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 정부 중재로 11~12일 사후 조정 협상 돌입
노조 “성과급으로 영업익 15% 지급 등 요구안 변함 없어”
사측 “받아들이기 힘들어”…합의 실패 시 총파업 현실화
업계 “노조 파업 땐 올해 영업익 40조원가량 손실 우려”
파업 리스크에 직원 피로감↑…“적정선에서 마무리해야”
삼성전자 노조가 오는 21일부터 대규모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올라탄 삼성이 경쟁사에 주도권을 내 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파업으로 올해 영업이익이 당초 예상보다 수십조원 가량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도 나오고 있다.
귀족노조에 대한 비판으로 여론도 악화되고, 장기간 노사 갈들에 따른 피로감까지 더해지면서, 삼성 내부에서도 “이쯤에서 교섭을 마무리 짓자”는 의견이 빗발치고 있다. 당장, 정부의 중재로 어렵사리 사측과의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은 삼성전자 노조가 절충점을 찾을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전자 노사는 11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서 사후 조정 절차를 통한 협상을 재개했다.
사후 조정은 조정 절차 종료로 노조가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에서, 쟁의 행위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사 동의 하에 재실시하는 조정으로, 중노위가 중재자로 참여해 교섭을 진행한다. 사후 조정을 통해 조정안이 도출되면 단체 협약과 같은 법적 효력을 지닌다.
사후 조정은 정부의 적극적인 요청으로 성사됐다. 앞서 지난 8일 최승호 삼성그룹초기업노동조합(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김도형 경기지방고용노동청 청장과 면담 후, 사측과 함께 노사정 미팅을 가졌다. 고용노동부는 이 자리에서 이번 사안의 중대성을 인식하고,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교섭 지원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사후 조정 절차를 강력히 권유했다는 후문이다.
삼성전자 노사는 올해 2~3월 두 차례 열린 조정에서 합의 실패로 최종 ‘조정 중지’ 결론이 난 이후 두달여 만에 다시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게 됐다.
노사가 어렵게 협상장에 모였으나 합의점을 찾는 데 성공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삼성전자 노조의 입장이 완고하기 때문이다.
최 위원장은 이날 협상에 참석하기 전 취재진과 만나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을 비롯해 성과급 상한 폐지 및 제도화 등의 요구안은 변함이 없다”며 “사측이 제도화에 대해 입장이 없으면 오늘이라도 조정이 안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못박았다. 그는 이어 “사측은 그동안 성과가 잘 나왔을 때 쌓아뒀다 적자 때 보전해주겠다고 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명문화라는 말은 믿지 못하겠고, 명확하게 제도화 관점에서 보려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노조는 연간 영업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삼아야 한다는 조건 등을 담은 성과급 제도 개편 요구안을 고수하고 있다. 증권사 컨센서스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 영업익 전망치는 339조9563억원에 달한다. 만약 노조의 요구대로 영업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책정한다면, 총 50조9934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사업보고서 기준 삼성전자 총 직원 수는 12만8881명이다. 50조원이 넘는 재원을 삼성전자 직원들에게 성과급으로 지급한다고 단순 계산해보면 1인당 약 3억9566만원을 수령하게 되는 셈이다.
사측은 노조의 요구안이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사측은 특별 포상을 통해 최고 수준의 보상을 하겠다면서도 성과급 상한 폐지를 제도화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삼성전자 노사는 하루 뒤인 12일까지 사후 조정 협상을 지속할 예정이다. 그러나 만약 이번에도 합의에 실패할 경우, 노조는 예고대로 대규모 총파업에 돌입할 공산이 크다.
장장 18일 간에 걸친 총파업이 현실화하면 삼성전자는 천문학적인 수준의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초기업노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등으로 구성된 공동투쟁본부의 교섭력이 매우 강력하기 때문이다.
초기업노조의 조합원 수는 이날 오전 9시 기준 7만2875명에 달한다. 또한 같은날 오전 9시 기준 전삼노 조합원 수는 1만5462명이다. 이에 공동투쟁본부 조합원 수는 무려 9만여 명에 육박한다. 약 69%의 삼성전자 직원들이 공동투쟁본부에 몸담고 있는 셈이다.
10명 중 7명을 거느린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하면 삼성전자는 사실상 ‘셧다운’ 상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특히 파업으로 인해 공장을 가동할 인력 부족이 심화할 경우, 삼성전자의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 특히 반도체 호황의 중심에 있는 메모리 사업 부문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공산이 크다.
이미 노조는 총파업에 따른 피해 규모가 엄청날 것이라고 회사를 겁박한 바 있다. 최 위원장은 “오는 21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18일 간에 걸친 대규모 총파업 기간 동안 야기될 30조원의 공백은 절대 가볍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떠안게 될 피해가 수십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노조의 대규모 파업으로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익이 40조원 넘게 감소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노조의 파업이 가져올 파장이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하는 가운데, 삼성 내부에서도 ‘무작정 파업을 고수하기보단 타결을 통해 실리를 추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최근 노조 집행부가 현실적인 선에서 합의할 필요가 있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 왔다.
한 게시자는 ‘파업 가면 수십조 피해는 무조건 나겠지’라는 제목의 글에서 ”파업까지 가면 진짜 리스크가 너무 클 듯“이라며 ”성과급 빠지면 안 되는데 제발 협상 잘 되면 좋겠다“고 적었다.
또 다른 게시자는 ‘이쯤에서 전삼노가 해결해줘라’라는 제목의 글에서 “파업 이제 진짜 얼마 안 남았네. 막상 파업 강행하려니 손실이 30조원 가까이 된다는데 너무 일 크게 벌어지는 거 아닌지”라고 썼다. 그는 이어 “조정이 결렬되면 (초기업노조가) 어떤 돌발 행동을 할지 모르는데, 전삼노가 교섭 대표로서 적정선에서 서로 ‘윈윈’하는 선에서 잘 마무리하는 것도 방법일 듯”이라고 덧붙였다.
초기업노조 조합원 중 비중이 가장 큰 DS 부문에서도 합의를 촉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 게시자는 ‘메모리형이다. 초기업이건 전삼노건 합의하고 나와라’라는 제목의 글에서 “메모리 (사업부에 대한 성과급을) 보장하면 합의하고 나오라”며 “회사에는 힘든 사람들이 많다. 누구라도 꼭 합의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대다수 노조 조합원들, 특히 DS 부문 소속 조합원들마저도 파업 리스크에 대한 피로감을 크게 느끼고 있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 내 대규모 총파업이 국가적 위기로 번지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전자 직원들의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조합원들의 호소가 빗발치자 노조 집행부도 한발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협상에 참석하기 전 최 위원장은 “회사의 전향적 변화가 있으면 저희도 그에 대한 고민은 해보려 한다”며 여지를 남겼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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