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혼맥 명암] ③롯데-태광, 사돈기업간 ‘치고 받고’ 잔혹사 …“돈 앞에서는 사돈이 남보다 못해”

시간 입력 2025-11-26 07:00:00 시간 수정 2025-11-25 17:2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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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태광, 우리홈쇼핑 인수전 갈등 촉발…소송전까지 불사
신선호 산사스 회장, ‘롯데家 형제의 난’ 당시 신동주 지지
롯데홈쇼핑 서울 양평동 사옥 매입 문제로 또 충돌

롯데와 태광은 ‘사돈 기업’으로 불리며 한 때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 고(故) 이임용 태광그룹 창업주의 3남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故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의 동생인 故신선호 일본 산사스그룹 회장의 장녀 신유나씨와 결혼하면서 두 그룹은 자연스럽게 혼맥으로 연결됐다. 그러나 사돈가로 연결되며 돈독한 사이를 유지하던 두 그룹은 우리홈쇼핑(현 롯데홈쇼핑) 인수를 둘러싸고 각을 세우기 시작한 이후 급격히 틀어지기 시작했다.

◇ 롯데-태광, 홈쇼핑 ‘컨소시엄’ 구성…사업권 틀어지면서 협력관계 와해

롯데-태광 두 사돈가의 갈등은 지난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1년 3월 TV 홈쇼핑 추가채널 영업권 허가를 앞두고, 롯데쇼핑은 사돈가인 태광산업 등과 함께 ‘디지털홈쇼핑’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동으로 사업권을 신청했다. 당시만 해도 양측은 컨소시엄을 통해 서로 협력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그러나 경쟁자인 우리홈쇼핑 컨소시엄(경방, 아이즈비전, KCC정보통신, 대아건설, 행남자기 등)이 최종 승리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2001년 5월 우리홈쇼핑 법인이 설립됐고, 초기 최대주주는 경방이었다.

◇ 우리홈쇼핑 인수전, 태광-롯데 정면충돌…태광, 롯데에 소송 제기하며 역공

태광산업은 홈쇼핑 사업 도전에 실패했지만, 2005년을 전후해 우리홈쇼핑 지분을 공격적으로 매입하기 시작했다. 이후 2006년 7월에는 우리홈쇼핑 지분 45%를 확보하면서 최대주주 지위에 올랐다. 그러나 태광이 최대주주에 등극한지 한달여만에 사돈가인 롯데쇼핑이 경방 보유 지분 53%를 일괄 인수하며 판을 뒤집었다. 결국 롯데는 태광의 공세를 차단하고 우리홈쇼핑을 인수하면서, 양측의 갈등은 본격화 하기 시작했다.

롯데쇼핑이 우리홈쇼핑을 거머 쥐었지만, 태광은 포기하지 않았다. 태광산업은 이듬해인 2007년 2월 서울행정법원에 ‘방송위원회의 롯데 인수 승인 취소’ 소송을 제기하며 역공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태광은 주주총회 불참, 표결 거부, 이사 선임 반대 등 각종 방식으로 경영권에 제동을 걸었고, 두 사돈그룹간 감정의 골은 점점 더 깊어졌다.

◇ 롯데 경영권 분쟁에서도 사돈 간 균열

태광–롯데 두 사돈가의 이상 기류는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도 또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5년 7월, 신동빈·신동주 형제 간 경영권 대결이 극에 달했을 때, 신선호 산사스그룹 회장은 선친 제사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취재진 앞에 선 신 회장은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을 지지하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내놓았다.

이는 신선호 회장의 사위인 이호진 전 태광 회장과 이해관계가 맞닿는 선택으로,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사실상 신동빈 회장 체제를 비판한 것이자, 결과적으로 사돈 기업인 태광과 롯데의 불편한 관계를 다시 한 번 부각시키는 장면이 됐다.

◇ 20년 지속된 ‘사돈의 난’…롯데홈쇼핑 사옥 매입 문제로 갈등 재점화

양측의 충돌은 10년이 지나서도 잦아들지 않고 있다. 지난 2023년, 롯데홈쇼핑이 서울 양평동 본사 사옥(토지·건물)를 롯데지주와 롯데웰푸드로부터 매입하는 안건을 추진하면서 갈등이 재점화됐다.

태광은 롯데홈쇼핑 사옥매입도 강하게 반대했다.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옥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절차적 위법·배임 가능성이 존재하고, 특히 시세보다 비싸게 매입했다며 롯데홈쇼핑을 강하게 밀어 부쳤다. 태광은 이 문제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서까지 제출했다.

또한 지난 3월에는 공정위가 부당지원 혐의 여부를 들여다보기 위해 롯데 계열사 간 부동산 거래와 관련한 조사에 나서면서 양측의 갈등이 현재 진행형임을 보여줬다.

결국 두 그룹은 혼맥으로 연결된 관계지만, 우리홈쇼핑 인수를 둘러싼 소송전, 사옥매입과 관련한 신경전,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충돌에 이르기까지 20여년간 갈등관계가 지속되면서, 재계의 대표적인 ‘사돈의 난’으로 기록되고 있다.

롯데와 태광의 사례에서 보듯, 재계 혼맥이 두 기업간 시너지를 내기도 하지만 서로 이해가 상충될 경우, 사돈 관계가 쉽게 무너질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윤선 기자 / yskk@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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