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사람 기본법’ 5월 추진…서면계약·분쟁조정·보복 제재까지
근로자성 입증책임 ‘기업으로’…배차·평가·패널티 정보 제출 늘까
4대보험·주휴수당 등 비용 부담 우려도…가격 인상·서비스 축소 가능성도

정부가 올해 5월까지 ‘일하는 사람 기본법’과 ‘근로자 추정제’ 입법을 추진하면서 배달·배송·대리운전 등 플랫폼 산업 전반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출처=우아한형제들>
정부가 올해 5월까지 ‘일하는 사람 기본법’과 ‘근로자 추정제’ 입법을 추진하면서 배달·배송·대리운전 등 플랫폼 산업 전반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그간 근로기준법 적용 사각지대에 있던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를 제도권으로 포괄하겠다는 취지지만, 업계에서는 입증책임이 기업으로 넘어갈 경우, 기존 운영방식이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근로자의 범위가 넓어질 경우 4대보험 사업주 부담분, 주휴수당, 연차유급휴가, 퇴직급여 등 법정 비용이 한꺼번에 붙으면서, 인건비가 30∼50% 늘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비용 전가에 따른 배달비·배송비 인상, 수익성 악화에 따른 서비스 축소 가능성까지 겹치며 제도의 현장 안착을 둘러싼 논쟁이 커지는 분위기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근로자 추정제’ 도입을 주 내용으로 하는 근기법 개정안과 ‘일하는 사람 기본법’ 제정안을 오는 5월 1일을 목표로 추진할 계획이다.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고용형태나 계약 명칭과 관계없이 노무를 제공하고 보수를 받는 모든 사람을 ‘일하는 사람’으로 정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배달 라이더, 대리운전 기사, 프리랜서 웹디자이너 등 기존 근로기준법 보호에서 비켜나 있던 다양한 형태의 종사자를 포괄하겠다는 취지다.
기본법의 핵심은 △공정 계약 의무화 △안전·인격권 보호 강화 △분쟁조정 체계 신설로 압축된다. 플랫폼 기업은 종사자와 서면계약서를 작성해야 하고, 합리적 이유 없이 계약을 해지하거나 조건을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행위가 제한된다. 보수 산정 방식과 정산 기준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면서,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돼온 ‘갑작스러운 계정 정지’나 ‘일방적 수수료 인상’ 같은 문제에 제동을 걸겠다는 구상이다.
안전과 인격권 보호 조항도 강화된다. 플랫폼 종사자가 고객의 폭언·성희롱 등에 노출되면 플랫폼이 즉시 대응하고 고객을 제재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종사자가 분쟁조정을 신청했다는 이유로 배차 제한 등 불이익을 주는 ‘보복 행위’가 적발될 경우 최대 500만원 과태료 부과 방안도 거론된다.
이외에도 분쟁 해결 체계도 새로 짜인다. 보수 미지급, 부당 계약해지 등 분쟁은 노동위원회가 조정하고, 새로 설립되는 ‘일하는 사람 권리 지원재단’이 상담과 법률 지원을 맡는 방식이 논의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 열린 ‘특고·플랫폼 중간착취 근절, 차별없는 권리 보장 기자회견’ 현장. <출처=연합뉴스>
플랫폼 업계에서는 해당 법이 도입될 시 입증책임이 전환되면서 기업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체들이 특히 예민하게 보는 대목은 ‘근로자 추정제’다. 기존에는 라이더나 프리랜서가 근로자로 인정받기 위해 출퇴근 통제 여부, 업무 지시·감독, 패널티 구조 등 ‘종속성’을 스스로 입증해야 했다. 분쟁이 소송으로 번지면 자료 접근 자체가 어려워 개인이 불리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왔다.
그러나, 근로자 추정제가 도입되면 노동자는 ‘플랫폼에 노무를 제공했다’는 사실만 입증하면 되고, 기업이 근로자가 아니라는 점을 반대로 증명해야 하는 구조로 바뀐다. 배달기사라면 배차·배달 기록, 웹툰 작가라면 연재·정산 이력 등 객관적 자료가 핵심 증거가 될 수 있다.
이 경우 플랫폼 기업이 배차 알고리즘, 평가·패널티 체계, 물량 배정·관리 방식 등 그간 내부 운영 영역으로 분류해온 정보를 설명·제출해야 하는 상황이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가 근로감독관에게 자료제출 요구권을 부여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까지 함께 논의될 경우 기업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플랫폼 기업들은 비용 구조 변화도 민감하게 보고 있다. 배달 플랫폼만 해도 배달 파트너, 개인 배송자, 물류센터 협력 인력 등 노동 형태가 다양한데, 개인 배송자 등 광범위한 인력이 근로자로 인정될 경우 4대보험 사업주 부담분과 주휴수당, 연차유급휴가 등이 추가되며 부담이 급증할 수 있다는 논리다. 또한 비용 상승분이 배달비·배송비로 전가되거나, 수익성이 낮은 지역·시간대 서비스가 축소될 수 있다는 전망도 함께 나온다.
노동계 내부에서도 제도의 실효성을 놓고 시각이 갈린다. 정규직화 또는 근로자성 확대가 고용 안정과 안전망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있는 반면, 주 52시간제 등 근로시간 규제가 적용될 경우 “원할 때 원하는 만큼 일한다”는 플랫폼 노동의 유연성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기 시간이 노동시간으로 인정될 경우 서비스 속도 경쟁력 자체가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정부는 근로자 추정제도 도입을 보완책으로 제시하고 있으나 현재 논의되는 방식은 근로기준법 정의 규정에 근로자성 판단기준과 추정 제도를 명시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도 “근로기준법 상 근로자 정의 개정 없는 입법은 또 다른 진입장벽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플랫폼 업계는 제도 방향성 자체보다도 ‘적용 범위와 판단 기준’이 산업에 미칠 파장을 더 우려하는 분위기다. 배달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시장 상황에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며 “명확한 세부 기준과 구체적인 내용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시장 상황을 반영한 세부적인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진채연 기자 / cyeon101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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