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위법 쟁의 행위 금지 가처분’ 두 번째 심문 기일
노조 “파업, 정당한 권리…적법하게 쟁의 행위 임할 것”
재판부, 파업 전 20일까지 가처분 신청 인용 여부 결정
법원 결정 따라 합법적 쟁의 행위 범위·규모 축소 가능성
‘사무실 점거’ 노조 집행부 발언에 파업 타격 우려 여전

삼성전자 노사가 지난 11일부터 13일 새벽까지 두 차례에 걸쳐 사후 조정 협상을 벌였으나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결국 사후 조정이 최종 결렬되면서 삼성은 당초 노조가 예고한 대규모 총파업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장장 18일 간의 총파업이 경제적·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초래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위법 쟁의 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 인용 여부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법원 판단에 따라 대규모 총파업이 실제 이행될지, 아니면 극한 파업에 제동이 걸릴지, 삼성의 앞날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수원지방법원 민사31부(신우정 부장판사)는 13일 위법 쟁의 행위 금지 가처분 사건의 두 번째 심문 기일을 열었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달 16일 수원지법에 삼성그룹초기업노동조합(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등 2개 노조를 상대로 위법 쟁의 행위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노조가 예고한 총파업 과정에서 불법 쟁의 행위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4월 2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4·23 투쟁 결의대회’. <사진=연합뉴스>
이에 따라 재판부는 같은달 29일 첫 심문 기일을 열고, 사측의 입장을 경청했다.
이 자리에서 삼성은 안전 보호 시설 정상적 유지 및 운영과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의 변질이나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작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생산 시설 점거, 쟁의 행위 참여 시 협박 수단 사용 등 불법 쟁의 행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노조법에서는 △안전 보호 시설 정상 운영 방해(제42조 2항) △장비 손상 및 원료·제품 변질 방지 작업 중단(제38조 2항) △생산라인 등 사업장 주요 시설 점거(제42조 1항) △협박을 통한 쟁의 참여 강요(제38조 1항) 등을 금지하고 있다.
만약 총파업 과정에서 불법 쟁의 행위가 발생할 경우, 생산 차질을 넘어 대형 안전 사고와 인명 피해가 염려되고, 장비 손상 및 원료 폐기로 인한 대규모 손실, 글로벌 반도체 생산 차질 등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삼성은 총파업으로 인해 반도체 생산라인이 멈출 경우, 고가의 설비가 손상돼 사업 재개 시점이 연기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반도체 제조 공정 특성상, 조업을 중단한 후 다시 재가동하게 되면 공정 품질을 보증하기 위한 백업 절차가 복잡해 생산 정상화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또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 웨이퍼를 전량 폐기해야 할 수도 있다.
이에 삼성은 웨이퍼가 손상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인원이 총파업과 무관하게 투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승호 삼성그룹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가운데)이 13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위법 쟁의 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 심문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열린 두 번째 심문 기일은 노조측 입장을 듣는 자리였다. 노조는 사측이 주장하는 위법한 쟁의 행위가 아닌, 헌법 및 노조법에 의해 보장된 정당한 쟁의 행위에 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재판에 참석하기 전 ‘위법 쟁의 행위 금지 가처분과 관련해 어디까지를 위법한 쟁의 행위로 볼 것인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사측은 협박이나 폭행 등의 가능성을 얘기하지만, 저희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사측이) 원재료 폐기 부분도 얘기하는데, 제조와 생산, 기술 분야 인력은 기존에도 협정 근로자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파업에 참여할 수 있다”며 “그런데도 이제 와서 파업을 못 한다는 건 말이 안 되고, 재판부에서 잘 따져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 차례의 심문 기일을 통해 노사 양측의 입장을 들은 재판부는 이제 어떤 판결을 내릴지 고심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렸다. 법원은 총파업이 예고된 오는 21일 하루 전인 20일까지 가처분 신청 인용 여부를 판단한다는 방침이다.
만약 재판부가 사측 요구를 받아들이더라도 노조의 총파업 자체를 완전히 막지는 못한다. 대신 노조는 불법이 아닌 적법한 쟁의 행위의 범위에서만 파업을 벌일 수 있다.
또 가처분이 안전 보호 시설 정상 운영, 웨이퍼 등 원료·제품 변질 방지 등을 골자로 하는 만큼, 이들 업무와 관련된 필수 인력을 제외한 나머지 조합원은 파업에 동참할 수 있다.
이에 노조도 “당연히 안전 시설에 대해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파업을 할 예정이다”고 밝힌 바 있다.

최승호 삼성그룹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13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위법 쟁의 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 심문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법원 결정에 따라 합법적 쟁의 행위의 범위와 규모가 크게 축소될 수 있다. 이는 노조의 파업 동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혹시라도 총파업 과정에서 판결을 위반할 경우, 손해 배상이나 업무 방해 등의 책임을 떠안을 공산도 크다.
그도 그럴 것이, 앞서 최 위원장은 총파업 때 과도한 쟁의 행위를 벌일 수 있다고 언급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최 위원장은 올 3월 유튜브 방송을 통해 “총파업 기간 동안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사무실을 점거할 계획이다”며 “스태프를 모집해 모든 사무실을 관리·감독할 것이다”고 말했다. 또 “회사를 위해 근무하는 직원이 있다면 명단을 관리해 강제 전배나 해고 시 우선 안내하겠다”고도 했다.
최 위원장이 밝힌 대로 노조가 총파업 기간 반도체 팹을 점거할 경우, 단순한 생산 차질을 넘어 화학 물질 유출이나 화재 등 대형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직원들의 근무 여부를 강제하는 것도 문제의 소지가 크다.
이를 고려할 때, 총파업 과정에서 노조가 불법 쟁의 행위에 나서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 위원장은 결코 위법한 쟁의 행위는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최 위원장은 이날 두 번째 심문 기일이 끝난 후 “정당하게 쟁의권을 얻은 만큼 적법하게 쟁의 행위를 진행하겠다”며 “협박이나 폭행 같은 것은 전혀 없을 것이고, 사무실 점거 외 생산라인 등에 대한 점거 역시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총파업 기간 웨이퍼 변질이 우려된다는 질문에 “웨이퍼 변질을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은 매우 많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생산을 강행해야 한다는 것은 잘못된 방향이라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노조는 이날 오전까지 총파업 참여 의사를 밝힌 조합원이 4만2000여 명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최 위원장은 “현재 상황에서 (총파업에는) 5만명 이상이 참여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4월 2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4·23 투쟁 결의대회’. <사진=연합뉴스>
아울러 노조는 파업 종료까지 회사와의 추가적인 대화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최 위원장은 “사후 조정 협상까지 총 5개월 간 교섭을 해 왔으나 사측의 안건은 전혀 진전되지 않았다”며 “그래서 저희는 더 이상 조정에 대한 입장이 없는 상태다”고 했다.
이어 “특히 두 번째 사후 조정 협상이 진행되는 17시간 동안 가만히 앉아서 대기한 시간만 16시간이다”며 “바뀐 안건이 없는 상황에서 조정 연장을 하는 것은 총파업 동력을 저해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생각해 결렬 선언을 한 것이다”고 덧붙였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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