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 등 성과급 제도 개선 놓고 노사 입장차 ‘팽팽’
노조 “최악의 경우 교섭 결렬…쟁의 대책 마련”
삼성전자 직원, 성과급 불만에 노조 가입 줄이어
초기업노조 조합원 수, 1월 30일 기준 6만3579명
“과반이냐 아니냐”…조합원 수 산정 절차 돌입
과반 노조 등극 시 초기업노조 협상력 커질 듯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사가 지난해 12월부터 ‘2026년 임금 교섭’에 돌입했지만, 성과급 제도 개선안을 두고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진입하며 역대급의 실적을 기록한 만큼 경쟁사에 버금가는 성과급을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사측은 경영 안정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사실상 노사 간 협상이 장기화 국면에 돌입한 가운데, 노조는 사측의 미온적인 태도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최악의 경우 교섭이 결렬될 수 있다는 분위기다. 이에 노조는 교섭 결렬을 대비해 쟁의 대책을 마련하는 등 투쟁 준비에 돌입했다. 반도체 경쟁력 강화 등 산적한 과제를 서둘러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서 삼성의 노조 리스크가 불거지고 있다.
삼성그룹초기업노동조합(초기업노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삼성전자노조동행(동행노조) 등 삼성전자 내 3개 노조가 꾸린 공동 교섭단은 이달 5일부터 6일까지 이틀 간 DMD경영개발원에서 쟁의 대책 집중 회의를 실시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번 집중 회의는 현 지점의 교섭 국면과 전략을 점검하고, 교섭 결렬·조정·쟁의권 확보 등 상황별 시나리오를 준비하기 위해 마련됐다.
공동 교섭단은 “이달 중 교섭 타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다음주부터 사측과 집중 교섭에 나설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집중 교섭을 앞두고, 조합원 눈높이에 맞지 않는 결과가 나올 경우를 대비해 사측을 압박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검토하고 있다”며 “조합원들과 함께 하는 쟁의 대책을 마련해 단호하게 맞서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교섭 결렬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경우, 강경 기조를 고수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공동 교섭단은 “교섭 결렬 시 공동 교섭단 체제를 공동 투쟁본부로 전환하겠다”며 “보다 강력한 조직적 대응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전했다.

2월 5~6일 이틀 간 DMD경영개발원에서 열린 쟁의 대책 집중 회의. <사진=삼성전자공동교섭단>
노조가 투쟁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분위기는 냉랭하다.
특히 삼성전자 내부에선 성과급에 대한 불만이 날로 커지고 있다. 최근 반도체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역대급의 실적에 맞춰 천문학적인 규모의 성과급을 지급하면서 상대적으로 불만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SK하이닉스 노사는 지난해 9월 임금 교섭 타결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새로운 성과급 제도를 시행하게 됐다. 매년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되, 개인별 성과급 산정 금액의 80%는 당해 연도에 지급하고 나머지 20%는 2년에 걸쳐 매년 10%씩 지급하는 것이 골자다. SK는 새로 마련된 성과급 기준에 따라 하루 전인 5일 직원들에 기본급의 2964%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연봉이 1억원이라면 성과급으로 1억4820만원을 받은 셈이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보다 훨씬 적은 수준의 성과급이 지급됐다. 삼성은 지난 16일 사내망을 통해 2025년도 ‘OPI(초과이익성과급)’ 지급률을 확정 공지했다.
OPI는 TAI(목표달성장려금)와 함께 삼성전자의 대표적인 성과급 제도 중 하나다. 매년 한 차례 지급되는 OPI는 소속 사업 부문의 실적이 연초에 세운 목표를 넘었을 경우, 초과 이익의 20% 한도 내에서 개인 연봉의 최대 50%까지 받을 수 있다.
사업 부문별로 살펴보면 DX(디바이스경험) 부문의 OPI 지급률은 MX사업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지난해보다 낮아졌거나 비슷했다. MX사업부는 ‘갤럭시S25’ 시리즈와 ‘갤럭시Z7’ 시리즈 흥행에 힘입어 50%의 OPI를 받게 됐다. 그러나 TV 사업을 담당하는 VD(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를 비롯해 DA(생활가전)사업부, 네트워크사업부, 의료기기사업부는 12%의 지급률이 책정됐다. 아울러 경영지원과 전장·오디오 사업 자회사 하만은 연봉의 39%를 OPI로 받는다.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메모리 수요 확대에 힘입어 실적이 크게 개선되고 있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OPI 지급률은 47%로 책정됐다.
초기업노조에 따르면 삼성전자 직원 평균 연봉은 7700만원 수준이다. 이를 토대로 DS 부문의 OPI를 단순 계산할 경우, 약 3620만원 수준이다.
SK하이닉스 직원이 삼성전자와 동일한 수준의 연봉을 받는다고 할 때, 성과급은 약 1억1400만원에 달한다. 사실상 삼성의 성과급이 SK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이에 삼성전자 노조는 이번 임금 교섭의 핵심 쟁점으로 성과급 제도 개선을 삼았다. 그러나 사측이 미온적인 입장을 고수하면서 협상은 부침을 겪고 있다.
삼성전자 노사는 앞서 지난해 12월 11일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첫 상견례를 갖고,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했다.
공동 교섭단이 사측에 전달한 요구안에는 성과급 제도 중 하나인 OPI의 투명화 및 상한 해제, 기본급 공통 인상률(베이스업) 7% 등을 골자로 한 핵심 요구안 3건과 노사 격려 자사주 30주, 복지 포인트 상향 등 별도 요구안 15건이 담겼다.
이어 지난해 12월 16일 열린 1차 본교섭에서 노조는 OPI 산정 기준을 영업익(+기타 수익)의 20%로 변경해 달라고 사측에 구체적으로 요구했다. 그러나 삼성 노사는 같은달 23일 2차 본교섭, 30일 3차 본교섭, 지난달 6일 4차 본교섭에서도 합의에 실패했다.
다행히 지난달 13일 5차 본교섭, 20일 6차 본교섭에서 노사 간 대화에 다시 물꼬가 트였다. 이어 27일 7차 본교섭에서 사측은 처음으로 제시안을 내놨다. 하지만 이를 본 노조는 수용할 수 없다고 난색을 표했다.
사측은 “OPI 지급률을 최대 50%까지 적용하고, EVA(경제적 부가가치)의 20%를 재원으로 활용하는 현행 성과급 기준을 유지하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며 “현행 기준 외에 추가적인 보상 방안에 대해선 EVA 재원 범위 내에서 초과 성과에 대한 추가 보상 가능성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또 사측은 노조의 요구안이 얼토당토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사측은 “영업익의 20%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자는 노조의 제안이 현실적으로 실행 가능한 방안인지 의문이다”며 “노조 요구안대로 영업익을 기준으로 삼으면 일부 실적이 낮은 사업부는 오히려 성과급을 지급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노조는 “성과급 산정 기준을 EVA에서 영업이익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은 경쟁사처럼 누구나 기준을 알 수 있게끔 하자는 목적이다”며 “EVA 기준으로 산정되는 성과급은 해마다 불명확했다”고 맞섰다.

2025년 12월 16일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열린 ‘2026년 임금 교섭 1차 본교섭’. <사진=삼성전자공동교섭단>
그리고 이달 3일 8차 본교섭이 열렸지만 노사는 서로의 입장차만 재확인했다. 사측은 “초과 성과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노조의 주장에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그러나 사업 부문별 실적 수준과 경영 여건의 차이가 큰 만큼 제도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노조의 요구안은 현재 운영 중인 성과급 체계와 사업 부문별 실적 변동성을 고려할 때 즉시 적용하기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그러자 노조는 “영업익의 20%를 성과급 재원으로 삼는다는 산정 기준이야말로 가장 직관적으로 이해 가능한 방식이다”며 “사측은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주장할 게 아니라 직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성과급 투명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이렇듯 노사 협상이 답보 상태를 보이자 답답함을 느낀 삼성전자 직원들은 노조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는 지난달 30일 기준 조합원 수가 6만3579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노조가 밝힌 총 직원 수 12만5155명의 50.8%에 달하는 수치다. 조합원 가입 비율이 과반을 넘기면서 초기업노조는 삼성전자 내 거대 노조로 부상했다.
다만 지난해 반기보고서 기준 삼성전자 총 직원 수가 12만8925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초기업노조 가입 비율은 49.3%다.
이에 초기업노조는 단일 과반 노조 지위를 획득하기 위한 조합원 수 산정 절차에 돌입했다. 노조는 사측과 함께 정부기관, 법무법인 등 공신력 있는 외부기관을 통해 검증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단일 과반 노조가 되면 사측과 단체 교섭을 할 수 있는 교섭권을 갖는다. 사측은 과반 노조의 교섭 요구에 반드시 응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법적 처벌을 받게 된다. 또 과반 노조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대표 지위도 얻는다. 사측이 취업 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변경할 경우, 동의권 행사도 가능하다.
만약 초기업노조가 과반 노조에 등극하면 삼성전자 직원들의 목소리가 하나로 모이게 되는 만큼, 2026년 임금 교섭에서 사측이 받게 될 부담은 훨씬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재계에서는 삼성 내부에 강력한 교섭력을 가진 노조가 전면에 등장할지 주목하고 있다.
초기업노조 관계자는 “남은 교섭 일정에 맞춰 조합원 눈높이에 맞는 요구안을 관철시키겠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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