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약품에 최대 100% 관세 부과…반도체도 타깃 되나 우려↑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 “100% 관세 내거나 미국서 생산해야”
트럼프, ‘최혜국 대우’ 약속했지만 최소 15% 관세 적용 가능성
K-반도체 가격 경쟁력 약화 우려…시장 독점, 삼성·SK에 변수되나
국회 통과한 대미투자특별법, 반도체 관세 부과 여부 가를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정책을 펼친 지 1년이 지났다. 지난 1년 간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별 상호 관세는 물론 철강·알루미늄, 자동차 등에 품목별 관세를 잇따라 매기며 글로벌 통상 패권을 거머쥐는 데 주력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들어서는 필수재인 의약품·반도체에 대해서도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내놨다. ‘실제 관세 정책이 시행되지 않을 것’이란 일반적인 관측과는 달리, 최근 의약품에 대해서 최대 100%의 관세율을 책정하면서 큰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시장에서는 의약품에 이어 반도체에 대한 품목별 관세 부과도 머지않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터져 나오고 있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의 최대 수혜주로 부상한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올해 역대급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트럼프발 관세 폭탄으로 K-반도체의 고속 성장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 산업통상부(산업부)에 따르면 이달 미국 백악관은 무역확장법 제232조에 근거해 의약품 및 원료에 최대 100% 관세를 부과하는 포고령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특정 대기업의 경우 오는 7월 31일부터, 그 밖의 기업은 9월 29일부터 특허 의약품 및 원료에 대해 관세 100%를 적용 받게 됐다.
다만 한국을 비롯해 EU(유럽연합), 일본, 스위스 등 미국과 무역 합의를 맺은 국가에서 생산된 의약품에는 15%의 관세율이 매겨졌다. 또 제네릭 의약품, 바이오시밀러(복제 의약품) 및 관련 원료에 대해서는 관세가 부과되지 않았다. 대신 1년 후 재검토 하기로 했다.
미 정부의 의약품 관세 조치와 관련해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6일 서울 중구 달개비컨퍼런스하우스에서 열린 ‘의약품 수출 기업 간담회’에서 “미국은 우리 의약품 1위 수출국으로, 이번 조치가 업계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기존 무관세에서 15% 관세로 상황이 달라졌고, 향후 미국의 추가 통상 조치를 예단할 수 없는 만큼 긴장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사진=삼성전자>
관세 100%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긴 했지만, 끝내 의약품에도 15%의 관세율이 책정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멈출 기미 없이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최후의 보루로 일컬어지는 반도체 품목별 관세도 조만간 부과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철강·알루미늄, 자동차 등에 품목별 관세를 부과한 이후, 필수재인 의약품과 반도체에도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관세를 통해 미국 내에 생산 공장을 유치하고, 제조업을 재건하겠다는 의도에서다.
트럼프 행정부가 예고한 관세율은 시장의 전망치를 훌쩍 뛰어 넘는다. 지난해 8월 트럼프 대통령은 CNBC과의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의약품 관세로) 소액을 부과할 계획이다”면서도 “그러나 1년에서 1년 반 후에는 150%, 그 다음에는 250%까지 인상할 것이다”고 밝혔다. 또한 올 1월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도 “메모리 반도체를 만들고 싶은 기업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며 “100% 관세를 내거나,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율 관세로 인해 의약품과 반도체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미 정부는 구체적인 부과 시점을 밝히지 않으며 한발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몇 달 간 미온적인 태도를 견지했던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정책 시행 1주년을 맞은 이달 의약품에 먼저 관세를 매기면서 ‘기우에 그칠 것’이라는 업계의 염원은 물거품이 됐다.
이에 반도체에 대한 품목별 관세 부과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상당히 높아지게 됐다.

러트닉 장관의 언급대로 반도체에 100%의 관세율이 책정된다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는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D램 시장 점유율은 36.0%로 집계됐다. SK하이닉스는 32.1%를 기록했다. 삼성·SK의 시장 점유율 합산은 68.1%로, K-반도체가 전 세계 D램 시장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HBM의 경우 K-반도체의 입지는 더욱 독보적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SK하이닉스의 HBM 시장 점유율은 무려 57%에 이르렀다. 삼성전자는 22%였다. 이로써 K-반도체의 시장 점유율은 79%나 됐다. 사실상 전 세계에 공급된 HBM 5개 중 4개는 ‘메이드 인 코리아’인 것이다.
그러나 미 정부의 반도체 관세 부과가 현실화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100% 관세 부과로 인해 K-반도체의 가격 경쟁력이 급격히 약화되고, 이에 따른 삼성·SK의 시장 지배력 축소, 실적 부진 등 여러 악재에 직면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만년 3등’ 마이크론테크놀로지(마이크론)가 주도권을 잡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반도체 품목별 관세가 부과되면 가장 이득을 보게 될 곳은 마이크론이다. 현재 마이크론은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 해외 뿐만 아니라 미 현지 생산 시설에서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를 양산하고 있다. 이 중 미국 내에서 만든 메모리는 트럼프발 관세 폭탄에서 자유로운 만큼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유리한 이점을 가진다.
또한 미국 내 생산 능력 확대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HBM 등 AI 메모리를 제조하기 위해 미 아이다호주 보이시에 첫 번째 공장을 짓고 있다. 이 공장은 내년 중반부터 칩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이다호주에 들어서는 두 번째 공장은 내년에 착공해 2028년 말 가동 예정이다. 이번에 착공식을 한 미 뉴욕주 공장에는 총 1000억달러가 투입됐다. 해당 공장은 2030년부터 차세대 메모리를 양산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달리 현재 미 현지 공장이 없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에서 메모리 반도체를 제조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나라엔 트럼프발 관세 폭탄의 영향을 최소화할 비장의 카드가 있다. 지난해 7월 타결된 한·미 관세 협상에서 미 정부가 우리 정부에 반도체 관세의 ‘최혜국 대우’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최혜국 대우는 특정 국가에 부여한 가장 유리한 통상 조건을 다른 국가에도 똑같이 적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최혜국 대우가 현재와 같은 무관세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미 상무부는 EU와의 관세 협상 당시 반도체 품목에 최대 15%의 관세율을 적용키로 했다. 이를 고려할 때 한국에도 같은 세율이 매겨질 가능성이 크다.
사실상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반도체에 대한 무관세 시대가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당장 K-반도체가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관세 리스크가 현실화하면 주요 빅테크를 고객사로 두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따른 K-반도체의 역대급 실적을 깎아내릴 공산이 크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올 1분기 60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거두며, 한국 기업 역사상 유례 없는 대기록을 썼다. SK하이닉스도 30조원을 상회하는 분기 영업익을 벌어들인 것으로 예고된다.
이러한 호실적은 올해 내내 지속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삼성·SK가 6세대 ‘HBM4’, 7세대 ‘HBM4E’ 등 차세대 AI 메모리 리더십을 빠르게 제고해 나가고 있는 만큼, 꾸준히 고속 성장을 이뤄낼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트럼프발 관세 폭탄은 K-반도체의 실적 개선 흐름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가격 경쟁력 약화에 따른 수출 감소는 삼성·SK의 실적 악화에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

3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3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한·미전략적투자관리를 위한 특별법안(대미투자특별법)’이 통과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처럼 국내 반도체 업계의 근심이 날로 깊어지는 가운데, 지난달 국회의 문턱을 넘은 ‘한·미전략적투자관리를 위한 특별법안(대미투자특별법)’이 반도체 품목별 관세 부과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키’가 될 것이란 시각도 존재한다. 대미투자특별법은 한·미의 관세 합의 양해각서(MOU) 체결에 따라 지난해 11월 발의된 법안이다. 투자 기금 설치 등에 관한 규정 등을 담고 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현지시간으로 7일 열린 미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 대담 행사에서 한국 등의 대미 투자와 관련해 “한국이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데 약간의 지연이 있었는데 (해결돼서) 넘어갔다”며 “(한·미 간) 관련된 특정 무역 사안들이 남아 있고, 마무리 하는 중이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달 한국에서 대미투자특별법이 통과된 것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미 상무부는 한국 등과 대미 투자 분야 등을 협의하고 있다”며 “어떤 경우 반도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우리나라의 대미 투자를 계기로 반도체 관세율을 크게 낮추거나 기존처럼 무관세를 적용 받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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