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제 예외 적용’ 제외 반도체법, 법사위 회부
국힘, 완강히 맞서…반도체법 처리 사실상 ‘제자리 걸음’
삼성·SK, 첨단 칩 경쟁력 확보 차질 불가피
“AI 반도체 호황에 정치권이 찬물…골든타임 놓치나” 비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사진=삼성전자>
삼성, SK 등 K-반도체 업계가 ‘슈퍼 사이클’에 진입한 가운데, 국회에서 ‘주 52시간제 예외’ 규정이 생략된 반도체 특별법(반도체산업의경쟁력강화및혁신성장을위한특별법안)이 강행 처리될 전망이어서 우려를 낳고 있다. 삼성·SK가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라는 심정으로 첨단 반도체 경쟁력 강화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상황에서, 산업계의 요구를 정치권이 져버린 것이어서 비난을 받고 있다.
정치권과 업계 등에 따르면, ‘주 52시간 근로제’ 예외 적용 조항을 뺀 반도체 특별법이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 지정으로,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 논의도 없이 14일 법제사법위원회로 바로 회부되면서, 해당 법안이 강행 처리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반대측에선 주 52시간제가 현행처럼 계속 적용된다면 물리적 제약으로 인해 첨단 반도체 역량을 제고하기가 더딜 수밖에 없다고 성토하고 있다. 반도체 특별법을 둘러싼 여야 간 이견이 이처럼 평행선을 달리면서, 당사자인 삼성·SK는 속앓이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도체 특별법은 앞서 지난 4월에도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바 있다.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지정되면 소관 상임위를 통과하지 않고도 180일 안에 자동으로 법사위에 회부된다.
반도체 특별법이 국회 소관 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의 손을 떠나 법사위로 넘어 가면서, 법안 처리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여당이 국회 법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만큼 반도체 특별법의 법사위 통과가 무난할 것이란 게 정치권과 업계의 중론이다.
변수는 국회 본회의 개회 시기다. 민주당은 당장 이날 본회의를 소집하자고 국민의힘에 요구하고 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은 관련 업계가 애타게 기다려온 민생 법안의 본회의 상정을 추진할 것이다”며 “국민의힘의 반대로 6개월을 낭비한 만큼 국민의힘은 신속히 본회의 개회에 협조해 밀려 있는 민생 법안이 처리될 수 있도록 즉각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야당인 국민의힘은 완강히 맞서고 있다. 반도체 특별법 내용 중 ‘주 52시간 근로제’ 예외 적용을 놓고 민주당과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해 추진 중인 반도체 특별법에는 반도체 산업 지원책은 포함하되, 산업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 조항은 제외됐다. 국민의힘은 국내 업체들이 연구개발(R&D) 핵심 인력의 근로 시간 제약으로 반도체 산업 경쟁력이 약화될 위기에 처한 만큼, 주 52시간 근로제 예외를 반도체 특별법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지난 2월 당시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주 52시간제 예외가 안 되면 말 그대로 반도체 특별법이 아니라 ‘반도체 보통법’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여야가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을 두고 날선 공방을 벌이면서, 당장 처리가 시급한 반도체 특별법의 국회 통과 시점은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그간 반도체 특별법 통과를 기다려온 국내 반도체 업계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우선, 첨단 반도체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삼성·SK로서는 반도체 특별법에 따른 반도체 직접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할 경우, 글로벌 업체들과의 주도권 다툼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실제 미국, 일본 등 주요국은 자국 반도체 업체에 보조금을 지급하며 첨단 칩 역량 제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의 ‘주요국 첨단 산업별 대표 기업 지원 정책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미국 정부는 자국 반도체 업체인 인텔에 85억달러를 지급했다. 일본 정부도 라피더스에 63억4000만달러의 보조금을 투입했다.
그러나 같은해 우리 정부는 마땅한 법안이 없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보조금을 일절 제공하지 못했다. 간접 지원만을 고수하는 정책 기조로 인해 K-반도체가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주요국의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 기조는 지난해에도 이어졌다. 미국은 메모리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테크놀로지에 61억6500만달러를 보조금으로 지급했다. 일본도 지난해 11월 일 반도체 업계에 10조엔을 지원하는 종합 경제 대책을 새로 발표했다. 중국도 역대 최대 규모인 64조원의 반도체 투자 기금 ‘빅펀드’를 조성한 상태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의 반도체 관련 인센티브 규모는 세액 공제를 포함해도 1조2000억원 수준에 그친다.

반도체 R&D 종사자에 대한 주 52시간제 예외가 적용되지 못할 경우도 심각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K-반도체의 첨단 기술 개발 경쟁력을 담보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통상 2년이 소요되는 반도체 신제품 개발 과정 중 시제품 검증에만 6개월에서 1년이라는 기간이 소요된다. 이 기간 중 R&D 핵심 인력은 시제품 집중 검증을 위해 3~4일 밤샘 근로가 불가피 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미국·일본·대만 등 주요 경쟁국도 이런 이유를 근거로 반도체 R&D 인력의 무제한 근무를 허용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엄격한 주 52시간제로 인해 R&D 핵심 인력 운용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직접 보조급 지급 지연, 주 52시간제 등으로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에 상당한 제약이 뒤따르면서 K-반도체가 중국에 역전을 허용했다는 참담한 분석도 제기됐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발간한 ‘3대 게임 체인저 분야 기술 수준 심층 분석’ 브리프에 따르면 국내 전문가 3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 지난해 기준 한국의 반도체 분야 기술 기초 역량은 모든 분야에서 중국에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 기술 선도국을 100%로 봤을 때, 고집적·저항기반 메모리 기술 분야는 한국이 90.9%로, 중국의 94.1%보다 낮았다. 한국의 고성능·저전력 AI(인공지능) 반도체 기술 분야는 84.1%인 반면 중국은 88.3%로 더 높았다. 전력 반도체 분야의 경우도 한국 67.5%, 중국 79.8%로, 중국이 우위에 있고, 차세대 고성능 센싱 기술 분야도 중국(83.9%)이 한국(81.3%)에 앞섰다. 반도체 첨단 패키징 기술은 한국과 중국이 74.2%로 같게 평가됐다.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사진=SK하이닉스>
이같은 와중에 최근 K-반도체의 첨단 칩 역량 강화를 위한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비관론마저 확산하고 있다.
AI 관련 칩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HBM(고대역폭메모리), 그래픽용 D램, 저전력 D램 등 메모리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고, 이로 인해 내리막을 걷던 반도체 칩 가격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에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K-반도체가 최대 수혜주로 급부상하고 있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도래했는데도 불구하고, 삼성·SK의 반도체 경쟁력 제고를 위한 법안이 마련되지 못해 K-반도체가 메모리 업황 호황에 제대로 편승하기 어렵다는 볼멘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삼성, SK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주 52시간제 규제로 차세대 칩 개발에 온전히 몰두하기 어렵고, 이로인해 AI 반도체 경쟁에 선제적으로 나서기 어렵다는 성토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K-반도체가 독보적인 칩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정부 정책 지원의 근거가 될 반도체 특별법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며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골든타임을 놓칠 수도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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