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여한구 본부장-스위처 부대표 면담…디지털 규제 협의 결론 못내
美 “비관세장벽 진척 없으면 관세 인상”…통상 압박 수위 최고조
여한구 “상시 소통” 강조했지만…통상 리스크 지속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청사에서 열린 ‘한-네덜란드 외교산업 2+2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한미 통상 당국이 직접 머리를 맞대고 비관세장벽 해소 방안을 논의했지만, 이번에도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미국 측이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과 구글 정밀지도 반출 등 디지털 분야 규제 완화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양측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통상 마찰에 대한 우려가 지속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11일 오전 9시 30분, 방한 중인 릭 스위처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와 만나 약 1시간 30분 동안 면담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동의 핵심 의제는 지난해 11월 한미 양국이 합의한 ‘조인트 팩트시트(Joint Fact Sheet)’의 이행 상황 점검이었다. 특히 미국산 자동차 안전 기준 인정 문제와 디지털 통상 규제 등 이른바 ‘비관세장벽’ 현안이 집중적으로 다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은 넷플릭스·유튜브 등 자국 빅테크 기업과 연관된 ‘망 사용료’ 부과 논란, 구글의 ‘국내 정밀지도 데이터 반출’ 불허, 그리고 한국 국회에서 논의 중인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 등을 대표적인 디지털 무역 장벽으로 지목하며 개선을 요구해왔다. 앞서 지난달에는 제임스 헬러 주한 미국대사대리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서한을 보내 합의 이행을 촉구하는 등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여 본부장은 이날 면담에서 디지털 등 비관세 분야 진전 사항을 협의하고 향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 개최를 목표로 세부 계획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질적인 합의점 도출에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양국은 비관세 분야 이행계획을 FTA 공동위를 통해 채택하기로 했으나, 실무 차원의 이견이 여전히 정리되지 않아 공동위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픽=사유진 기자>
특히 최근 미국 측이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한미간 통상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 앞서 지난 9일 조현 외교부 장관은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와의 면담 내용을 공개하며 미국의 관세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조 장관에 따르면 그리어 대표는 “미국은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와의 무역적자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한국 정부에는 투자 요청과 함께 비관세 장벽 개선을 요청했다”며 “그런데 투자는 (정상 간) 합의 이후 진척이 느리고, 비관세 분야는 추가 협의키로 했는데 잘 이뤄지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그리어 대표는 “한국 외 다른 나라와도 비관세 장벽 협상을 해야 하므로 바쁘고, 한국 시장에 많은 시간을 쏟을 수가 없다”며 “만약 협상 진척이 안 되면 ‘감정 없이’ 관세를 높여서 미국의 대한(對韓) 무역적자를 개선하려는 것을 한국이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결국 이날 여 본부장과 스위처 부대표의 만남은 핵심 쟁점인 비관세 장벽 문제에서 최종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채, ‘도돌이표’ 논의만 반복한 셈이다.
앞서 여 본부장은 올해 초부터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와 다섯 차례 면담을 진행했다. 비관세 등 한미 통상관계 현안과 안정화 방안에 대해 논의를 해온 바 있다.
여 본부장은 “한미 통상현안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앞으로도 USTR과 상시 소통 체제를 유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동일 기자 / same91@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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