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책임 넘어선 ‘신뢰의 문제’… 확률 논란 대응 수위 높아지나
전례 없는 전액 환불… 15일까지 신청, 최대 2000억원대 전망
지속됐던 ‘확률 오류 처벌 수위’ 논란, 책임 기준 재정립 국면

넥슨은 메이플 키우기 홈페이지를 통해 오는 5일 정오에 환불 신청 페이지를 연다고 밝혔다. <출처=넥슨>
넥슨이 ‘메이플 키우기’ 오류 논란과 관련해 최대 2000억 원대에 달하는 전액 환불을 결정하며, 고객에 대한 보상수준을 놓고 국내 게임업계 전반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동안 확률형 아이템 논란에 대한 후속 조치가 과징금 납부나 확률 조정, 제한적 보상에 머물렀던 것과 달리, 넥슨이 대응 수위를 대폭 끌어올리면서 다른 게임사들의 책임 부담도 더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다.
4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최근 넥슨은 ‘메이플 키우기’ 출시 이후 지난달 28일까지 게임 내에서 결제된 모든 금액을 전액 환불하기로 결정했다. 환불 신청은 오는 5일부터 15일까지 약 열흘간 진행되며, 환불받은 계정으로는 더 이상 플레이를 할 수 없고, 게임을 다시 하고 싶다면 새로운 계정을 만들어야 한다.
단일 게임을 대상으로 수개월간의 결제 내역을 모두 환불하는 사례는 국내 게임업계에서도 사실상 전례를 찾기 어렵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해당 기간 누적 매출이 약 1500억원에서 2000억원까지도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넥슨은 메이플 키우기 홈페이지를 통해 오는 5일 정오에 환불 신청 페이지를 연다고 밝혔다. <출처=메이플 키우기 홈페이지>
넥슨의 전액 환불 결정은 확률형 유료 아이템의 계산식 오류를 사전에 인지하고도 이를 이용자에게 알리지 않은 채 수정한 사실을 공식 인정하면서 이뤄졌다. 유료 재화를 소모해 능력치를 재설정하는 ‘어빌리티’ 옵션에서 안내된 최대 수치가 실제로는 등장하지 않았고, 해당 오류가 약 한 달간 방치됐다는 점이 논란의 핵심이었다.
특히 넥슨은 환불 결정에 앞서 강원기 메이플본부장을 보직 해제하고, 강대현 대표가 직접 해당 보직을 맡는다는 등의 인사 조치까지 단행했다. 강 본부장은 ‘메이플스토리’ 7대이자 최장수 디렉터로, 장기간 메이플 IP 운영과 확장을 이끌어 온 상징적 인물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사가 단순한 조직 개편을 넘어, 메이플 IP 전반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하겠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결국, 이 같은 넥슨의 대응은 확률형 아이템 논란에 대한 업계의 ‘책임 기준’을 사실상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로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국내 게임사들은 확률 정보 오류나 고지 누락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과징금 납부, 확률 수정, 일부 환불이나 게임 내 보상 지급 선에서 사태를 마무리해 왔다. 대규모 매출이 발생한 경우에도 행정 처분 수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지적이 반복돼 온 배경이다.

실제 지난해와 올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자상거래법 위반으로 제재한 다수의 게임사들 역시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대 과태료·과징금 처분에 그쳤다. 위반 행위로 발생한 매출 규모에 비해 제재 수위가 충분한지에 대한 논란이 이어졌고, 규제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 제기도 끊이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넥슨이 자발적으로 수천억 원대 환불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은, 규제 당국의 판단과 별개로 기업 스스로 책임 범위를 대폭 확장한 사례로 받아들여진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사례가 향후 확률형 아이템 관련 분쟁에서 하나의 기준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이제 단순히 ‘법적으로 문제 없느냐’의 영역을 넘어, 이용자 신뢰 훼손에 대해 어느 수준까지 책임질 것인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이라며 “넥슨 사례 이후에는 유사한 논란이 발생했을 때 이전과 같은 대응으로는 여론을 설득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메이플 키우기’ 사태는 단일 게임의 오류 논란을 넘어, 확률형 아이템을 둘러싼 국내 게임업계 전반의 책임 기준과 대응 수위를 재정의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넥슨이 만들어 놓은 높은 대응 기준이 업계 전반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예림 기자 / leeyerim@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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