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역대급 성과급에도 임금협상 장기화 하나…‘성과급 산정’ 입장차 ‘팽팽’

시간 입력 2026-01-02 07:00:00 시간 수정 2025-12-31 15: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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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사, 지난달 30일 기흥캠퍼스서 3차 본교섭
오랜 협상 불구 합의점 못 찾아…임금 교섭 교착 상태
OPI 투명화·상한 해제 등 성과급 제도 개선 최대 쟁점
삼성, 기존 지급 기준 토대로 OPI 깜짝 발표…노조 성토

상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2026년 임금 교섭’에 돌입한 삼성전자 노사가 성과급 제도 개선안을 두고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실적에 걸맞는 성과 보상을 요구하는 노조와 경영안정을 앞세우는 사측이 팽팽히 맞서면서 자칫 노사협상이 장기화 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특히 임금협상의 최대 핵심 현안인 OPI(초과이익성과급) 산정을 두고 노조의 불만이 더 커지는 모습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달 30일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3차 본교섭을 가졌다.

앞서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달 11일 상견례를 갖고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한 바 있다. 당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삼성그룹초기업노조(초기업노조), 삼성전자노조동행(동행노조) 등 삼성전자 내 3개 노조가 꾸린 공동 교섭단은 사측에 임금 교섭 요구안을 전달했다.

요구안에는 성과급 제도 중 하나인 OPI의 투명화 및 상한 해제, 기본급 공통 인상률(베이스업) 7% 등을 골자로 한 핵심 요구안 3건과 노사 격려 자사주 30주, 복지 포인트 상향 등 별도 요구안 15건이 담겼다.

지난달 16일 1차 본교섭을 시작으로 삼성 노사는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했다. 당시 노조는 OPI 산정 기준을 영업이익(+기타 수익)의 20%로 변경해 달라고 사측에 구체적으로 요구했다.

노사는 같은달 23일 2차 본교섭을 벌였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어 지난달 30일 3차 본교섭에서도 약 4시간의 협상에도 불구하고 합의에 이르는 데 실패했다.

이에 삼성전자 2026년 임금 교섭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

2025년 12월 16일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열린 ‘2026년 임금 교섭 1차 본교섭’. <사진=삼성전자공동교섭단>

노사가 성과급 제도 개선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2025년도 OPI 예상 지급률을 깜짝 발표하면서 노조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지난달 30일 3차 본교섭이 끝난 후에 OPI가 공지된 것이어서 노조는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공동 교섭단은 “불투명한 OPI 지급 기준 개선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며 “(이번 3차 본교섭에서도) 2025년도 OPI부터 투명성 확보와 상한 폐지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또한 “그러나 사측은 2025년도 OPI 예상 지급률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며 “이는 삼성전자의 OPI 지급 기준 개선 의지가 없음을 명백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사측의 일방적 발표와 무관하게 기존 요구안을 관철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자칫 삼성전자 임금 협상이 장기화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임금 협상에서 노사가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은 삼성전자의 역대급 실적에 따른 성과 보상 확대를 두고 양측이 서로 다른 시각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삼성전자의 실적은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익은 12조166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조4927억원 대비 배 이상 늘었다. 이는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 실적이 크게 확대된 덕분이다. 지난해 3분기 DS 부문 영업익은 7조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4년 같은 기간 3조8600억원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2025년 10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EDEX 2025’에서 공개된 삼성전자 HBM4 실물 제품. <사진=오창영 기자>

삼성 반도체의 영업익이 급증한 것은 AI(인공지능) 시대 핵심 메모리인 HBM(고대역폭메모리)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 덕분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5세대 HBM ‘HBM3E’ 12단을 공급하기 위해 부단히 애썼다. 그리고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해 3분기 콘퍼런스콜에서 “HBM 수요가 공급보다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고, 모든 고객사들을 대상으로 HBM3E 양산 판매를 확대해나가고 있다”며 사실상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을 공식화했다.

시장은 AI 반도체 공룡 엔비디아를 고객사로 확보한 삼성의 지난해 4분기 실적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DS 부문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익 전망치는 15조1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삼성 반도체가 2024년 한해 동안 벌어들인 영업익과 맞먹는 수치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의 최대 수혜주로 부상한 삼성전자가 당초 예상보다 더 우수한 연간 실적을 거둘 것이란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증권사 컨센서스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익 전망치는 38조8280억원 이다. 이는 2024년 32조 7260억원 대비 18.6% 증가한 수치다. 만약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시장의 예상을 크게 웃돈다면 지난 2022년 이후 3년 만에 ‘연간 영업익 40조 클럽’ 복귀도 가능해 보인다.

역대급 실적에 직원들 사이에선 성과 보상이 더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확산하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기존의 지급 기준으로 OPI를 책정하면서 직원들의 기대는 수포로 돌아갔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노조는 불투명한 성과급 산정 방식을 문제 삼고, 영업이익(+기타 수익)의 20%와 같은 구체적인 기준을 설정해 제대로 된 보상을 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연간 영업익을 토대로 산정되는 OPI에 대해 EVA(경제적 부가 가치) 방식을 산정 기준으로 삼고 있다. EVA는 영업익에서 자본 비용(법인세·투자금 등)을 제외한 계산식이다. 이에 따라, 영업익이 크더라도 비용이 많다면 EVA는 낮아진다.

노조는 EVA의 구체적인 수치가 직원들에게 공개되지 않는다고 성토한다. 이에 성과급을 둘러싼 의문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노조는 최고 경영진들에게 성과급 제도개선을 직접 요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지난해 9월 초기업노조는 ‘낡은 성과급 제도와 변함없는 회사’라는 제목의 공문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전영현 DS 부문장 부회장, 그리고 당시 노태문 DX(디바이스경험) 부문장 직무대행 사장에게 전달했다.

초기업노조는 “SK하이닉스가 노사 합의를 통해 ‘영업익의 10% 성과급 지급’을 확정했다”며 “반면 삼성전자는 여전히 투명하지 않은 EVA 방식으로 성과급 제도를 고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EVA 방식 기준은 직원 누구도 어떻게 계산되는지 알 수 없는 ‘깜깜이 성과급 제도’라는 말 외에 달리 표현할 수 없다”며 “영업익이 높다 하더라도 특정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면 성과급은 ‘0(제로)’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24년 7월 경기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세미콘 스포렉스에서 열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총파업 승리 궐기대회. <사진=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이뿐만이 아니다. 전삼노는 2024년 7월 창사 이래 첫 총파업에 나서며 EVA 방식 기준의 OPI를 개선해 달라고 촉구한 바 있다. 당시 전삼노는 “이미 경쟁사인 LG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영업익 기준으로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다”며 “직원들의 노력으로 영업익을 많이 벌어 들였으면 그만큼 직원들의 정당한 노동에 대해 제대로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성과급 상한도 손보기를 바라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OPI의 상한선을 개인 연봉의 50%로 제한하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가 OPI 투명화, OPI 상한 해제 등 성과급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경쟁사인 SK하이닉스의 영향이 컸다.

SK하이닉스 노사는 지난해 9월 임금 교섭 타결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새로운 성과급 제도를 시행하게 됐다. 매년 영업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되, 개인별 성과급 산정 금액의 80%는 당해년도에 지급하고 나머지 20%는 2년에 걸쳐 매년 10%씩 지급하는 것이 골자다.

새 기준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직원들은 1인당 1억원 이상의 성과급을 받게 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SK하이닉스 영업익이 42조원을 웃돌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를 감안할 때 영업익의 10%인 약 4조2000억원이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 반기보고서 기준 본사 직원 수는 3만3625명이다. 약 4조2000억원에 달하는 재원을 약 3만4000명의 직원들에게 나눠줄 경우, 1인당 약 1억2400만원 수준의 성과급을 받는다는 얘기다.

삼성전자 노조는 경쟁사의 이같은 성과급 기준을 근거로 사측에 성과급 제도 개선을 줄기차게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사측이 미온적인 입장을 고수하면서 직원들의 불만도 커지는 모습이다.

공동 교섭단은 “최근 SK하이닉스로의 이직으로 노조를 탈퇴한 조합원이 10명을 웃돈다”며 “더 나은 처우와 보상을 이유로 이직하는 조합원들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최근 삼성 내부에서는 SK하이닉스에서 떨어져 삼성전자로 왔다는 의미의 ‘하떨삼’이란 표현이 유행하는 실정이다”며 “이같은 현실은 열악하고 알 수 없는 보상 체계, 이에 따라 직원들조차 신뢰하지 못하는 삼성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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