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입법 절차 미진” 주장하며 상호관세 15%→25% 복원 경고
온라인 플랫폼 규제·망 사용료·지도 반출까지 ‘비관세장벽’ 현안 거론
국토부, 보완서류 시한 앞두고 구글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 논의
미국이 한국 정부에 자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차별 금지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낸 지 불과 2주 만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 25% 복원했다. <출처=대통령실>
미국이 한국 정부에 자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차별 금지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낸 지 불과 2주 만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 25% 복귀를 선언했다. 양국이 지난해 11월 무역 협상에서 ‘디지털 서비스 규제에서 미국 기업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장한다’는 내용에 합의했지만, 이후 국내 관련 입법이 속도를 내자 미국이 통상 보복 가능성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31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제임스 헬러 주한 미국대사대리는 지난 13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한·미 공동 팩트시트 이행을 촉구했다. 공동 팩트시트에는 “망 사용료와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서 미국 기업이 차별을 받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서한은 형식상 ‘합의 이행 요청’에 가깝지만, 외교부·산업통상자원부·공정거래위원회 등 주요 부처 수장이 참조 수신자로 포함된 데다, 국내 규제 현안을 폭넓게 언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실상 ‘사전 경고성 메시지’로 해석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국회에서 논의 중인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안이나 구글의 고정밀 지도 반출 문제 등은 미국 측이 ‘비관세장벽’으로 지목해 온 사안이다.
미국의 문제 제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 국무부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한국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과 관련해, 허위조작 정보를 악의적으로 유통한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공식 우려를 표명했다.
또 온라인 플랫폼 규제 논의에 대해서도 “구글·메타 등 미국 기업을 겨냥한 차별적 규제”라고 반발해 왔으며, 이후 국내 논의 과정에서 미국 빅테크가 직접적으로 포함될 수 있는 ‘시장지배적 사업자(독과점)’ 관련 조항이 빠진 배경에도 이러한 압박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회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서한 발송 약 2주 뒤인 26일(현지시간) SNS를 통해 “한국 의회가 한·미 무역합의 이행에 필요한 법적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며 한국산 자동차를 포함한 상호관세를 기존 15%에서 25%로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디지털 규제 등 입법을 둘러싼 불만을 ‘관세 카드’로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정부는 두 사안을 직접적으로 연관 짓는 해석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과기정통부 고위 관계자는 “서한에는 관세 관련 언급이 없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입법 절차에 대한 문제를 지적한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다만 “서한을 받은 뒤 즉시 외교·통상 당국과 대응 방안을 조율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서 관세 경고의 실제 발효 가능성과 별개로, 미국이 디지털 규제를 ‘비관세장벽’ 프레임으로 묶어 협상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관세 인상이 실제로 시행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규제의 형평성과 통상 압력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주요 변수로 구글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 문제가 꼽힌다. 국토교통부는 보완 서류 제출 시한이 다음 달 초로 다가오면서 관계 부처 및 안보기관이 참여하는 협의체에서 구글과 애플의 지도 반출 요청을 재논의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구글이 보완 서류를 제출하더라도 한미 관계를 의식해 결정을 재차 유보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일각에서는 “서한 수신 이후 정부의 초기 대응이 다소 소극적이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서한을 받은 직후 외교·통상 당국과 긴밀히 협의해 대응 방안을 조율해 왔다”며 “외교 사안인 만큼 구체적 내용을 공개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진채연 기자 / cyeon101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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