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은 김상준·실행은 정인철…애경산업, ‘태광식 재편’ 본격화

시간 입력 2026-04-02 07:00:00 시간 수정 2026-04-01 17: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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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그룹 계열사 편입 완료…화장품 비중 50%로 확대 방침
김상준 체제 유지…이사회 합류한 정인철은 PMI 총괄 역할
탈중국 넘어 ‘글로벌 리밸런싱 전략’ 성과로 이어질지 주목  

태광그룹 품에 안긴 애경산업이 사업 구조 재편에 본격 착수했다. 김상준 대표 중심의 기존 체제를 유지하는 가운데 태광 측 인사인 정인철 대표가 인수 후 통합(PMI)을 총괄하며 실질적인 변화 작업을 이끄는 ‘투톱 구도’가 형성됐다.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번 사업 재편이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애경산업은 최근 태광산업과의 인수합병(M&A) 절차를 마무리하고 태광그룹 계열사로 공식 편입됐다. 회사는 이를 계기로 글로벌 토탈뷰티 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하며 사업 구조와 조직 전반에 대한 재편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번 재편의 중심에는 정인철 태광산업 공동대표가 있다. 정 대표는 최근 주주총회를 통해 애경산업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에 합류하며 사실상 PMI 총괄 역할을 맡게 됐다. 업계에서는 정 대표가 향후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과 조직 개편 전반을 설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 대표는 지난해 태광산업이 미래사업추진실을 신설하면서 영입된 외부 인사다. 1963년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으며, 글로벌 컨설팅 업체 AT커니를 비롯해 대림코퍼레이션, STX 등을 거친 전략·컨설팅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STX 재직 당시에는 미래연구원장과 그룹 총괄부사장을 맡아 신사업 구상을 주도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이력을 감안할 때 정 대표가 단순 관리 역할을 넘어 중장기 사업 구조 재편을 주도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애경산업은 오는 2028년까지 화장품 매출 비중을 기존 32%에서 5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스킨케어 브랜드 ‘시그닉(signiq)’과 ‘원씽(ONE THING)’을 중심으로 ‘에이지투웨니스(AGE20’S)’, ‘루나(LUNA)’ 등 색조 브랜드를 결합해 뷰티 포트폴리오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생활용품 부문 역시 ‘케라시스(KERASYS)’, ‘샤워메이트(ShowerMate)’ 등을 글로벌 브랜드로 육성해 양 축 성장을 도모한다.

해외 전략도 수정에 들어갔다. 기존 중국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미주·유럽 등으로 시장을 다변화하고 글로벌 매출 비중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홈쇼핑과 T커머스 등 미디어·커머스 기반 유통 채널을 활용해 소비자 접점을 넓히는 방안도 병행된다.

조직 운영 방식도 바뀐다. 제품군별 사업부에 최종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책임경영 체제를 도입하고, 화장품·생활용품 전문 조직과 디지털 기반 조직을 신설하는 등 전반적인 운영 구조를 손질할 계획이다.

표면적으로는 김 대표 중심의 안정 체제를 유지하며 기존 사명과 브랜드를 유지하는 ‘연착륙 전략’을 택했지만, 내부적으로는 태광 측 인사가 주도하는 구조 개편이 병행되는 이중 구조가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다만, 이러한 청사진이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단순 사업 확대를 넘어 조직과 운영 방식까지 동시에 바꾸는 고난도 작업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부진한 실적도 걸림돌이다. 애경산업은 한때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과 함께 업계 3강 구도를 형성했으나, 에이피알 등 신진 브랜드에 밀려난 상태다. 매출은 2023년 6689억원에서 지난해 6545억원으로 줄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619억원에서 211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영업이익률 역시 9.3%에서 3.2%까지 떨어지며 수익성도 크게 악화됐다.

특히 지난해 화장품 부문 영업이익은 75억원으로 전년 대비 74.1% 급감했고, 매출도 2150억원으로 17.8% 줄었다. 의존도가 높은 중국 내 판매 부진과 국내 소비 심리 둔화가 맞물린 결과다. 반등을 위해서는 탈중국을 넘어서 글로벌 리밸런싱 전략이 성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게 업계 대체적인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애경산업의 전략 방향 자체는 시장 흐름과 맞닿아 있지만 조직과 사업 구조를 동시에 바꾸는 작업은 쉽지 않다”며 “중후장대 제조업 기반의 태광그룹과 브랜드·마케팅 중심 소비재 기업인 애경산업 간 체질 차이 역시 변수라 PMI를 어떻게 설계하고 실행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주선 기자 / js753@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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