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분기 전기요금 동결…연료비 조정요금 15개 분기 연속 제자리
한전, 재무 건전성 제고 ‘빨간불’…3분기 기준 누적 적자 20조원 상회
내년 2분기 이후도 전기요금 인상 어려울 듯…재무구조 위기 악화↑

한국전력 본사. <사진=연합뉴스>
겨울철을 맞아 전력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내년 1분기 전기요금이 또 동결됐다. 한국전력의 총부채가 3분기 기준으로 205조원을 웃도는 상황에서, 최악의 경우 한전 재무 상황이 다시 악화일로를 걷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전은 내년 1분기에 적용할 연료비 조정단가를 현재와 같은 kWh당 5원으로 유지했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연료비 조정요금 등으로 구성된다. 이 중 최근 단기 에너지 가격 흐름을 반영하는 연료비 조정요금은 매 분기에 앞서 결정되는 연료비 조정단가에 따라 책정된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해당 분기 직전 3개월 간 유연탄, LNG(액화천연가스) 등 연료비 변동 상황을 반영해 kWh당 ±5원 범위에서 결정되는데, 지난 2022년 3분기부터 15개 분기 연속 최대치인 ‘5원’으로 정해졌다.
당초 한전은 최근 3개월 간 연료비 가격 동향을 반영해 내년 1분기에 필요한 연료비 조정단가를 kWh당 -13.3원이라고 산정했다. 다만 전기 공급 약관에 따른 연료비 조정요금 운영지침에 따라 연료비 조정단가에는 분기당 kWh당 ±5원의 상·하한이 적용된다. 이에 산정 값이 하한을 초과하더라도 실제 적용 가능한 조정단가는 -5원으로 제한됐다.
그러나 정부는 한전의 재무 부담을 비롯해, 최근 몇 년 간 국제 유가 상승으로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발생했을 때도 전기요금을 올리지 못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5원을 계속 적용키로 했다.
한전이 연료비 조정단가를 현 수준으로 유지키로 하면서 연료비 조정요금 역시 현재 수준을 이어 가게 됐다. 여기에 기본요금,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등 나머지 요금도 따로 인상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내년 1분기 전기요금은 최종 동결됐다.
이와 관련, 한전 관계자는 “내년 1분기 연료비 조정단가의 경우 한전의 재무 상황과 연료비 조정요금 미조정액이 상당한 점 등을 고려해 올해 4분기와 동일하게 kWh당 +5원을 계속 적용할 것을 정부로부터 통보받았다”며 “한전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 노력도 철저히 이행해 달라고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서울의 한 건물에 설치된 전력 계량기. <사진=연합뉴스>
전기요금이 동결되면서 한전은 재무 건전성 제고라는 숙제를 다시 떠안게 됐다.
현재 한전의 재무 상황에는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앞서 한전은 2021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국제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원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전기를 팔기 시작했다. 이에 2023년까지 43조원대의 누적 적자를 떠안았다. 지난해 8조3647억원의 영업이익를 거둔 한전은 그간의 누적 적자를 일부 상쇄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1년 이후 누적 적자는 지난해 말 기준 약 34조7000억원에 달한다.
다행히 올해 1~3분기 11조5414억원의 영업익을 거둔 한전은 누적 적자를 빠르게 줄여 나가고 있다. 그러나 한전의 누적 적자는 아직 20조원 넘게 남아 있다.
부채 상황도 심각하다. 지난해 말 한전의 총부채는 2023년보다 3조원가량 증가한 205조445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도 부채를 좀처럼 줄이지 못했다. 올 3분기 기준 총부채는 205조3402억원으로, 여전히 최고 수준을 유지 중이다.
이같은 천문학적인 규모의 부채로 한전이 감당하는 하루 이자만 120억원을 웃돈다. 이렇듯 재무 위기가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전기요금 인상이 또 연기되자 한전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기요금 인상은 2023년 5월 이후 2년 넘게 멈춰 섰다. 지난해 10월 산업용 전기요금만 평균 9.7% 인상됐을 뿐 주택용·일반용 전기요금은 내년 1분기까지 11개 분기째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국민 경제 부담 경감, 생활 물가 안정 등에 방점을 찍은 정부가 민생 공공요금을 손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전열 기기 사용 급증으로 전력 수요가 폭등하는 겨울철에 전기요금을 인상할 경우, 서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한 만큼 내년 1분기 전기요금은 동결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내년 2분기 이후로도 전기요금이 인상될지는 불투명하다. 내년 6월 지방 선거를 앞둔 정치적 부담과 이재명 정부의 서민 물가 안정 기조 등을 고려한다면 전기요금을 단기간 내 인상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국전력. <사진=연합뉴스>
당분간 전기요금 인상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면서, 결국 한전의 재무 건전성이 더 악화될 공산이 크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당장 한전이 구체적인 자구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한전의 재무구조 위기를 더욱 키우고 있다.
한전측은 “경영 효율화, 원가 절감 노력과 적정한 전기요금 운영을 통해 투자 재원을 자체 조달해 나갈 계획”이라 면서도, 구체적인 확보 방안은 밝히지 않았다.
게다가 현 정부가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본격화하는 것도 한전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재명 정부 임기 내 육·해상 풍력 발전을 4배 이상 확대한다는 목표를 설정한 상태다. 문제는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가 워낙 높아 기업에 싼 값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게 불가능 하다는 점이다. 전기요금 인상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비싼 재생에너지를 구입해 구매 원가를 밑도는 요금을 받을 경우, 그 부담은 오롯이 한전이 떠안아야 한다. 결국 한전은 재무 건전성이 더욱 악화될 수 있는 위기에 맞닥뜨린 셈이다.
시장에서도 당분간 전기요금이 인상되기 어려울 것으로 점치고 있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은 “송배전 투자비 증가 대응, 한전의 재무 구조 개선 등 전기요금 인상의 명확한 근거가 다수 존재한다”면서도 “그러나 지난해 산업용 전기요금을 크게 인상한 바 있고, 2023년까지 일반용도 산업용 못지않게 많이 인상해 왔기 때문에, 이제는 주택용 전기요금을 움직일 차례다”고 강조했다.
다만 “물가 상승과 내년 지방 선거 등 기타 정성적인 요소를 감안할 때, 주택용 전기요금의 유의미한 인상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며 “올해 한전 실적이 10년 내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서 전기요금 인상은 어려울 수 있다”고 부연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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