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 프로모션” vs “지배력 남용”… 배민·처갓집 ‘배민 온리’ 도입, 공정위 선택은

시간 입력 2026-02-24 17:41:02 시간 수정 2026-02-24 17:41:02
  • 가
  • 가
  • 페이스북
  • 트위치
  • 링크복사

배민만 쓰면 수수료 3.5%… ‘배민 온리’ 전속 조건 공정위 심판대에
처갓집 1100곳 사실상 전속 편입… 배민, ‘1위 플랫폼’ 확장 전략
점주들 ‘매출 감소 위험 고지 안돼’ 반발… 시민단체, 공정위 추가 신고

배달의민족(배민)과 처갓집양념치킨(처갓집)의 ‘배민 온리(Only)’ 상생 프로모션을 둘러싸고 가맹점주·시민단체와 배달의민족, 가맹본부 간 입장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출처=우아한형제들>

배달의민족(배민)과 처갓집양념치킨(처갓집)의 ‘배민 온리(Only)’ 상생 프로모션을 둘러싸고, 가맹점주·시민단체와 배달의민족, 가맹본부 간 입장이 정면 충돌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전속 조건부 수수료 인하를 ‘불공정거래행위’로 판단할지, 아니면 ‘합법적인 경쟁전략’으로 인정할지에 따라 배달앱 수수료 체계와 플랫폼 확장 전략이 엇갈릴 전망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과 처갓집 가맹본부 한국일오삼은 지난 1월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이달 9일부터 5월 8일까지 3개월간 시범사업형태로 ‘배민 온리’를 시작했다.

‘배민 온리’는 처갓집 가맹점주가 쿠팡이츠·요기요 등 경쟁 배달 앱 사용을 중단하는 대신, 배민·자사 앱·공공배달앱에서만 주문을 받도록 하고 중개수수료를 기존 7.8%에서 3.5%로 낮춰주는 구조다. 현재 전국 약 1200개 처갓집 가맹점 중 90% 수준인 1100여곳이 참여해 사실상 브랜드 전체가 전속 구조에 편입된 상황이다.

처갓집 관계자는 “음식값 2만8000원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4.3%포인트 인하하면 주문 한 건당 약 1200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며 “직접 수익성 개선 효과를 확인한 뒤 참여를 검토하는 점주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 점주들은 영업의 자유 침해를 주장하며 법무법인 YK를 통해 지난 20일 공정위에 배민과 한국일오삼을 신고했다. 이어 지난 24일에는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정한 플랫폼을 위한 사장협회 등이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거래법·가맹사업법 위반 의혹을 제기하며 추가 신고 절차에 돌입했다.

가맹점주 측과 시민단체가 문제 삼는 핵심 쟁점은 ‘전속 조건’과 ‘수수료 구조’다. 법무법인 YK와 시민단체들은 이번 업무협약이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배타조건부 거래 등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특히 시장점유율 1위 플랫폼이 사실상 선택의 여지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배민을 단독으로 이용하면 수수료를 대폭 인하하겠다”고 제안한 것은 자율 참여 형식을 띠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사업 활동의 부당한 구속’에 해당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일부 점주들은 배민만 전속 거래하는 조건으로 중개수수료를 인하 혜택을 약속받았지만, 프로모션 효과가 과장됐고 경쟁 플랫폼 이용 제한에 따른 매출 감소 위험도 충분히 고지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지난 1월27일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사옥에서 김지훈 우아한형제들 사업부문장(사진 오른쪽)과 김재훈 한국일오삼 전무가 업무협약을 맺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우아한형제들>

반면 배민 측은 공정위 신고와 시민단체 비판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24일 입장문을 통해 “이번 프로그램은 가맹점주의 수익 개선과 고객 할인 혜택 확대를 위한 공동 상생 프로모션”이라며 “관련 법규를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배민 측은 상생 프로모션 참여 가맹점에 대해 △중개이용료 인하 △가맹본사·플랫폼 공동 할인 지원 등을 제공해, 매출과 이익을 동시에 높이고 소비자 주문가격을 낮추는 것이 핵심 취지라고 설명했다. 또한 “대다수 가맹점주가 프로그램 취지에 공감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며 “참여 여부는 각 매장의 수익 구조에 따라 자유롭게 결정된다. 참여 이후에도 언제든 미참여로 전환할 수 있으며, 참여하지 않는다고 해서 노출 제한 등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전속 강요는 전혀 없으며, 특정 플랫폼이 시장 지위를 이용해 가맹본부에 강제력을 행사하는 것은 현재의 경쟁 환경에서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이번 모델은 프랜차이즈 뿐만 아니라 비(非)프랜차이즈 매장에서도 이미 활용되는 합법적 경쟁 방식”이라며 “향후 비프랜차이즈 파트너와의 상생 프로모션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 기준에 따라 ‘배민 온리’ 모델의 운명이 크게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전속 조건의 경쟁 제한성 △가맹점주의 실질적 선택 여부 △배민의 시장지배력 등이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공정위가 가맹점주와 시민단체 주장을 받아들일 경우, 배민의 전속 프로모션 전략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전속 조건이 배타적 거래나 시장지배력 남용으로 인정되면 수수료 혜택을 통한 브랜드 묶기 방식의 구조적 수정이 불가피하고, 치킨·피자·버거 등 다른 프랜차이즈로의 확산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정치권의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와 플랫폼 규제 강화 논의에 영향을 미쳐, 1위 플랫폼의 공격적 마케팅이 규제 명분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대로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 배민 온리는 1위 굳히기 전략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대형 브랜드를 전속으로 유치해 주문 트래픽을 자사 플랫폼에 고정하면 경쟁사 고객 유치 수단이 줄어들고, 점유율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플랫폼 간 경쟁이 있어야 가맹점과 소비자 모두 더 나은 조건을 누릴 수 있다”며 “배민 온리가 시장 규모를 키우는 혁신 모델인지, 경쟁을 축소하는 전형적인 독점 전략인지가 이번 공정위 판단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진채연 기자 / cyeon1019@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