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 ‘성과급 협상’ 끝내 결렬…“상한 폐지해야” vs “투자재원 마련, 폐지 안돼”

시간 입력 2026-03-04 17:54:20 시간 수정 2026-03-04 17:5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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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노위, ‘조정 중지’ 결정…노조, 합법적 쟁의 가능
OPI 등 성과급 제도 개선 놓고 노사 입장차 ‘팽팽’
노조 “OPI 상한 폐지” VS 사측 “형평성 어긋나”
삼성전자 직원, 성과급 불만에 노조 가입 줄이어
초기업노조 조합원 수, 4일 기준 6만6160명 달해
과반 노조 등극 시 초기업노조 협상력 대폭 커질 듯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사가 지난해 12월부터 ‘2026년 임금 교섭’에 돌입했지만, 성과급 제도 개선안을 두고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진입하며 역대급의 실적을 기록한 만큼 경쟁사에 버금가는 성과급을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사측은 경영 안정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노사가 끝내 합의점을 찾는 데 실패하면서 교섭은 최종 결렬됐다. 이에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의 조정을 통해 사측과 막판 협상에 나섰지만, 최종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결국 노조는 쟁의권 확보 절차에 돌입하며 투쟁을 공식화 했고, 사측도 “큰 폭의 양보를 했다”며 맞서고 있어,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자칫 장기화 될 가능성도 커 보인다. 반도체 경쟁력 강화 등 산적한 과제를 추진해야 하는 삼성으로서는 ‘파업 리스크’라는 암초와 마주하게 됐다.

삼성그룹초기업노동조합(초기업노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삼성전자노조동행(동행노조) 등 삼성전자 내 3개 노조가 꾸린 공동 교섭단은 두 차례에 걸친 중노위 조정 회의에도 불구하고 최종 ‘조정 중지’ 결론이 났다고 4일 밝혔다.

공동 교섭단은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여 간 여러 차례 교섭하고, 중노위까지 나아갔는데도 사측은 노조가 요구한 성과급 제도의 투명화 및 상한 폐지를 수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대로는 삼성전자의 미래도 없다”며 “우리는 그 절박함을 가슴에 새기고 싸울 것이다”고 강조했다.

공동 교섭단은 “현 시간부로 공동투쟁본부 체제로 전환해 쟁의권 확보 절차에 돌입한다”며 “경영진이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흔들림 없이 나아가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조합원이 수용할 수 있는 답이 나올 때까지 공동투쟁본부는 멈추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중노위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서 노조는 합법적으로 쟁의 행위에 나설 수 있는 요건을 갖추게 됐다. 이미 노조는 쟁의 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5년 12월 16일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열린 ‘2026년 임금 교섭 1차 본교섭’. <사진=삼성전자공동교섭단>

수차례에 걸친 임금 교섭과 중노위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노사가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은 성과급 문제 때문이다. 최근 반도체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역대급 실적에 맞춰 천문학적인 규모의 성과급을 지급하면서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SK하이닉스 노사는 지난해 9월 임금 교섭 타결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새로운 성과급 제도를 시행하게 됐다. 매년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되, 개인별 성과급 산정 금액의 80%는 당해 연도에 지급하고 나머지 20%는 2년에 걸쳐 매년 10%씩 지급하는 것이 골자다. SK는 새로 마련된 성과급 기준에 따라 지난달 5일 직원들에 기본급의 2964%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연봉이 1억원이라면 성과급으로 1억4820만원을 받은 셈이다.

삼성전자는 상대적으로 SK하이닉스보다 적은 수준의 성과급이 지급됐다. 삼성은 지난 1월 사내망을 통해 2025년도 ‘OPI(초과이익성과급)’ 지급률을 확정 공지했다.

OPI는 TAI(목표달성장려금)와 함께 삼성전자의 대표적인 성과급 제도 중 하나다. 매년 한 차례 지급되는 OPI는 소속 사업 부문의 실적이 연초에 세운 목표를 넘었을 경우, 초과 이익의 20% 한도 내에서 개인 연봉의 최대 50%까지 받을 수 있다.

사업 부문별로 살펴보면 DX(디바이스경험) 부문의 OPI 지급률은 MX사업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지난해보다 낮아졌거나 비슷했다. MX사업부는 ‘갤럭시S25’ 시리즈와 ‘갤럭시Z7’ 시리즈 흥행에 힘입어 50%의 OPI를 받게 됐다. 그러나 TV 사업을 담당하는 VD(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를 비롯해 DA(생활가전)사업부, 네트워크사업부, 의료기기사업부는 12%의 지급률이 책정됐다. 아울러 경영지원과 전장·오디오 사업 자회사 하만은 연봉의 39%를 OPI로 받는다.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메모리 수요 확대에 힘입어 실적이 크게 개선되고 있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OPI 지급률은 47%로 책정됐다.

초기업노조에 따르면 삼성전자 직원 평균 연봉은 7700만원 수준이다. 이를 토대로 DS 부문의 OPI를 단순 계산할 경우, 약 3620만원 수준이다.

SK하이닉스 직원이 삼성전자와 동일한 수준의 연봉을 받는다고 가정할때, 성과급은 약 1억1400만원에 달한다. 사실상 삼성의 성과급이 SK의 3분의 1 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3월 3일 세종시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2차 조정 회의. <사진=삼성전자공동교섭단>

삼성전자 노조는 임금 교섭의 핵심 쟁점으로 성과급 제도 개선을 꼽았다. 

공동 교섭단은 중노위 2차 조정회의에서 “성과급 제도와 관련해, 노조는 (사측이 언급한) 자본비용에 대해 인정할 수 없고, OPI를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변경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또한 “성과급의 상한 폐지를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OPI 투명화와 상한 폐지가 수용된다면, OPI 지급과 관련해 사업 부문 간 차등 적용, 임금 인상률 하향, 별도 요구안 포기 등도 감수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이같은 노조 제안에 회사측은 성과급 제도 투명화 요구에 부합하는 ‘OPI 재원에 대한 선택권 부여’ 방안을 역제안했다. OPI 산정 기준을 기존 ‘EVA(경제적 부가가치)의 20%’와 ‘영업이익의 10%’ 중 유리한 쪽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OPI 상한 폐지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미래 투자재원 확보와 사업 부문 간 형평성을 이유로 OPI 상한을 없애기 어렵다는 게 사측의 주장이다.

사측은 “OPI 상한을 폐지하면 일부 사업부는 일시적으로 막대한 보상을 받게 되지만, 현실적으로 초과 이익 달성이 어려운 대다수 사업 부문은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는 전례가 없이 많은 이익 창출에 기여한 사업 부문에는 특별 포상을 통해 상당한 보상을 하고자 한다”며 “나머지 재원을 활용해 다양한 보상과 복리 후생 제도를 운영해 보다 많은 직원들이 수혜를 누릴 수 있는 전사 차원의 방안을 고민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사측은 DS 부문 한정 특별 보상 지급, 임금 인상률 6.2%, 샐러리캡 상향, 자사주 20주 지급, 패밀리넷 100만포인트 지급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노사가 OPI 상한 폐지를 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협상은 파행 모드로 가는 분위기다.

2024년 7월 경기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세미콘 스포렉스에서 열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총파업 승리 궐기대회. <사진=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중노위의 조정 중지 결정으로 노조가 합법적 쟁의권을 거머쥐면서, 자칫 파업 전운도 감돌고 있다. 공동투쟁본부로 변모한 노조는 하루 뒤인 5일 라이브 방송을 통해 조정 중지 사유 및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포함한 쟁의 대책 계획을 공표할 예정이다.

특히 노사 협상이 답보 상태를 보이자 삼성전자 직원들은 노조에 참여하고 있다.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는 이날 기준 조합원 수가 6만6160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노조가 밝힌 총 직원 수 12만5155명의 52.9%에 달하는 수치다. 조합원 가입 비율이 과반을 넘기면서 초기업노조는 삼성전자 내 거대 노조로 부상했다.

지난해 반기보고서 기준 삼성전자 총 직원 수가 12만8925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초기업노조 가입 비율이 51.3%에 이른다. 사실상 삼성전자 직원 2명 중 1명은 초기업노조 조합원인 셈이다.

초기업노조는 단일 과반 노조 지위를 획득하기 위한 조합원 수 산정 절차에 돌입했다. 노조는 사측과 함께 정부기관, 법무법인 등 공신력 있는 외부기관을 통해 검증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단일 과반 노조가 되면 사측과 단체 교섭을 할 수 있는 교섭권을 갖게된다. 사측은 과반 노조의 교섭 요구에 반드시 응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법적 처벌을 받게 된다. 또 과반 노조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대표 지위도 얻는다. 사측이 취업 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변경할 경우, 동의권 행사도 가능하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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