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고정밀 지도 반출 보완서류 제출…한미 통상 압박 속, 최종 판단 고민되네

시간 입력 2026-02-06 14:46:25 시간 수정 2026-02-06 14:4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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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보안서류 제출…협의체, ‘조건부 승인·불허·추가 보완’ 갈림길
통상 압박·안보 논리 교차…지도 반출, 한미 ‘외교 변수’로 부상하나
정부, ‘보안시설 가림·좌표 제한·국내 데이터센터’ 등 핵심 조건 제시

구글의 1:5000 축척 고정밀 지도 국외 반출 심사가 5일 보완서류 제출 마감을 맞으며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출처=구글> 

구글이 한국 정부가 요구한 1:5000 축척 고정밀 지도 국외 반출 관련 보완 서류를 제출한 가운데, 정부 ‘측량성과 국외반출 협의체’의 최종 판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결정은 단순 기술 심사를 넘어 한미 통상 갈등과 디지털 무역 규범, 국내 공간정보·플랫폼 산업의 장기 경쟁력까지 걸려 있어, 후폭풍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6일 정부와 정보통신(IT)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5일 오후 11시께 국토교통부에 고정밀 지도 국외 반출을 요청하는 보완 서류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은 정부가 지난 협의체 회의에서 구글에 부여한 60일 보완 기간의 마지막 날이었다.

보완 서류에는 국내 안보시설에 대한 가림 처리, 좌표 노출 제한 등 정부가 제시해 온 조건 대부분을 수용하고, 향후 지도 데이터 처리 과정을 설명하는 기술적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이 반출을 요청한 지도는 1:5000 축척으로, 실제 거리 50m를 지도상 1㎝로 줄여 표현하는 국가기본도급 정밀 지도다. 정부는 국토교통부·외교부·국정원 등이 참여하는 ‘측량성과 국외반출 협의체’에서 서류 내용을 검토한 뒤, △조건부 승인 △불허 △추가 보완 요구 중 하나를 결정할 예정이다. 다만 최종 결론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구글이 제출한 내용을 충실히 검토한 뒤 관계 부처가 참여하는 협의체에서 심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구글에 제시해 온 핵심 조건은 △군사·보안시설 가림 처리(블러·저해상도·위장 등) △위도·경도 좌표 값 표시 제한 △국내 데이터센터(서버) 설치다. 주요 군사·안보 시설 위치 노출을 차단하고, 민감 정보가 해외 서버로만 흘러나가는 구조를 완화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구글은 지난해 9월 기자간담회와 이후 정부 협의 과정에서 보안시설 가림과 좌표값 삭제·제한은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반면 국내 데이터센터 설치에 대해서는 “지도 반출과는 별개 사안”이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세계에 분산된 데이터센터에서 통합적으로 지도 데이터를 처리·제공하는 구조상, 한국 지도만 국내 서버에 ‘고립’시켜 운용하면 서비스 효율과 비용 측면에서 수용하기 어렵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국내 IT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은 고정밀 지도 활용을 위해 전용 단말기 사용, 보호구역 지정, 보안 인력 상시 점검 등 고강도 보안 심사를 감내해 왔다”며 “해외 기업에도 국내 데이터센터 설치와 사후 검증을 같은 강도로 요구하지 않으면 공정경쟁이 성립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한국산 수입품 관세를 15%에서 25%로 상향하는 행정명령을 예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제공=AP연합뉴스>

업계에서는 최근 미국의 통상 압박과 디지털 무역 이슈가 맞물리며, 미국의 외교·통상적 압박이 지도 반출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한국산 수입품 관세를 15%에서 25%로 상향하는 행정명령을 예고했으며, 지난해 11월 한미 공동 팩트시트에서 “망 사용료,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규제에서 미국 기업 차별 금지”를 명문화한 바 있다. 지난달에는 팩트시트 이행을 촉구하는 서한을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앞으로도 발송했다. 서한에는 국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데이터 이전 규제 등에서 미국 기업이 역차별을 받지 않도록 해달라는 요구가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 사안이 적시되지는 않았지만, 업계에선 고정밀 지도 반출 문제 역시 미국 측이 ‘디지털 무역 장벽’의 한 사례로 인식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다.

학계와 산업계에서는 고정밀 지도 국외 반출이 국내 산업 경쟁력에 단기 편익보다 장기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고정밀 지도는 자율주행·위치기반 AI(인공지능) 서비스의 핵심 인프라인 만큼 파급 효과가 크다는 지적이다.

정진도 한국교원대 교수는 지난 3일 대한공간정보학회 산학협력 포럼에서 연산가능일반균형모형(CGE)을 적용해 고정밀 지도 해외 반출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분석한 결과, 향후 10년간 지도·플랫폼·모빌리티·건설 등 8개 산업에서 최소 150조6800억원에서 최대 197조3800억원에이르는 비용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해외 플랫폼의 시장 점유율 확대에 따른 국내 모빌리티·공간정보 산업 매출 잠식이 연평균 최대 16조4100억원에 이를 수 있고, 해외 지도 플랫폼에 지급되는 라이선스·API 이용료 등 로열티 유출액만 연평균 6조3000억~14조2000억원으로 예상된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단순히 지도 서비스 한 분야의 문제가 아니라, 자율주행·도심항공교통(UAM)·스마트시티·위치기반 AI 서비스 등 차세대 인프라 전반에서 국내 기업이 글로벌 빅테크에 종속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편 고정밀 지도 반출 논의는 구글 뿐 아니라 애플로도 확산되는 양상이다. 애플은 지난해 12월 정부의 보완 요청에 따라 추가 서류를 준비 중이며, 국내 데이터센터 설치를 포함한 정부 요구 조건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CEO스코어데일리 / 진채연 기자 / cyeon101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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