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상반기 교섭 ‘6월 타결’ 목표…등록제·인증제 도입이 첫 시험대
AI 배차 ‘로드러너’ 확산에 라이더·점주 반발…알고리즘 공개 요구↑
‘근로자 추정제’ 등 제도 변화 맞물려…노동 자율 vs 효율 배차 논쟁 재점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조는 오는 2월 대의원회의에서 단체교섭 세부 일정을 확정하고, 상반기 내 협상 타결을 위한 구체적인 마무리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출처=우아한형제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조(이하 노조)가 오는 6월까지 배달의민족(배민)과 쿠팡이츠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마무리하겠다는 목표를 세우면서, 배달 플랫폼 업계가 상반기 중 중요한 분기점을 맞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노조는 오는 2월 대의원회의에서 단체교섭 세부 일정을 확정하고, 상반기 내 협상 타결을 위한 구체적인 마무리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노조의 핵심 요구는 △라이더의 권리와 안전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라이더 등록제’ 및 ‘인증제’ 도입이다. 오는 6월부터 유상운송보험 가입과 교통안전교육 이수가 의무화되면서, 플랫폼과 라이더 간의 책임 관계를 명확히 하자는 취지다. 자격 요건을 충족한 라이더를 공식적으로 인증·등록해 플랫폼이 관리 책임을 지는 구조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추진 중인 ‘일하는 사람 기본법’ 도입 논의와도 맞물려 있다. 정부는 프리랜서·특수고용직·플랫폼 노동자 등 최대 870만명을 사실상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는 ‘근로자 추정제’를 도입하겠다고 예고했다. 이 경우 배달 라이더도 4대 보험·퇴직금·주휴수당 등 보호 범위 안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커진다. 이런 환경 변화는 노조의 교섭력 강화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교섭의 또 다른 핵심 쟁점은 △배민이 도입을 추진해온 AI 배차 시스템 ‘로드러너’ 도입 논의다. 로드러너는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의 모회사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가 개발한 전용 앱 기반 시스템으로, 라이더가 실시간으로 콜을 골라 잡는 현행 ‘배민커넥트’와 달리 사전에 근무 시간을 예약하는 ‘스케줄제’와 등급제를 핵심 축으로 한다.
라이더는 배달 건수, 수락률, 운행시간 등을 기준으로 등급이 매겨지고, 등급이 높을수록 선호 시간대를 먼저 선택할 수 있다. 배차 역시 라이더 선택이 아니라 거리·등급 등을 고려한 AI 자동 배정 방식으로 전환된다.

26일 오전 서울시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본사 앞에서 열린 ‘로드러너 강행하려는 배달의민족 규탄!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출처=배달플랫폼노조>
그러나 노조와 라이더들은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구조가 사실상 사라진다”며 등급 산출 기준의 불투명성과 통제 가능성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등급 산정 기준이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스케줄제와 등급제를 결합한 로드러너는 라이더의 대기 위치·운행 패턴·근무시간을 사실상 플랫폼이 통제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산하 라이더유니온지부은 지난 25일 성명을 통해 “로드러너로 라이더는 단가 통제를 넘어 스케줄이라는 본질적인 통제를 받게 된다”고 비판하며, 노동자에 대한 ‘사용종속적 관계’가 강화될 수 있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점주·자영업자들의 불만도 적지 않다. 로드러너 전환 과정에서 특정 가게의 노출·배차가 줄었다는 호소가 나오면서, 주문량 감소와 가맹점 간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정치권 일각에선 로드러너 수수료 체계가 해외 본사로의 이익 이전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더해지며,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구조 문제로 비화하는 분위기다.
반면 배민 측은 로드러너를 ‘글로벌 표준’에 맞춘 효율적인 배차 시스템이라고 강조한다. 우아한청년들은 “시범 운영 지역인 화성시 전업 라이더들의 월평균 소득은 도입 전 대비 약 29% 증가한 424만원을 기록했고, 동선 효율화로 배달 품질과 배차 안정성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정부의 입법 추진 기조상 로드러너 완전 폐기보다는 △등급 기준 및 알고리즘 일부 공개 △라이더 안전·휴식권 강화 △자율 선택권 부여 △수익 하락 시 보전 장치 마련 등 ‘조건부 도입’ 혹은 ‘부분 수정’ 형태의 절충안이 유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라이더 등록제·인증제 등 안전 보장 제도는 플랫폼 측도 공개적으로 반대하기 어려운 영역인 만큼, 일정 수준의 합의 도출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배달업계의 상반기 단체교섭은 단지 배민·쿠팡이츠와 노조 사이의 갈등 조정을 넘어, 플랫폼 노동을 둘러싼 ‘자율인가, 통제인가’라는 질문에 한국 사회가 어떤 답을 내놓을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플랫폼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논란은 단순히 한 플랫폼의 정책 문제가 아니라, 수많은 플랫폼 노동자들이 앞으로 어떤 환경에서 일하게 될지를 결정짓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진채연 기자 / cyeon101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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