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삼성전자에 HBM4 대한 SIP 테스트 진행 상황 공유
“삼성 HBM4, 메모리 업체 중 구동 속도·전력 효율 가장 우수”
삼성전자 HBM4, 엔비디아 루빈 공급망 최우선 진입 가능성↑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이 8월 25일 미국 워싱턴 D.C. 윌라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리셉션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포옹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SK하이닉스에 ‘메모리 최강자’ 자리를 내주며 자존심을 구긴 삼성전자가 차세대 HBM(고대격폭메모리)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의 위상을 빠르게 제고하고 있다. 최근 삼성이 엔비디아의 첨단 AI 반도체 ‘루빈’에 탑재될 6세대 HBM ‘HBM4’ 품질 테스트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한 SK하이닉스의 HBM4보다 삼성전자의 HBM4가 더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소식에, 향후 전 세계 시장 내 엄청난 지각 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 관계자는 최근 삼성전자를 방문해 HBM4에 대한 SIP(시스템인패키지) 테스트 진행 상황을 공유했다. 이 자리에서 엔비디아는 삼성 HBM4가 구동 속도와 전력 효율 측면에서 메모리 업체 가운데 가장 우수한 성과를 냈다는 결과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SiP는 여러 개의 칩, 컴포넌트 등을 하나의 시스템 반도체로 집적하는 첨단 기술이다. 이에 SIP 테스트는 속도, 전력 효율, 발열, 신호, 안정성 등 반도체 성능을 종합적으로 검증하는 최종 단계로 평가된다.
내년에 루빈을 출시하겠다고 예고한 엔비디아는 자사의 차세대 AI 반도체에 최적화된 HBM4을 물색하기 위해 강도 높은 품질 테스트를 실시해 왔다. 그리고 최근엔 주요 메모리 업체들의 제품을 상대로 SIP 테스트를 시행했다.
엔비디아는 HBM4를 로직 칩과 함께 패키지로 구성해 전기적, 물리적, 기능적 특성을 테스트 한 결과, 삼성전자의 샘플 제품이 구동 속도와 전력 효율 측면에서 가장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확인했다.

엔비디아발 낭보에 삼성 HBM4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그간 삼성전자는 HBM 주도권 다툼에서 SK하이닉스, 마이크론테크놀로지(마이크론)에 밀려나며 메모리 최강자 타이틀에 오점을 남긴 바 있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출하량 기준 올해 2분기 SK하이닉스의 HBM 시장 점유율은 무려 62%에 달했다. 마이크론은 21%였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17%에 머물며 HBM 시장 3위로 추락했다.
위기를 의식한 삼성은 전 세계 시장 선두 지위를 단숨에 되찾겠다고 선언하고, 올 하반기 HBM4를 본격 양산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HBM4에 1c(10나노급 6세대) D램을 도입키로 했다. 가장 미세화된 1c 기술은 메모리 성능을 높이고 전력 소비를 줄이는 첨단 선행 기술로, HPC와 AI 반도체의 진보에 있어 필수 기술로 여겨진다.
핵심 기술이 적용된 HBM4 샘플은 고객사에도 전달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HBM4는 고객사 일정에 맞춰 기존 계획대로 올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며 “1c 기반 HBM4 개발을 완료해 주요 고객사에 샘플을 이미 출하했다”고 밝혔다.

10월 22~24일 사흘 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EDEX 2025’에서 공개된 삼성전자 HBM4 실물 제품. <사진=오창영 기자>
최근엔 삼성 HBM4에 대한 자체 성능 테스트(PRA)를 완료하고, 양산 준비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PRA는 제품 출하 직전 단계로, 이를 완료했다는 것은 수율과 성능을 충족했음을 의미한다.
이어 마침내 AI 반도체 공룡 엔비디아로부터 삼성 HBM4의 성능이 경쟁사 제품보다 매우 우수하다고 호평 받으면서 미래 상황은 달라지게 됐다.
아직 HBM4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하지 않은 가운데, 이번 평가로 삼성전자의 HBM4는 엔비디아 루빈 공급망에 가장 먼저 진입할 것이란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이러한 삼성의 약진은 향후 글로벌 HBM 시장의 판도를 대대적으로 바꿀 수도 있다. ‘HBM 1등’ SK의 턱 밑까지 바짝 추격하거나 아예 역전하는 것도 불가능한 얘기는 아닌 셈이다.
삼성 HBM4에 대한 낙관론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 사업장을 직접 찾아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나섰다.
이 회장은 이날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 위치한 DS 부문 차세대 연구개발(R&D) 단지 ‘NRD-K’를 비롯한 반도체 사업장을 두루 살펴본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의 이번 방문은 올 하반기 들어 실적이 대폭 개선된 DS 부문 임직원들의 사기를 북돋고, HBM4 등 차세대 AI 메모리 역량 강화 노력을 치하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과감한 혁신과 투자로 본원적 기술 경쟁력을 회복하자”고 당부했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내년 1분기 중 엔비디아와 HBM4 공급 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레 관측하고 있다. 이같은 전망이 현실화하면 내년 2분기부터 삼성 HBM4가 본격적으로 양산·출하될 공산이 크다. 이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맡고 있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실적을 비약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다.

10월 22~24일 사흘 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EDEX 2025’에서 공개된 SK하이닉스 HBM4 실물 제품. <사진=오창영 기자>
다만 삼성 HBM4에 대한 품질 테스트가 온전히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엔비디아가 SIP 테스트를 마치면 최종 완제품 상태의 테스트로 넘어가게 된다. 이는 루빈 출하를 위한 막바지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아직 최종 절차가 남아 있는 만큼 삼성으로선 SK하이닉스 등 경쟁사의 제품이 더 빨리 품질 테스트를 통과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엔비디아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한 SK가 오랜 기간 쌓아 온 HBM 경쟁력은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실제 SK하이닉스는 올 하반기 HBM4 12단 제품을 본격 양산하겠다는 목표 아래, 올 3월 세계 최초로 주요 고객사에 HBM4 12단 샘플 공급을 완료한 상태다.
SK HBM4는 엔비디아가 요구하는 성능을 구현한 것으로 평가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실현했다”고 강조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5월 20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5’에 마련된 SK하이닉스 전시 부스를 찾아 SK HBM4·HBM3E에 남긴 메시지와 친필 사인. <사진=연합뉴스>
최근엔 HBM4를 올 4분기부터 출하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올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6세대 HBM인 HBM4 양산 체제를 구축하고, 이를 올 4분기부터 출하할 예정”이라며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판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SK하이닉스는 ‘HBM 1등’ 기술력을 통해 고객사가 요구하는 최상의 스펙을 갖추며 적극 대응해 왔다”며 “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객사 요구에 맞춘 HBM4 샘플을 제작했고, 대량 공급을 위한 생산도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SK HBM4에 대한 평가는 압도적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는 지난 5월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5’에 마련된 SK하이닉스 전시 부스를 방문해 “HBM4를 잘 지원해 달라”고 언급한 바 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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