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정밀지도 반출 내년 2월로 또 연기… 데이터센터 없는 해외반출 불허 ‘기류’

시간 입력 2025-11-11 16:23:32 시간 수정 2025-11-11 16: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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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보안시설 블러·좌표 비공개 약속했지만…신청서엔 누락 ‘신뢰성 논란’
정부, 국내 데이터센터 설치 요구 고수…지도 반출 심사 ‘안보 대 산업’ 줄다리기
내달 애플 심사도 도미노 영향권…지도 반출 기준 글로벌 기업 확대되나

크리스 터너(Cris Turner) 구글 대외협력 정책 지식 및 정보 부문 부사장이 지난 9일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고정밀지도 반출 요구 관련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출처=구글코리아>

정부가 구글의 국내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에 대해 또다시 결정을 미뤘다. 지난 5월, 8월에 이어 올해만 세 번째 보류다. 당초 이번 심의에서 최종 결론이 날 것으로 기대됐지만, 정부는 구글 측에 “자료를 보완해 다시 제출하라”고 요구하며 심의를 내년 2월로 연기했다.

11일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은 국방부 등 관계부처와 함께 ‘측량성과 국외 반출 협의체’ 회의를 열고, 구글이 신청한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반출 건을 논의했다. 그러나 협의체는 구글의 신청서에 미비점이 있다며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협의체는 구글이 앞서 9월 기자간담회에서 ‘보안시설 블러(가림) 처리’와 ‘좌표 노출 제한’ 등 국내 정부의 요구 조건을 수용하겠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공식 신청서에는 해당 내용이 명확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구글의 대외적 발언과 실제 서류 간 불일치로 인해 정확한 심의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구글에 내년 2월 5일까지 보완된 신청서를 다시 제출할 것을 요구했고, 최종 판단은 그 이후에 다시 이뤄질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보류 결정이 구글의 ‘성의 부족’을 지적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크리스 터너 구글 대외협력 정책 지식 및 정보 부문 부사장이 지난 9월 기자간담회에서 직접 “보안시설을 블러 처리하고, 좌표 정보를 국내외 사용자 모두에게 비공개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정작 이번 신청서에는 그 약속이 제대로 담겨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협의체는 구글이 보완 신청서를 제출하면 다시 심의에 들어갈 예정이지만, 업계에서는 올해 들어 세 번째 보류 결정이라는 점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구글은 지난 2월 첫 반출 신청 이후 5월과 8월 두 차례 보류 결정을 받았으며, 이번이 세 번째 보류에 해당한다. 민원 처리 기준상 보류 결정은 통상 두 차례까지만 가능하지만, 정부가 이번에는 ‘서류 보완 요청’ 형식으로 절차를 우회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외국업체가 지도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위성사진에는 34개 댐 모두 가림처리 없이 노출돼있다. <출처=구글 지도 갈무리>

정밀지도 해외 반출의 핵심 쟁점은 ‘국내 데이터센터 설치’다. 정부는 구글에 △보안시설 가림 처리 △좌표 노출 금지 △국내 데이터센터 설립 등 세 가지 조건을 제시했으며, 구글은 이 중 두 가지는 수용했지만, 데이터센터 설치에 대해서는 “지도 반출과 무관하다”며 선을 그어왔다.

구글은 “전 세계 2억명의 사용자가 동시에 사용하는 서비스 특성상, 글로벌 분산 데이터센터에서의 병렬 처리 구조가 필수적”이라며 “이런 컴퓨팅 파워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에 분산된 데이터센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프로세싱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반면, 국토교통부를 비롯한 정부는 국내 데이터센터 없이 고정밀 지도를 해외로 반출하는 데 강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핵심은 ‘국가 안보’와 ‘주권 보호’다. 1:5000 축척의 고정밀 지도를 국가 단위로 보유한 나라는 사실상 한국과 대만 등으로 매우 제한적이며, 이는 단순한 지도 데이터를 넘어 자율주행, UAM(도심항공교통), 스마트시티 등 미래 산업의 기반이 되는 전략 자산이라는 점에서 민감도가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고정밀 지도 기반 산업의 시장 규모는 현재 약 342조원에서 2030년에는 약 796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잇달아 지도 반출을 요청하는 것도 이러한 산업적 가치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안보 위해 요소가 없는 것이 확인돼야만 국외 반출이 가능하다”고 강조했으며,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고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은 내부적으로 허용 불가라는 입장을 확고히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지난 10일에는 네이버 지도에 ‘예약’ 탭을 새롭게 도입했다. <출처=네이버>

정부의 결정은 다음 달 8일로 예정된 애플의 고정밀지도 반출 심사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부가 구글 사례에서 보여준 심사 기준과 판단이 향후 다른 글로벌 기업의 반출 요청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대로 만약 구글의 신청이 최종적으로 승인된다면, 다른 빅테크 기업들의 추가 신청이 잇따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구글의 고정밀지도 반출 심의 보류가 단순한 행정 절차를 넘어, 데이터 주권과 산업 경쟁력, 통상 문제, 그리고 글로벌 ICT 산업 질서가 복합적으로 얽힌 전략적 고민을 그대로 드러낸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안보와 주권을 우선하면서도 국제 규범과 산업 발전이라는 현실적 요소들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기 위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한편, 정부와 구글 간의 논의가 길어지는 사이 국내 플랫폼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네이버는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해 영어·중국어·일본어 등 다국어 서비스를 확대하고, ‘비로컬 캠페인’을 통해 K-로컬 콘텐츠 홍보에 힘을 싣고 있다. 특히 지난 10일에는 네이버 지도에 ‘예약’ 탭을 새롭게 도입해, 앱 내에서 맛집·액티비티·교통수단 등을 한눈에 보고 바로 예약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카카오도 지난 달 ‘트래블팩’ 서비스를 출시하며 여행 기능을 고도화했다. 특히 영어, 일본어, 중국어, 스페인어 등 4개 언어를 추가로 지원해 사용자 맞춤형 여행 서비스 제공, 외국인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또한 지난 7월부터 AI 장소 추천 서비스 ‘AI메이트 로컬’도 운영 중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 서비스를 한국 여행의 필수앱으로 자리매김 시키고 관광 인프라 발전에도 기여하겠다”며 “외국인 이용자를 위한 언어 개선과 서비스 연결성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진채연 기자 / cyeon101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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