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조, 총파업 앞두고 ‘노노 갈등’ 심화
2대 노조 전삼노, 최대 노조 초기업노조에 사과 요구
동행노조는 이미 이탈…파업 앞두고 동력 약화하나

4월 2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4·23 투쟁 결의대회’. <사진=연합뉴스>
오는 21일부터 장장 18일 간 대규모 총파업을 예고한 삼성전자 노조가 최근 내부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2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가 단일 과반 노조에 등극한 삼성그룹초기업노동조합(초기업노조)로부터 “사측과의 교섭에서 배제하겠다는 협박성 발언을 들었다”며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미 삼성전자노조동행(동행노조)가 공동투쟁본부에서 이탈한 가운데, 전삼노까지 등을 돌리면서, 극한 노노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당장, 최대 50조원대에 달하는 성과급을 요구하며 사측을 압박하던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 동력이 급격히 힘을 잃는 모습이다.
전삼노는 앞서 7일 초기업노조에 ‘조합원 의견 수렴 활동에 대한 교섭 배제 협박성 발언 유감 표명 및 사과 요청’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DX(디바이스경험) 부문 소속 조합원의 입장을 대변해 온 이호석 전삼노 지부장의 현장 소통 활동을 문제 삼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최 위원장이 이 지부장의 현장 소통 과정을 지적하며, “사과하지 않을 경우 교섭에서 배제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전삼노가 공개한 ‘삼성전자 임협 DX 토론방’ 캡처 내용을 살펴보면 이 지부장은 “DX 부문 소속 교섭위원들이 내부 토의 때 (DX 부문의 보상 실리에 대해) 반복해서 이야기해 봤는데, (최 위원장이) 마음에 안 든다고 동행노조를 아예 제외시켜 버렸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저도 그 안건을 또 꺼내면 교섭위원에서 제외할 듯하다”고 했다.
이 지부장은 “(자신은) 최 위원장과 생각이 같지 않지만, 최 위원장은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에서 교주급으로 보호받고 있다더라”며 “지금의 전삼노로서는 최 위원장을 견제하는 건 역부족일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저는 무조건 DX 부문의 보상 실리를 최대한 챙기는 쪽으로 활동하겠다”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최 위원장은 삼성전자 임협 DX 토론방에서 DS 부문 위주로 보상 실리를 챙기는 초기업노조의 방향과 DX 부문의 불만 등이 언급된 것을 문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이 지부장에게 사과를 요구했고, 교섭 배제 가능성까지 제기하며 압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4월 2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4·23 투쟁 결의대회’. <사진=연합뉴스>
이를 두고 전삼노는 “이는 개인에 대한 공격을 넘어 DX 부문 소속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테이블에서 지워버리겠다는 행위다”며 “조합원 대표자의 직무를 위축시켜 노동자 간, 노조 간 신뢰를 심각하게 저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타 노조에 대한 경솔한 언행으로 대외적 신뢰를 실추시켰던 전례에 이어 이제는 내부의 정당한 목소리마저 ‘교섭 배제’라는 압박으로 입막음 하려는 태도에 대해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전삼노는 현장의 정당한 소통 활동에 대해 교섭 배제를 언급하며 사과를 종용한 초기업노조에 다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 달라고 요청했다. 전삼노 관계자는 “단일 과반 노조인 초기업노조는 교섭권과 체결권이라는 막중하고 무거운 결정권을 갖고 있다”며 “부디 특정 부문을 외면하거나 배제하지 말고,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과 DX 부문을 아우르는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 달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전삼노와 초기업노조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성과급 제도 개선을 놓고 사측과 팽팽히 대립해 온 노조의 힘이 약화할 것이란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그간 초기업노조, 전삼노 등으로 구성된 공동투쟁본부의 교섭력은 매우 강력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초기업노조의 조합원 수는 이날 오후 1시 기준 7만3135명에 달한다. 또한 같은날 기준 전삼노 조합원 수는 1만5920명이다. 이에 공동투쟁본부 조합원 수는 무려 9만여 명을 웃돈다. 지난해 사업보고서 기준 삼성전자 총 직원 수는 12만8881명이다. 이를 고려할 때, 약 69%의 삼성전자 직원들이 공동투쟁본부에 몸담고 있는 셈이다.
공동투쟁본부는 파업 카드를 꺼내 들며 사측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직원 10명 중 7명을 거느린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하면 삼성전자는 사실상 ‘셧다운’ 상태에 직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파업으로 인해 공장을 가동할 인력 부족이 심화할 경우, 삼성전자의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 특히 반도체 호황의 중심에 있는 메모리 사업 부문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공산이 크다.
이미 노조는 총파업 기간 동안 피해 규모가 수십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회사를 겁박하고 나섰다. 최 위원장은 “오는 21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18일 간에 걸친 대규모 총파업 기간 동안 야기될 30조원의 공백은 절대 가볍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전삼노가 초기업노조로부터 등을 돌리면서 공동투쟁본부의 교섭력은 큰 폭으로 축소될 전망이다. 만약 전삼노가 공동투쟁본부 이탈을 공식화한다면 초기업노조가 밝힌 총파업의 파장은 당초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도 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조 간 갈등은 비단 전삼노 뿐만 아니다. 3대 노조인 동행노조는 이미 공동투쟁본부와 갈라섰다.
동행노조는 지난 4일 초기업노조와 전삼노에 ‘2026년 임금 교섭 공동교섭단 종료의 건’이라는 공문을 보냈다.
동행노조는 “우리 노조가 특정 분야의 조합원이 아닌 전체 조합원의 권익을 위한 안건 발의 및 요청에도 귀 조합(초기업노조·전삼노)에서는 현재까지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았다”며 “심지어 협의하려는 의사조차 보이지 않는 등 전체 조합원의 권익을 위한 우리 노조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 상황”고 밝혔다.
이어 지난 6일에는 초기업노조와 전삼노를 상대로 ‘교섭 정보 공유 및 차별 대우 금지 등 공정 대표 의무 준수 촉구’라는 공문도 보냈다. 동행노조는 “초기업노조는 과반 조합이라는 권한을 남용해 동행노조의 의견을 고의로 무시·배제하거나 비하했다”며 “‘어용 노조’라고 폄하했고, 또 오래 지속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동행노조는 현재 배제되고 있는 조합원들의 실질적인 권익 보호와 적절한 처우 개선을 위해 초기업노조의 공식적인 사과와 즉각적인 비하 금지를 요구한다”고 했다. 동행노조도 “합리적 이유 없이 교섭 정보나 상황 공유 거부 또는 우리 노조의 조합원들을 향해 불이익에 대한 발언, 비하 등이 지속되는 경우, 노동위원회 시정 신청 및 민·형사상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비롯해 강력한 대응을 취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이렇듯 협상권을 가진 초기업노조가 전삼노, 동행노조 등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삼성전자 노사 갈등은 노노 갈등으로 비화하는 모습이다. 이에 오는 21일 시작되는 총파업 동력이 대폭 약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의 의뢰로 지난달 27~28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삼성전자 파업 관련 인식 조사’ 결과, 응답자의 69.3%는 ‘무리한 요구 및 산업 경쟁력 약화 우려로 부적절 하다’고 응답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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