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성과급 6억 시대 열었다”…비반도체 찬성 21% 불과, ‘노노 갈등’ 큰 숙제

시간 입력 2026-05-27 17:44:41 시간 수정 2026-05-27 17:4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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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사, 파격적 성과급 제도 담은 임금 협약 조인
DS 부문 한정해 ‘영업익 10.5%’ 특별 경영 성과급 지급
메모리 6억원↑…파운드리·LSI시스템도 억대 성과급
DX 부문, 기존 OPI만 받을 수 있어…상대적 박탈감 호소
법적 대응 나선 동행노조, 투표 무효 확인 소송 등 추진
주주 단체 반발도 날로 거세져…“노사 임금 협약 위법”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을 앞두고 극적으로 마련한 임금 협상 잠정 합의안이 27일 조합원 찬반 투표에서 최종 가결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부터 6개월여 간 이어져 온 노사 갈등은 분규 없이 마무리됐다.

이번 협약을 통해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은 1인당 최대 6억원대의 성과급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비반도체 사업 부문은 상대적으로 성과급에서 큰 격차가 불가피해졌다. 특히 DX(디바이스경험) 부문 직원들은 “자신들을 더 이상 소외시키지 말라”며 삼성그룹초기업노동조합(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등을 상대로 투표 효력 정지 가처분, 투표 무효 확인 소송 등을 추진키로 했다. 

또한 삼성전자 주주 단체도 노사 간 임금 협상 잠정 합의안에 대해 무효 확인 소송 등을 진행한다고 엄포를 놨다. 이렇듯 주주 반발도 거세지면서 성과급을 둘러싼 갈등은 다시 재연될 가능성도 커 보인다. 

삼성전자와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교섭단은 27일 경기 용인시 삼성전자 The UniverSE에서 ‘2026년 임금 협약 조인식’을 진행했다. 이날 조인식에는 여명구 삼성전자 부사장, 김형로 부사장,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 김재원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정책기획국장 등이 참석했다.

삼성전자와 공동교섭단은 총파업 예정 전날인 지난 20일 오후 늦게 극적으로 ‘2026년 임금 협상 잠정 합의안’을 도출한 바 있다. 이후 22일 오후 2시부터 이날 오전 10시까지 조합원 찬반 투표를 실시했다. 노조원들의 잠정 합의안에 대한 최종 투표율은 95.5%, 찬성률은 73.7%로 최종 가결됐다.

삼성그룹초기업노동조합(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에서는 투표 제적 조합원 5만7332명 중 96.5%(5만5333명)가 참여했다. 2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에서는 투표 제적 조합원 8261명 중 89.0%(7283명)이 표를 던졌다. 이에 총 6만5593명 중 95.5%(6만2616명)가 투표를 마쳤다. 찬성은 4만6142명, 반대는 1만6474명이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 임금 협약을 체결하고, 성과급 제도 개편이라는 갈등을 말끔히 해소하게 됐다.

27일 경기 용인시 삼성전자 The UniverSE에서 열린 삼성전자 ‘2026년 임금 협약 조인식’. <사진=삼성전자>

이번 협약으로 삼성은 기존 OPI(초과이익성과급) 제도를 유지하되, DS 부문에 한해 특별 경영 성과급을 지급할 예정이다.

먼저 EVA(경제적 부가가치)의 20%를 재원으로 활용하는 OPI는 현행대로 제공한다. OPI는 사업 부문별 실적이 연초에 세운 목표를 넘었을 때, 초과 이익의 20% 한도 내에서 1년에 한번 연봉의 최대 50%까지 지급되는 성과급이다. 일례로 연봉 1억원인 직원이 연봉의 최대 50%인 상한을 충족할 경우, OPI로 5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노조는 OPI 제도에 만족스럽지 않다는 불만을 줄곧 토로해 왔다. 삼성전자 노사는 이러한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OPI 제도를 손보는 대신, DS 부문 한정 특별 경영 성과급을 새로 만들어 지급키로 했다. 

이번에 신설된 특별 경영 성과급은 노사가 합의해 선정한 사업 성과의 10.5% 수준을 재원으로 삼는다. 지급 상한도 없다. 성과급 재원은 전체의 40%를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는 DS 부문에, 나머지 60%를 사업부에 배분한다. 사업부 몫의 재원 중 공통 조직은 메모리사업부 지급률의 70% 수준을 받을 수 있다.

주목할 점은 성과급 재원 산정 기준이 되는 사업 성과를 무엇으로 삼을 것인지 여부다. 만약 노사가 합의한 사업 성과를 영업이익으로 본다면, 올해 삼성전자 영업익 전망치 348조원의 10.5%인 36조5400억원이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되는 셈이다.

(왼쪽부터) 여명구 삼성전자 DS피플팀장 부사장,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최승호 삼성그룹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5월 20일 경기 수원시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사 협상에서 ‘2026년 임금 협상 잠정 합의안’에 서명한 후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별 경영 성과급 재원 36조5400억원 중 DS 부문 공통 재원 40%는 14조6160억원이다. 이를 지난해 말 DS 부문 직원 수 7만8064명으로 나누면, DS 부문 직원 1인당 1억8723만원을 지급 받는다. 각 사업부별로 차등 지급되는 재원 60%는 21조9240억원이다. 올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LSI시스템 등 비메모리 사업은 적자 기조를 계속 이어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유일한 흑자 사업부인 메모리가 해당 재원을 독식할 공산이 크다.

결국 메모리사업부 직원은 2026년도 특별 경영 성과급으로만 부문 성과급 1억8723만원에 사업부 성과급 4억6059만원까지 총 6억4782만원을 수령하게 되는 셈이다. 적자 사업부도 억대의 성과급을 받을 전망이다. DS 부문 공통 재원에서 지급되는 특별 경영 성과급 덕분에 파운드리·LSI시스템 사업부 직원들도 2억원에 육박하는 보상을 받게 된다.

그러나 DX 부문은 기존 OPI밖에 받지 못한다. 만약 연봉이 1억원인 직원의 경우, 연봉의 최대 50%인 상한을 충족하더라도 5000만원에 불과하다. 이번 잠정 합의안에 따라 DX 부문에 지급되는 600만원 상당의 자사주를 포함하더라도 600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결국 DX 부문 직원은 DS 부문 내 적자 사업부 직원의 4분의 1 수준의 성과급에 만족해야 하는 상황이다. DX 부문은 억대의 성과급을 받는 DS 부문을 보며 상대적인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같은 사내 기류는 이날 완료된 조합원 찬반 투표 결과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DS 부문 소속 조합원 비중이 큰 초기업노조에서는 찬성률이 무려 80.6%에 달했다. 그러나 DX 부문 소속 조합원이 더 많은 전삼노의 찬성률은 21.1%에 그쳤다.

삼성전자노동조합동행 관계자들이 5월 26일 경기 수원시 수원지방법원 앞에서 삼성전자 ‘2026년 임금 협상 잠정 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 투표 중지 등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결국 DX 부문 직원들은 법적 대응에 나서며 초기업노조에 대한 불만을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삼성전자 내 3대 노조인 삼성전자노동조합동행(동행노조)은 지난 24일 공지를 통해 “투표 중지 가처분 신청과 투표 효력 정지 가처분, 투표 무효 확인 소송, 공정 대표 의무 위반 제기를 위한 법률 대리인으로 법무법인 대정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어 첫 번째 행동으로 지난 26일 수원지방법원에 잠정 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 투표 절차 중지 등 가처분을 신청했다. 그러나 수원지법이 가처분 신청의 심문기일을 오는 29일 열기로 하면서 투표를 막으려던 동행노조의 가처분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됐다.

대신 동행노조는 빠른 시일 내 투표 무효 확인 소송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부문 간 성과급 격차와 투표권 배제 등을 둘러싼 노노 갈등이 날로 악화하자 초기업노조는 DX 부문 직원 달래기에 나섰다.

최 위원장은 이날 조합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DS 부문과 DX 부문의 교섭을 같이하는 과정에서 서로 다툼이 많았던 것 같다”며 “DX 부문 집행부를 재구성해 DX 부문을 전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DX 부문 교섭을 담당하는 대표(부위원장)를 교체하고, 사무국장도 현장으로 복귀시키겠다”며 “재신임 투표도 진행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최 위원장의 발언에 따라 DX 부문 소속 이송이 부위원장 등은 집행부에서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또 최 위원장의 재신임 투표도 조만간 실시될 예정이다.

민경권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 대표가 5월 2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기자 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주 반발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삼성전자 주주 단체들은 노사가 마련한 임금 협상 잠정 합의안이 위법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는 “세전 영업익의 12%를 미리 계산해 성과급으로 연동·할당하는 노사 협상 잠정 합의안은 위법이다”며 “주주 총회(주총) 결의 절차를 거치지 않는 한 법률상 무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만약 잠정 합의안을 비준·집행하는 이사회 결의가 상정될 경우, 무효 확인 소송과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또한 잠정 합의안이 이사회를 통과할 경우, 이에 찬성한 이사 전원을 대상으로 상법상 이사의 충실 의무 위반을 이유로 손해 배상 청구 대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경고했다. 상법상 이사의 충실 의무는 회사 뿐 아니라 주주를 위해 직무를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주주운동단체는 주총 결의를 생략한 단체 협약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 및 무효 확인의 소, 위법 파업 참가자에 대한 손해 배상 청구 소송 등 각종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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