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선 반독점 패소로 외부결제·앱스토어 개방…韓 개발사는 30% 수수료 늪 여전
국내 게임업계 4년간 9조 납부, 방통위 과징금 2년째 표류…규제 실효성 논란

황성혜 구글코리아 부사장이 지난달 13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2025년도 국방부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구글이 미국에서 ‘자사 플레이어 외부결제·다운로드’를 허용한 반면, 한국에서는 여전히 최대 30%에 이르는수수료를 고수하면서 ‘역차별’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22년 ‘인앱결제 강제금지법’을 도입하며 주목을 받았던 한국에서 오히려 국내 기업들이 가장 비싼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국내 게임업계가 2020년 이후 4년간 구글과 애플에 납부한 인앱결제 수수료만 약 9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면서 비난이 일고 있다. 또한 방송통신위원회의 과징금 부과는 2년 넘게 미뤄지면서 규제의 실효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한정으로 자사 플레이스토어의 외부 결제와 제3자 앱스토어 다운로드를 허용했다.이에 따라 미국 내 모든 게임 앱 개발자는 기존 인앱결제 수수료(최대 30%) 대신 수수료 부담이 없는 외부 결제나 다운로드 방식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구글이 개발자들이 부담하던 제3자 결제 수수료 26%가 사라졌고, 결제대행(PG) 수수료 4~6% 정도만 남아 실질적 부담이 크게 줄었다.
구글 관계자는 “앞으로 미국 개발자들은 외부 결제 옵션과 제3자 앱스토어 이용 방법을 사용자에게 안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5년에 걸친 미국 내 반독점 소송 패소에 따른 결과다. 앞서 미국 제9순회항소법원은 에픽게임즈와의 소송에서 구글의 항소와 재심 요청을 모두 기각했고, 연방대법원 역시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법원인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 배심원단은 구글이 안드로이드 인앱결제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남용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달 5일 구글과 에픽게임즈가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에 포괄적 합의 내용을 담은 문서를 공동 제출하면서, 5년간 이어진 법적 공방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합의안에는 제3자 앱스토어 설치 허용과 외부 결제 수단 도입, 인앱결제 수수료 인하 등이 포함돼 있으며, 이번 조치로 구글의 독점적 결제 구조가 한층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5월 구글과 애플의 인앱결제 강제 방지를 위한 ‘앱마켓 사업자 영업보복 금지법’ 발의·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출처=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반면 한국은 정반대의 상황에 놓여 있다. 국내 게임사들은 여전히 인앱결제 시 최대 30%, 외부결제 시에는 26%의 수수료를 부담하고 있다. 구글과 애플이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을 명목으로 고율의 수수료를 매기며 법안을 우회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결제대행(PG) 수수료 5~10%까지 추가되면, 개발사들이 실제로 감당하는 총 부담률은 30% 안팎에 달한다.
이 같은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한국은 2021년 8월 ‘인앱결제 강제금지법’을 제정했지만, 실효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구글과 애플은 여전히 높은 수수료를 매기고 있으며, 앱 심사 기준 역시 불투명하고, 심사 지연이나 이유 없는 거절로 인해 서비스 출시가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는 2023년 구글과 애플이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특정 결제 방식을 강제했다며 각각 475억원과 205억원 등 총 68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방통위 역사상 최대 규모다.
그러나 위원회 구성 공백과 조직 개편 등의 이유로 과징금 집행은 2년 가까이 지연되고 있다. 최근 매출 기준 조정으로 과징금 규모가 구글 420억원, 애플 210억원으로 줄었지만, 아직까지 최종 의결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EU는 같은 사안으로 애플에 822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한국은 630억원에 그치고 있다”며 “법은 있으나 집행은 없는 전형적인 규제 실패”라고 지적했다.
게임업계 역시 정부의 보다 강력한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황성익 한국모바일게임협회 회장은 “국내 게임사가 고용과 수출을 확대하려면 과도한 수수료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며 “사업자 보호와 소비자 권익 강화를 위한 정부의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국회에 발의된 ‘앱마켓 사업자 영업보복 금지법’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당 법안은 △앱마켓 사업자의 영업보복 금지 △손해 입증 책임의 전환 △보복 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현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돼 있으며, 연내 통과를 목표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법안이 통과될 경우 개발사들이 보복 우려 없이 자체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외부 결제를 도입하는 데 한층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방효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위원장은 “기업들이 보복 걱정 없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진채연 기자 / cyeon101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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