가격을 전격 인상키로 했다. 외신에 따르면 삼성은 최근 고객사에 올 4분기 D램 가격을 최대 30%, 낸드플래시는 최대 10% 올리겠다고 통보했다.

이는 삼성 반도체 매출 확대를 이끌 견인차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오랜 기간 이어진 실적 부진을 단숨에 타파하고, 메모리 호황에 따른 성장세에 본격적으로 편승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삼성전자는 여기에 HBM 주도권까지 다시 확보해 실적 개선을 더욱 가속화한다는 구상이다.

삼성은 올 하반기에 HBM4를 양산하겠다고 선언하고, AI 메모리 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HBM4에 1c(10나노급 6세대) D램을 도입키로 해 경쟁사를 긴장케 하고 있다. 가장 미세화된 1c 기술은 메모리 성능을 높이고 전력 소비를 줄이는 첨단 선행 기술로, HPC(고성능 컴퓨팅)와 AI 반도체의 진보에 있어 필수 기술로 여겨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HBM4는 고객사 일정에 맞춰 기존 계획대로 올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며 “1c 기반 HBM4 개발을 완료해 주요 고객사에 샘플을 이미 출하했다”고 밝혔다. 고객사가 어디인지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엔비디아로 추정하고 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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