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플랫폼 기업 ‘지도 데이터 주권 비상’…정밀지도 주도권 구글에 넘어가나”
지도 데이터 반출 시 197조 경제충격 경고…‘사후 관리체계’ 논의 급부상

정부가 20년 만에 구글의 1:5000 고정밀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을 조건부 허용했다. <사진=AFP·연합뉴스>
정부가 20년 만에 구글의 1:5000 고정밀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을 조건부 허용하면서, 국내 공간정보 산업이 중대한 기로에 섰다. 해외 빅테크 기업이 국내 지리정보 시장 선점 가능성이 커지자, 네이버·카카오 등 토종 플랫폼 기업들도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선 최대 197조원에 달하는 경제적 충격이 우려된다는 분석까지 나오며 파장이 일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구글이 요청한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을 조건부 승인했다. 이에 따라 구글은 한국의 1:5000 축척 지도 데이터를 해외 데이터센터로 옮겨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지도는 골목길 단위까지 식별 가능한 수준의 정밀도를 갖추고 있어, 자율주행·디지털 트윈·스마트시티 등 차세대 산업의 핵심 인프라로 평가된다.
다만 정부는 국가안보 우려를 감안해 구글에 내비게이션과 길찾기 서비스에 필요한 일부 데이터만 제공하기로 했다. 군사시설과 보안시설에 해당하는 구역은 위성사진을 가리고, 좌표 정보 역시 표시되지 않도록 제한을 뒀다.
구글은 앞서 지난 2007년 처음으로 지도 데이터 반출을 요청한 이후 약 20년간 관련 협의를 이어왔다. 정부는 그동안 국가안보와 민감 정보 보호를 이유로 지도 반출을 불허해 왔으나, 최근 들어 미국 정부의 외교적 압박과 구글 측의 강화된 보안 준수 방안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결정으로 구글은 자사 AI·위성·교통 데이터와 한국의 고정밀 지도를 결합해 자율주행, 정밀 내비게이션 등 글로벌 수준의 지도 서비스 고도화에 나설 전망이다. 특히 방한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서비스 경쟁력이 강화되고, 모빌리티·물류·AI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반면 국내 업체들은 데이터 주권 약화와 지도 서비스 경쟁력 저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하고 있다.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 등 국내 플랫폼 기업들이 국내에서 지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성장세를 이어왔지만, 이번 결정으로 구글의 데이터 통합이 본격화되면 자율주행과 스마트시티 등 미래 산업 분야의 주도권이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모바일인덱스가 집계한 최근 5년간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통계에 따르면, 네이버 지도 MAU는 2021년 3월 1813만명에서 2026년 2월 2917만명으로 57% 증가했으며, 카카오맵은 1229만명(48.6%↑), 구글 지도는 941만명(33.5%↑)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번 지도 반출 이후 구글이 정밀 지도와 AI 기반 서비스를 결합하면, 사용자 증가세가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구글 지도 반출 허용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최대 197조원에 달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보안 사고 시 해외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처벌이 어렵고, 중국 등 다른 글로벌 빅테크 역시 유사한 지침 완화를 연쇄적으로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정밀 지도 데이터는 단순한 위치 기반 서비스가 아니라 차세대 산업 전반을 떠받치는 기반 기술”이라며 “이 핵심 데이터가 해외 빅테크의 손에 넘어가면 국내 기업의 데이터 경쟁력과 산업 주권이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 터너 구글 대외협력 정책 지식 및 정보 부사장이 9일 서울 강남구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구글>
한편, 국회에서는 ‘사전 허용 여부’ 논쟁을 넘어 ‘사후 관리 전략’에 초점을 맞춘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정밀지도 구글 반출,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를 열고 정부의 반출 승인 이후 핵심 과제로 ‘지도 데이터 관리 체계 구축’을 제시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단순히 반출 허용 여부를 둘러싼 찬반 공방을 넘어서, 공간정보·보안·법률 전문가를 상시 참여시키는 전담 감독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통해 구글의 조건 이행 여부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법적 강제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군사·보안시설에 대한 비식별화 기준을 한층 정교화하고, 지도 데이터의 활용 범위와 서비스 영역을 명확히 규정하는 세부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김인현 한국공간정보통신 대표는 “이번 조치의 핵심은 데이터의 가공·재판매 권한이 해외 기업으로 넘어간다는 데 있다”며 “현재 SDK(소프트웨어 개발 키트) 단계에서 시작된 종속 구조가 API 단계로 확산되면, 사실상 전환이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고 비가역적 전환 비용으로 산업 전반에 연쇄적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진채연 기자 / cyeon101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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