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전산망 심장 멈췄다”…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정부24 등 행정서비스 ‘셧 다운’

시간 입력 2025-09-27 12:32:57 시간 수정 2025-09-28 19:4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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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647개 시스템 중단
‘정부24’부터 ‘온나라’까지… 대국민·행정업무 동시 마비
정부, 최고 수위 대응 돌입… 세금 납기 연장 등 긴급 대책

27일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소방당국 관계자들이 나오고 있다. 전날 오후 8시 20분께 자원관리원 전산실에서 리튬이온 배터리 폭발로 화재가 발생했다. <출처=연합뉴스>
27일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소방당국 관계자들이 나오고 있다. 전날 오후 8시 20분께 자원관리원 전산실에서 리튬이온 배터리 폭발로 화재가 발생했다. <출처=연합뉴스>

국가 행정 전산망의 핵심부인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하 국정자원) 대전 본원에서 지난 26일 화재가 발생해 정부 주요 업무시스템 647개가 가동을 멈추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로 정부24, 국민신문고 등 대국민 서비스는 물론, 정부 부처 내부 업무망인 ‘온나라시스템’까지 마비되면서 대한민국 행정 시스템이 사실상 멈춰 섰다. 정부는 즉각 위기 경보를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격상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가동하며 총력 대응에 나섰다.

◆ 전산실 배터리서 화재…항온항습기 고장으로 서버 전원 차단

이번 화재는 지난 26일 오후 8시 20분경, 국정자원 대전 본원 제7전산실 지하에 위치한 무정전 전원장치(UPS)의 배터리에서 시작됐다.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에 따르면, 노후 배터리 교체를 위한 이전 작업 중 전원이 차단된 배터리 1개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약 10시간 만인 27일 오전 6시 30분경에야 초진됐다.

화재 자체보다 더 큰 문제는 2차 피해 우려였다. 화재의 영향으로 전산실의 핵심 기능인 항온항습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서버의 급격한 과열 위험이 대두됐다. 이에 정부는 정보시스템을 안전하게 보전하기 위해 대전 본원에 있는 647개 시스템의 가동을 선제적으로 중단시키는 결정을 내렸다. 김민재 차관은 27일 브리핑에서 “서버 등 장비가 가열될 것이 우려돼 전체 서버의 전원을 차단했다”며 불가피한 조치였음을 설명했다.

27일 서울 시내 한 지하철역에 설치된 무인민원발급기에 시스템 오류 문자가 표시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27일 서울 시내 한 지하철역에 설치된 무인민원발급기에 시스템 오류 문자가 표시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 대국민 서비스부터 내부 행정망까지 ‘올스톱’

이번 시스템 중단 사태는 국민들의 일상과 행정 업무 전반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혔다. 민원서류 발급 서비스인 ‘정부24’와 온라인 국민 소통 창구인 ‘국민신문고’, ‘모바일 신분증’ 등 주요 대국민 서비스가 중단돼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정부 내부의 충격은 더욱 컸다. 정부 모든 부처의 문서 작성, 결재, 유통을 책임지는 내부 업무망 ‘온나라시스템’이 마비되면서 사실상 행정 업무가 불가능한 상태에 빠졌다. 주말 업무를 위해 출근했던 한 중앙부처 관계자는 “업무포털 로그인이 되지 않아 문서 열람, 작성, 결재 등 어떤 업무도 할 수 없었다”며 “만약 평일 일과 시간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국가 행정 전체가 마비됐을 것”이라고 심각성을 전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관련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관련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위기경보 ‘심각’ 격상, 중대본 가동…“국민 불편 최소화 총력”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는 신속하게 대응 체계를 격상했다. 행정안전부는 27일 오전 윤호중 장관 주재로 상황판단회의를 열고, 기존 위기상황대응본부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로 격상했다. 또한 ‘행정정보시스템 재난 위기관리 표준매뉴얼’에 따라 위기경보수준을 ‘경계’에서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상향 조정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같은 날 직접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며 “불편을 겪으실 국민 여러분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 총리는 “국가의 중요한 전산 시스템이 한곳에 밀집된 시설 특성상 화재 진압 과정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하며, 신속한 복구와 투명한 소통을 약속했다. 그는 “어떤 서비스에 장애가 있는지, 언제까지 복구가 이루어질 것인지 가능한 한 구체적이고 신속하게 말씀드려 불확실성을 줄이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 총리는 “모바일 신분증이 작동되지 않으면 공항에서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구체적인 예를 들며, 피해 사례를 예측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국민에게 소상히 알릴 것을 관계 부처에 거듭 당부했다.

국정자원 화재 여파로 정부24 홈페이지 접속이  불가하다. <출처=정부 24 홈페이지 화면 캡처>
국정자원 화재 여파로 정부24 홈페이지 접속이  불가하다. <출처=정부 24 홈페이지 화면 캡처>

◆ 세금 납부 등 기한 연장…정부 홈페이지 대체 사이트 안내

정부는 시스템 복구와 함께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김민재 차관은 “우체국 금융과 우편 등 대국민 파급효과가 큰 주요 서비스부터 신속히 복구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시스템 정상화 이전에 도래하는 세금 납부, 서류 제출 등의 기한을 정상화 이후로 연장하도록 유관 기관에 협조를 구했다고 전했다.

정부 홈페이지 접속 장애를 고려해, 네이버 공지를 통해 구체적인 정부 서비스 장애 상황과 대체 사이트를 안내하는 이례적인 소통 방식도 동원됐다. 전자가족관계등록시스템, 홈택스, 국민건강보험 등 개별적으로 접속 가능한 대체 사이트 목록을 제공하고, 행정기관 방문 전 서비스 가능 여부를 전화로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각 행정기관에서는 업무연속성 계획에 따라 수기 접수 및 처리, 처리기한 연장 등을 통해 국민에게 불이익이 생기지 않도록 조치하고 있다”며 “이번 사태의 조속한 복구를 위해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동일 기자 / same91@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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