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사태로 ‘플랫폼 규제’ 급물살…이중규제·역차별 우려속, 국회문턱 넘을까

시간 입력 2026-01-07 17:41:07 시간 수정 2026-01-07 17:4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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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발 ‘신뢰 위기’에 온플법·배달앱 공정화법 재점화…통과 가능성 커지나
계약서 표준화·정산 20일·과징금 최대 10%까지…업계 “이중규제 우려”
미 하원 보고서 ‘차별’ 문제 제기…입법 동력 vs 통상 압박 정면충돌

미 하원 세출위원회가 5일(현지시간) 공개한 ‘상무·법무·과학(CJS) 등 관련 부처에 대한 2026 회계연도 예산안’의 부수보고서에 따르면, 위원회는 한국의 온플법 입법 추진을 ‘해외에서의 미국 기술 기업에 대한 차별적 대우’로 명시했다. <AFP=연합뉴스>

쿠팡 사태를 계기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과 음식배달 플랫폼 공정화법 등 그간 정치권에서 지지부진했던 ‘온라인 플랫폼 규제 논의’가 다시 급물살을 타고 있다. 단순한 보안 사고를 넘어 거대 플랫폼의 시스템 관리 책임과 시장 지배력 문제로 논의가 확산되면서, 관련 입법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명분이 강화됐다는 평가다.

다만 기존 공정거래법 등과의 중복규제 논란, 국내 기업 역차별 우려, 미국발 통상 압박 등 복합 변수가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달 8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온라인 플랫폼 중개 거래 공정화 법안(온플법) 단일안을 마련한 뒤, 이정문·김남근 의원 명의로 대표 발의했다. 그간 16개로 분산돼 있던 관련 법안을 하나로 통합한 것으로,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거래 관계를 법률로 명문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업계에서는 이번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계기로 “플랫폼의 책임과 불공정 문제를 사후 제재가 아닌 제도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는 주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국회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손명수 민주당 의원은 지난 달 3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청문회에서 “플랫폼의 독과점과 불공정 행위를 사전에 지정하고 규제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온플법 단일안의 핵심은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거래 조건의 ‘표준화’와 ‘강제력’ 강화다. 계약서에는 ▲수수료율과 부과 기준 ▲거래되는 재화·용역이 노출되는 순서와 형태에 관한 기준 ▲판매대금 정산 방식과 지급 절차·시기 등 8개 필수 항목을 반드시 명시하도록 했고, 판매 대금은 20일 이내 지급하도록 규정했다. 판매 대금의 50% 이상을 예치하도록 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제재 수위 역시 높아졌다. 위반 시 과징금은 매출액의 최대 10%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규제 대상은 중개·광고·결제 매출이 100억원 이상인 플랫폼으로, 쿠팡을 비롯해 네이버, 배달의민족 등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달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온라인플랫폼법 입법과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 도입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출처=연합뉴스>

그러나 플랫폼 규제강화와 관련해 업계의 우려도 만만치 않다. 온플법이 ‘사전 지정·사전 규율’ 성격을 강화하면서 플랫폼의 경영 자율성을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현행 공정거래법으로도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제가 가능한 상황에서, 별도의 플랫폼법이 도입되면 이중규제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기존 공정거래법에 더해 온라인 플랫폼법까지 적용되면 규제가 중첩돼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며 “과도한 규제가 국내 디지털 경제의 성장 동력을 훼손하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입법 과정의 또 다른 변수는 미국의 공식 문제 제기다. 미 하원 세출위원회가 5일(현지시간) 공개한 ‘상무·법무·과학(CJS) 등 관련 부처에 대한 2026 회계연도 예산안’의 부수보고서에 따르면, 위원회는 한국의 온플법 입법 추진을 ‘해외에서의 미국 기술 기업에 대한 차별적 대우’로 명시했다.

보고서에서는 “한국이 검토 중인 온라인플랫폼 관련 입법이 비(非) 미국계 경쟁사들에 비해 미국 기업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중국에 거점을 둔 경쟁사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할 것이라는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특히 해당 법안이 미국 기술 기업과 대외 정책 이익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를 세출 법안 시행 후 60일 이내에 위원회에 보고할 것을 요구한다고 전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쿠팡 사태로 플랫폼 규제 입법의 동력은 분명 확보했지만, 업계 반발과 이중규제 논쟁, 해외 사업자와의 형평성 문제, 미국발 통상 압박이 동시에 얽혀 있다”며 “실제로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진채연 기자 / cyeon101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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